Management - 美 IT 혁신문화의 젖줄 버닝맨 축제(창조·자유·무소유의 페스티벌)
Management - 美 IT 혁신문화의 젖줄 버닝맨 축제(창조·자유·무소유의 페스티벌)
미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의 동갑내기 대학원생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둘은 기존의 인터넷 검색이 너무 느리고 정보의 유용성도 낮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새로운 검색엔진을 공동 개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은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과 가장 가까운 결과부터 보여주는 검색엔진을 고안했다. 중요한 학술논문일수록 인용하는 횟수가 많은 학술논문 인용방식을 인터넷 검색에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두 사람은 24세 때인 1997년 인바운드 링크의 숫자에 따라 자동으로 순위를 매기는 ‘페이지 랭크(Page rank)’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스탠퍼드대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험한 검색 서비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 이 새로운 검색엔진을 야후나 알타비스타에 팔려고 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당하자 실리콘밸리에 있는 친구의 창고를 빌려 1998년 구글을 설립했다.
작품 아닌 경험을 만든다구글은 30억개가 넘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중요도 순서대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놀라운 성능으로 불과 2년 만에 야후를 제치고 세계최고의 검색엔진으로 등극했다. 구글은 그 후에도 2005년 모바일 인터넷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2006년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2007년 온라인 마케팅회사 더블클릭, 2009년 모바일 광고회사 애드몹을 인수했다.
이어 2011년에는 80년 전통의 모토롤라를 125억 달러(약 13조5000억원)에 사들이는 등 100여 개 기업을 인수했다. 창업 15년 만에 구글은 현재 세계 검색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검색엔진의 절대강자이자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 이름인 ‘구글’은 ‘검색하다’라는 일반 동사로까지 등극했다.
구글이란 회사 이름은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구골’을 잘못 표기한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악해지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 정장 없이도 진지해 질 수 있다. 일은 도전이어야 하고 도전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훈이 말해주듯 구글은 독특한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먼로파크에 자리 잡은 구글 본사는 구글플렉스 또는 구글캠퍼스로 불린다.
유명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 카페테리아에 수영장·배구장까지 갖춰 놀이공원같이 꾸며놓았다. 직원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를 달성하면 업무시간 중에 수영장에서 인공 파도타기를 즐기거나 마사지를 받는 것도 허용된다. 그런데 구글캠퍼스에선 만세 부르듯 두 팔을 치켜 든 사람 모양의 조형물이며 캠프파이어를 하는 사진이 유달리 많이 눈에 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조형물과 사진은 ‘버닝맨(Burning Man) 페스티벌’에서 유래했다. 버닝맨은 미국의 노동절을 앞두고 매년 8월 말 네바다주 리노 주변의 블랙록(Blackrock) 사막에서 일주일 동안 펼쳐지는 ‘창조·자유·무소유’의 축제다. 올해는 8월 26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렸다.
전 세계에서 6만9000명이 이 축제에 참가했다. 한 여름 사막 한가운데 15m가 넘는 사람 모양의 구조물이 세워지고 창의적인 예술가와 전위적인 뮤지션,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몰려들어 자유롭게 퍼포먼스를 벌이거나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다양한 설치물을 공동 제작한다.
행사는 상업성을 철저하게 배제해 스폰서의 도움을 일절 받지않는다. 주최 측은 땅과 화장실, 의료서비스 정도만 제공할 뿐이다. 마실 물과 음식, 잠자리,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수 있는 쉼터 등 필요한 것은 모두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도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협업을 통해 몇 개의 신문사와 수십 개의 인터넷 방송국, 수백 개의 ‘테마 캠프’가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100~250달러의 참가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창작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관람객이다.
버닝맨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인 토요일이다. 참가자들은 버닝맨의 상징인 커다란 사람 모양의 구조물과 함께 공들여 만든 거대한 설치물을 모두 불태우며 캠프파이어를 즐긴 뒤 뿔뿔이 흩어진다. ‘버닝맨’이란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수천 달러의 돈과 노력을 쏟아 부어 만든 작품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상상만 해온 새로운 세상을 낯선 이들과 같이 만들어 본 기억과 이 축제를 통해 맺어진 참가자들 간의 인연과 네트워크는 계속 발전해 간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사람들은 버닝맨 축제를 통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같이 만든다’고 평했다.
버닝맨 축제는 1986년 정원사인 래리 하비가 하지(夏至)를 기념해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친구들과 함께 2m가 넘는 나무 인형을 만들었다가 불태우는 캠프파이어를 벌인 데서 시작됐다. 화재를 우려한 당국의 요청으로 1990년부터는 장소를 네바다주의 사막으로 옮겼다.
래리 하비가 제시한 누구나 환영하기, 창조적 협동과 협업, 조건 없는 선물주기, 자립, 거침없는 자기표현, 책임감, 참여, 즉시성 등의 10가지 원칙은 개방과 창조성, 공유, 혁신이라는 실리콘밸리의 핵심적인 문화와 맥이 닿아있다.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문화적 에너지가 버닝맨 축제로부터 공급된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구글을 창업하기 전부터 버닝맨 축제에 매년 참가했다. 구글을 창업한 직후 열린 버닝맨 축제에 직원들과 같이 참가했다. 특정 기념일이나 유명인의 삶을 기리기 위해 로고 디자인을 바꾸는 ‘구글 두들’ 서비스도 1998년 버닝맨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잠시 회사를 비운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에릭 슈미트도 버닝맨 축제에 해마다 참가했다.
이 덕에 구글에 전격 영입됐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에릭 슈미트가 버닝맨 축제에 매년 참가한 매니어였다는 것을 알고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버닝맨 축제에 참가한 사람은 구글 입사면접 때 가산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드 터너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구글은 버닝맨 축제를 자신들의 문화 인프라로 본다. 기업 문화가 ‘축제’인 구글의 등장은 인터넷이 완전히 문화적 이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2005년 봄 생애 마지막 연설이 된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늘 배고프게, 늘 바보같이 우직하게 살아라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유명한 문구로 마무리했다. 사실 이 문구는 1968년 히피문화의 대부였던 스튜어트 브랜드가 창간한 ‘지구 백과(The Whole Earth Catalog)’의 폐간호에 실린 글귀였다. 지구백과는 잡스가 ‘35년 전 구글 버전’이라고 소개할 만큼, 생태계 보존을 위해 자급자족하는데 필요한 온갖 잡다한 지식과 도구 등을 카탈로그 형태로 소개하는 잡지였다.
히피문화는 실리콘밸리의 뿌리지구백과는 1974년 폐간될 때까지 당시 주류 문화에 대항해 의식의 전 지구적 확장, 자연으로의 회귀, 최소한의 소비, 환경친화적 삶, 공동체 생활 등 히피가 지향하는 문화적 코드를 실리콘밸리에 전파했다. 이 잡지는 미국 서부지역 히피 공동체에 필요한 잡학 지식을 공급했다.
젊은이들은 지구백과를 탐독한 뒤 미래 기술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그중에는 청소년기를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도 있었다. 잡스는 세계 최초로 개인용컴퓨터(PC)를 만들었다. 복잡한 명령어 대신 그림으로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그래픽인터페이스(GUI)에 이어 극도로 단순한 디자인에 터치만으로 조작하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도 잇따라 내놓았다.
오늘날 위키피디아나 클라우드 소싱을 탄생시킨 ‘모든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는 인터넷 정보 공유 운동도 지구백과의 히피문화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애플과 구글이 세계적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문화적 뿌리가 미국 서부의 대항문화인 버닝맨 축제와 히피문화라는 역설을 화두로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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