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 희망의 색, 절망의 색

시각예술의 핵심은 형태와 색입니다. 사진은 여기에 빛이 더해집니다. 빛은 색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진은 빛에 무게를 둡니다. 사진의 세 가지 요소는 형태와 색, 그리고 빛입니다. 괴테(1749~1831)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편지글 형식의 소설입니다. 베르테르의 슬픈 사랑 이야기에는 ‘푸른 연미복과 노란 조끼’가 등장합니다. 변호사인 베르테르는 어느 봄날 상속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시골마을을 찾습니다. 판사의 딸인 로테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습니다. 공사관 비서로 일하던 베르테르는 관료적 인습에 반항하다 파면되는 고통까지 겪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로테를 찾아갑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린 그녀의 행복한 모습은 베르테르를 더욱 비참하게 만듭니다. 귀족사회에 대한 울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신음하던 베르테르는 결국 자살을 택합니다. 소설 말미에는 베르테르의 자살 장면이 묘사됩니다.
푸른 연미복은 슬픔, 노란 조끼는 희망‘베르테르는 책상을 마주하고 앉은 채로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던 모양입니다…(중략)…그는 단정하게 옷을 입고 장화를 신은 채였습니다. 푸른 연미복에다 노란 조끼였습니다.’ 괴테는 세상을 떠나는 베르테르에게 푸른 연미복과 노란 조끼를 입혔습니다. 두 가지 색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17세기 중반 영국의 뉴턴(1642~1727)은 색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색은 빛을 통해 나타나며 태양광에는 무지개의 일곱 색깔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프리즘에 비쳐지는 빛은 무지개 색인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색으로 나타나며 이를 ‘스펙트럼’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물체의 고유한 색은 빛을 반사하고 흡수하는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장미꽃이 붉게 보이는 것은 장미가 붉은색 이외의 다른 색을 전부 흡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독일의 괴테는 천재 문학가로 추앙 받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색채 이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건 잘 모릅니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거장들의 미술품에 감명을 받고 색채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색이 사람의 정서와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마침내 색채론(Zur Farbenlehre,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12)을 저술하고 독자적인 색이론을 펼쳤습니다. 그는 “색채 현상에 대한 자유로운 관점을 폭력과 명성으로 억눌러 왔던 뉴턴 이론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며 뉴턴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괴테는 ‘푸른 연미복과 노란 조끼’의 색인 노랑과 파랑을 중심으로 색채론을 서술했습니다. 노랑은 빛의 색으로 ‘따스함, 희망, 기쁨’ 등을 상징합니다. 반면에 파랑은 ‘차가움, 냉정, 우울, 고독’을 뜻합니다. 푸른 연미복과 노란색 조끼는 이런 ‘색감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회에서 버림받고 사랑에 절망한 베르테르의 슬픔이 ‘푸른색 연미복’으로 대변된다면 그럼에도 죽어서라도 사랑을 성취하고 싶은 희망의 감정을 ‘노란색 조끼’에 담은 것입니다.
감성적·극적인 메시지 담을 수 있어노랑과 파랑의 이미지는 베르테르와 마찬가지로 자살을 기도하다 숨진 고흐의 작품에서도 발견됩니다.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1889)’ ‘밤의 카페(1888)’에서 노랑과 파랑이 공존합니다. 특히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사진1)’은 고흐가 권총자살을 택했던 곳입니다.
‘아버지와의 불화, 사랑의 실패, 고갱과의 깨진 우정, 동생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었던 재정적 궁핍 등으로 인해 그는 늘 역경에 부딪혔고 그때마다 죽음을 생각했지만, 동시에 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삶의 이유를 그림을 그리는 데에서 찾겠다는 희망을 갖고, 그는 삶과 죽음 간의 기로에서 늘 줄다리기 하는 심정으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시

색감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색채론은 인간의 보편적인 색감정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해와 달, 별은 노란색 계열입니다. 사람들은 일출을 보면서 희망을 느끼며,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곤 합니다. 파란색은 어둠의 색입니다. 우리는 짙푸른 밤에 혼자 내몰렸을 때의 고독이나 절망, 공포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색감정은 색에 대한 내재된 경험이나 트라우마가 무의식 중에 작용하는 것입니다.

거미는 끈적끈적한 거미줄을 토해 먹이를 사냥합니다. 거미줄은 덫입니다. 어두울수록 거미줄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들은 옴짝달싹 못하고 눈을 빤히 뜬 채 먹이가 됩니다. 우연일까요. 콘크리트 벽에 번져 나온 붉은색 페인트가 거미와 겹쳐집니다. 강렬한 유‘ 혹’의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사진3> 은 의사이자 사진가인 곽상운의 ‘나무’입니다. 역광을 받은 나뭇잎이 투명한 녹색 빛을 띱니다. 패턴으로 반복되는 단풍나무의 리듬이 경쾌합니다. 일상사에 찌든 스트레스를 날리는 ‘유쾌·통쾌·상쾌’한 색입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의사들의 수술복이 녹색입니다. 녹색은 심리적으로 긴장을 풀어주며 집중력을 높이는 색이라고 합니다. 수술 과정에서 붉은 색 피에 지친 시신경을 쉬게 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의사인 곽상운이 매일 현충원을 산책하며 초록의 이미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사진3>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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