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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작품 3D 프린터로 복제한다?

미켈란젤로 작품 3D 프린터로 복제한다?

3D 프린팅 기술이 향후 첨단기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금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으로 전문가이라고 전망한다.



“3D 프린터는 거의 모든 제조방법을 혁신할 것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관련 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3D(3차원 입체) 프린팅이 제2차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 만에 새로운 산업혁명을 불러올 획기적인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영국 교육부는 7월 초등학교 기술교육에 3D 프린터 활용능력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3D 프린팅이란 컴퓨터에 입력된 설계도에 따라 재료를 한 층 한 층 쌓아가는 방식으로 물건을 찍어내는 기술이다. 모델을 신속하게 제작해서 ‘쾌속조형(Rapid Prototyping) 기술’ 또는 재료를 층층이 쌓아 형태를 가공해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이라고 불린다. 획기적 기술로 보이지만 글로벌 제조업체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3D 프린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983년 미국의 발명가 찰스 헐이 최초의 3D 프린터를 발명했다.



3D 프린팅 혁명은 첨단 소재 덕분국내에서는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창립 멤버 유석환 로킷 대표와 벤처사업가로 변신한 한국 최초 우주인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3D 프린팅 사업에 뛰어들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88년 설립된 미국 스트라타시스는 이 분야에서 500개가 넘는 국제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3D 프린터 1위 업체다. 대니얼 톰슨 한국·오세아니아 총괄 매니저는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으로 찍어 낼 수 없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럼 다이아몬드도 찍어낼 수 있을까. 그는 “(복잡한 구조로 인해)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이라며 웃었다.

기술로만 보면 새로울 것 없는 3D 프린팅 기술이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주목 받는 이유는 ‘소재 혁명’이다. 톰슨 총괄 매니저는 “액체 원료를 분사하며 층층이 쌓아 모양을 만든 후 (자외선이나 레이저로) 굳혀 모양을 만드는 3D 프린터의 기본 원리는 가정에 있는 잉크젯 프린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과거에는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얼마 안 돼 크게 주목 받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호주 멜번 출신의 톰슨 총괄 매니저는 대학 졸업 후 영국의 산업용 부품 샘플 및 금형 제작 업체 CRDM에서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일하며 3D 프린터와 친숙해졌다. 이후 이스라엘의 3D 프린터 제조업체 오브젯의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및 채널 담당 이사 등을 역임했고 오브젯이 지난해 12월 스트라타시스와 합병되며 스트라타시스로 자리를 옮겼다.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많으면 그만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 톰슨 총괄 매니저는 “스트라타시스가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53%로 높은 것은 무엇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업계 최다인 130여 가지 가용 소재 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3D 프린팅 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시기도 소재기술의 발달로 3D 프린팅 기술의 적용 분야가 넓어진 시점과 겹친다.

지난 5월 국내에 진출한 3D 프린터 전문기업 브룰레코리아의 더글라스 오스틴 크론 대표는 “점차 다양한 물질로 ‘입체출력’이 가능해지면 관련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도 그만큼 넓어진다”고 말했다. “아직 플라스틱 외에 다른 소재는 사용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금속으로 입체출력을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품을 원본과 똑같이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웃음)

2006년 일본에서 설립된 브룰레코리아는 개인용 3D프린터 전문기업 메이커봇의 한국과 일본 총판을 맡고 있다(스트라타시스는 지난 6월 메이커봇을 인수했다). 크론 대표는 “기술 발달로 중저가 3D 프린터가 널리 보급되면 ‘어른의 장난감’으로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했다. “요즘 3D 프린팅에 대한 시장과 언론의 반응은 PC가 등장했을 때처럼 대단하다. 향후 5~10년 간 큰 변화를 겪으며 많은 업무가 가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브룰레코리아가 판매 중인 보급형 3D 프린터의 가격은 700~5000달러 선이다. 원료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가격은 1㎏에 700달러 정도다. 크론 대표는 “1㎏이면 상당히 많은 휴대폰케이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재료 값이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자동차 부품 등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됐던 3D 프린팅 기술은 스마트폰 케이스와 디자인 소품, 치아 교정기 등 비교적 단순한 분야는 물론 우주 식량과 인체 근육 및 장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상용화됐거나 접목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얼굴 재건에 3D 프린터 활용미 항공우주국(NASA)이 연구중인 ‘음식 프린터’는 식품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영양분을 가루 형태로 넣어 3D 프린터의 잉크를 대신한다. 반죽과 토핑을 각각 인쇄한 뒤 익혀 피자를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료분야다. 최근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3D 프린터로 제작한 두개골 임플란트를 환자에게 삽입하는 수술이 성공했다. 3D CT 촬영 후 3D 프린터로 전송하면 두개골과 유사한 강도와 밀도를 가진 임플란트를 출력할 수 있다.

국내에선 지난 5월 성균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가 부비동암 얼굴 재건 수술에 3D 프린터 기술을 사용했다. 부비동암은 비강 주위에 생긴 암으로 얼굴이 주저앉지 않도록 다른 부위의 뼈를 이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CT 자료에만 의존하면 정확한 얼굴 골격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훨씬 더 정밀한 수술을 할 수 있다.

장기가 필요한 사람의 신체에 꼭 맞는 조직을 찍어내는 ‘바이오프린팅’은 입체 프린터 기술의 정수다. 이를 위해서는 살아 있는 잉크가 필요하다. 특수의료 젤 안에 세포를 섞어 사용하는데 이미 연골과 뼈·피부·혈관·간 등 조직을 원형 그대로 뽑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입체 프린팅 업체 오가노보는 간 조직을 작은 조각으로 출력해 약품 개발에 활용한다. 미 텍사스대에서는 유방절제수술을 한 여성들이 자가 지방을 입체출력해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줄기세포를 ‘잉크’로 사용하는 기술은 바이오프린팅의 꽃으로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지난 3월 3D 프린팅 기술로 플라스틱 신발 밑창과 스파이크 등을 만든 축구화 ‘베이퍼 레이저 탤런’을 선보였다. 보잉은 300개 정도의 소형 항공기 부품을, 노키아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3D 프린터를 이용해 고객이 직접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포드·피아트 등 자동차 업체도 부품과 시제품 개발에 3D 프린터를 활용한다.

3D 프린팅 바람은 패션 업계에서도 거세다. 스트라타시스는 지난 7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구두를, 8월 도쿄에서 열린 ‘유이마 나카자토 2014 컬렉션’에서는 의류를 선보였다. 톰슨 총괄 매니저는 “새로운 물질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소재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오랫동안 3D 프린팅 기술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기계의 성능 향상과 보다 저렴한 프린터의 보급도 한몫할 것이다.”



2019년까지 시장규모 3배 성장 전망미국 컨설팅기업 홀러스 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는 올해 22억 달러(2조3573억원) 규모인 세계 3D 프린터 시장이 연평균 29%씩 성장해 2019년에는 6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리서치 업체 가트너는 2016년까지 전 세계 제조업체 중 최소 25%가 넘는 기업에서 부품 생산 과정에 3D 프린팅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 세계 3D 프린터 출하량(10만 달러 미만 기준)도 지난해(3만8002대) 대비 49% 늘어난 5만6507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75%의 성장률을 기록해 총 9만8065대, 2015년에는 두 배로 늘어나 19만4642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3D 프린터의 산업별 점유율은 소비재·전자제품이 20.3%로 가장 높고 다음은 자동차·운송(19.5%), 의료(15.1%), 항공·우주(12.1%) 순이다. 국가별 시장점유율에서 우리나라는 2.2%에 불과해 미국(38.3%), 일본(10.2%), 중국(8.6%)에 크게 뒤졌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 관련 제조 기법을 연구하는 국립 AM혁신연구소(National Additive Manufacturing Innovation Institute, NAMII)를 설립한데 이어 15개의 관련 허브를 증설할 계획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도 연구소를 중심으로 3D 프린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쿤산에는 20개 3D 프린터 개발회사와 연구소가 밀집해 있고 영국은 셰필드대학에 3D 프린터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다. 3D 프린팅 도입할 경우 최대 하루 정도면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 제품을 보다 빨리 시장에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모형 제작에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기업이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3D 프린팅산업의 육성을 위해 개최한 ‘3D 프린팅산업 발전전략 포럼’에 발기인으로 참석한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차 등이 있었다.

문경준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3D프린터 산업의 높은 기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3D프린터 관련 기업들의 기업규모는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인 경우가 많다”며 “산업성장의 의미 있는 신호가 아직 부족한상황에서 관련주의 분산 투자보다 향후 시장을 선도할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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