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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그 함정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그 함정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복지는 국가의 의무,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한다. 선별적 복지를 설명하는 이들은 ‘복지는 국가의 배려 또는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도구’라고 한다.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전자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형 복지이고, 후자는 후진국형 복지라는 설명엔 동의하기 어렵다.

복지란 그 나라 형편에 따라 하는 것일 뿐 후진국형 복지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재원이 넉넉하면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그렇지 못하면 저소득층에 국한하게 마련이다.

병실료를 나라가 대주고 간병비도 공짜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뤄 업무가 마비될 것이다. 공짜를 남발하면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도 급증한다. 그러면 세금 낭비는 심해지고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 보편적 복지가 안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다. 복지정책은 꼭 필요한 사람만을 겨냥해야 한다. 나라 빚이 500조원, 공기업 빚이 500조원에 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는 말이다.

싼 전기요금도 광의의 보편적 복지다. 전기 생산원가가 100인데 90으로 공급하면 한국전력에는 10이란 적자가 쌓인다. 정부는 국민들의 물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그 결과 한국전력 적자가 96조원에 이르렀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은 요금을 물리면 소득구조에 역행한다. 능력 있는 사람에겐 요금을 생산원가 이상으로 받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일정 비율을 깎아주거나 쿠폰 같은 걸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하철이나 철도 요금도 마찬가지다.

내년 복지예산이 마침내 100조원을 넘어선다. 올해보다 8조5000억원 늘어난 106조원이다. 본예산 358조원 가운데 약 30%다.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복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증세는 없다는 입장이다. 재원 충당에 대해 물으면 불요불급한 예산을 깎고, 지출의 낭비요소를 줄이고, 탈세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과거 정권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증세효과는 크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방향을 조금 틀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을 소득상위 30%는 제외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상한 논리를 폈다.

11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65세 이상에게 20만원씩 주기로 한 대선 공약은 당시 그 정도는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약을 위해서는 358조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 가운데 10조원 미만만 확보하면 되는데 그걸 못한 건 정부의 예산조정능력 부족 탓”이라고 비판했다.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건 금액이 아니라 논리와 재원조달에 관한 문제가 아니던가. 복지수요는 엄청 밀려 있는데 이건희 회장이나 빌딩 가진 노인에게도 매달 20만원씩 줘야 하느냐는 말이다. 더구나 올해만 해도 예상보다 세금이 20조원이나 덜 걷힐 것이라고 한다. 올해 나라 빚은 480조원, 내년에는 처음으로 500조를 넘어 515조원에 달할 거라고 한다. 더욱 중요한 건 일단 제공한 복지혜택은 축소하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계산상 가능했기에 그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만큼 무책임한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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