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ENTERPRISE - 세계 어디서나 맛보는 파리바게뜨

ENTERPRISE - 세계 어디서나 맛보는 파리바게뜨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진출 성공한 데 이어 미국과 동남아 시장 노린다
파리바게트 미국 팔로알토점은 백인 고객의 비중이 60%를 넘는 반면 한인은 5%도 되지 않는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한국 기업에 있어 최고의 수출 시장이다. 인구가 많을 뿐아니라 급속한 경제성장 덕분에 구매력도 날이 갈수록 증가한다. 지금껏 수많은 한국기업이 중국 진출을 시도해 온 이유다. ‘노다지’를 방불케 하는 중국 시장이지만 진입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은 가히 만리장성을 방불케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한국 기업이 진입했다가 실패해 발걸음을 돌렸다.

소매 부문에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이마트가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SK그룹은 중국 진출을 위해 지주회사 SK차이나컴퍼니를 설립하고 2010년부터 2년 간 4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2013년 초 주재원 약 50명 중 40명이 철수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던 LG전자와 팬택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대우인터네셔널은 1993년 설립한 자회사 산둥시멘트를 2012년 6월 매각했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엔씨소프트도 중국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전자 산업, 게임 산업조차 어려움을 겪는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국산 브랜드는 다름아닌 빵이다.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낸 SPC그룹의 제과제빵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2013년 2월까지 매장을 총 124개로 늘렸다. 2011년 12월 73개였던 매장 수가 2년만에 50개 이상 증가했다. 현재 난징, 다롄 등지에도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향후 동북 3성과 화서, 화남 지역에 진출해 2015년까지 500개 매장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사업시작 후 4년 연속 ‘중국의 떠오르는 제과점(中国明星饼屋)’ 상을 수상했으며, 음식점 평가 서비스업체 따중디엔핑(大众点评)에 의해 10대 중국 제과점으로 선정됐다. 2008년부터 5년 간 중국 상품품질보장협회에서 AAA급 브랜드로 지정됐으며 2013년 7월 CNPP 중국 1위 온라인 리서치에서 10대 중국 제과점으로 선정되는 등 중국 주요 제과제빵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파리바게뜨가 중국 진출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충분한 현지 시장조사에서 비롯된 진출 전략이었다. 파리바게뜨는 1996년부터 중국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해 수 년 동안 식음료와 외식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했다. 2002년에는 아예 본사 전문가 10여 명이 상하이에 2개월 간 상주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의 역량부터 소비자의 소득수준과 소비성향, 해당 지역의 경제력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뒤 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시장 조사 결과 ‘중국인들이 먹을 만한 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파리바게뜨는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을 공략했다.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고급스럽고 맛있는 빵을 제공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루아상, 단팥빵, 소보루빵 등 대표적인 제품들이 경쟁 브랜드에 비해 약 10~25% 정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샌드위치류 제품은 경쟁 브랜드 제품 판매가의 약 2배 수준으로 책정하되 품질을 한층 높였다.

이런 전략 덕분에 파리바게뜨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황희철 파리바게뜨 중국사업부 본부장은 “파리바게뜨는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하겐다즈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파리바게뜨의 빵을 즐겨야 진정한 현대 도시 여성’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백화점, 쇼핑몰 위주로 매장을 출점하는 파리바게뜨의 전략이 고급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파리바게트는 2012년 9월 싱가포르에 첫 점포를 열었다.
파리바게뜨는 베이징 유명 쇼핑가인 더 플레이스, 왕푸징 등 주요 도시 중심 상권과 고급 주택가를 공략했다. 고객 확보를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케이크 만들기 교실을 열고 마일리지 제도 도입, 메신저 앱을 통한 무료 커피 쿠폰 증정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중국인의 입맛에 맞춘 맛 현지화 전략 또한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중국인들은 전반적으로 피자빵 같은 조리빵류나 바삭한 페이스트리류 제품을 선호한다. 빵에 분쇄한 고깃가루를 얹은 ‘육송’ 빵도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황 본부장은 말했다. “특히 중국인 이 좋아하는 3가지 ‘조리빵, 페이스트리, 꼬치구이, 육송, 치즈’ 를 조합해 개발한 ‘꼬치페이스트리’는 중국 파리바게뜨의 대표 제품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마늘 향이 가득한 ‘마늘바게뜨’도 인기다.”

파리바게뜨는 중국 진출 성공에 힘입어 미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미 2002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5년 10월 LA 한인타운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 LA와 뉴욕을 중심으로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총 30개다. 2013년 10월에는 미국의 핵심 상권인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 40번가에 매장을 출점하며 본격적인 미국 주류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파리바게뜨는 2014년 조지아,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메릴랜드, 하와이 등에 추가로 진출할 예정이며 향후 2020년까지 가맹 사업을 포함해 미국 전역에 총 1000개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2005년 10월 LA 한인 타운에 문을 연 파리바게뜨 미국 1호점은 교민들을 대상으로 새롭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서부 세리토스점의 경우 교민들은 물론 인근 롱비치와 뉴포트 비치 등에서 빵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 현지인 고객이 하루 1000여명에 달한다. 팔로알토점은 백인 고객의 비중이 60%를 넘으며, 한국인 비중은 5%도 되지 않는다. 또한 2007년에 개장한 미동부 1호점인 뉴저지 팰리세이드점은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미 동부 지역에 출점한 점포라는 점에서 한인 지역 사회의 큰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2008년에 오픈한 뉴저지 포트리점도 외국인 고객이 40%가 넘어설 정도로 현지인 고객의 점유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플러싱점은 현지 중국인들의 비중이 90%에 달할 만큼 화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10년 9월에는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에 맨해튼점을 열었다. 2012년 3월 베트남 호찌민에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까오탕점’을 통해 동남아 진출의 신호탄을 쏴 올렸으며, 2012년 9월에는 싱가포르에도 첫 점포를 열었다. 향후 북미와 인도네시아 등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2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3"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4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

5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바이오 진출 이어진다…신약개발 자회사 ‘에이엠시사이언스’ 설립

6공동 사냥한 게임 아이템 ‘먹튀’ 소용없다…”게임사가 압수해도 정당” 판결 나와

787억 바나나 '꿀꺽'한 코인 사업가..."훨씬 맛있다"

8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소송 이어져…캐나다 언론사 오픈AI 상대로 소송

9'진영이 형이 돌아왔다' 56% 급등 JYP...1년 전 발언 재소환

실시간 뉴스

1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2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3"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4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

5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바이오 진출 이어진다…신약개발 자회사 ‘에이엠시사이언스’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