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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 몰려온다

Special Report -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 몰려온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연구개발 투자 … 한·중 95개 주요기술 격차 1.9년 불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행사에 설치된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화웨이 부스. 화웨이는 중국에서도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으로 스마트폰 품질에서 한국 기업을 바짝 뒤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휴대폰은 중국 기업이 만든다. 화웨이가 6월에 내놓은 ‘어센드(Ascend) P6’이 6.18mm로 신기록을 세우자 비보(vivo)가 8월에 5.6mm의 ‘X3’를 내놓아 ‘초박형’ 타이틀을 가져갔다. 2월에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화웨이·ZTE 등 중화권 제조업체가 얇고 가벼운데다 프로세서 성능, 카메라 화소 등 사양 면에서 삼성전자·애플에 밀리지 않는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가격도 30% 가량 저렴해 눈길을 끌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저가형 제품을 제조해 내수 시장에서부터 내공을 키운 중국 기업은 자국 정부의 기업 육성정책을 발판 삼아 빠르게 성장했다. 김동하 부산외국어대 중국지역통상학과 교수는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가 국유은행을 통해 기업에 저리 대출을 해주거나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핵심기술개발에 투자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내수 시장에서 쌓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급 제품군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중국 기업이 보이는 자신감의 이면에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축적한 연구개발(R&D) 역량이 있다. 스마트폰 업계 진출 3년 만에 세계 시장점유율 3위에 오른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중에서도 연구개발과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는 회사로 꼽힌다. 다른 중국 통신기업과 달리 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자체 기술을 개발했을 정도다.

전체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7만명의 연구인력이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미국·스웨덴·인도네시아·아일랜드 등지에서 일한다. 이 회사는 연 매출의 10% 수준인 5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인력 비중이 30%가 채 안 되고 매출의 6.2%정도를 투자하는 것과 비교된다.

LG경제연구원의 박래정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중저가 시장에서 매출을 늘린 덕에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넉넉해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한국·대만 엔지니어 스카우트중국 기업이 빠르게 기술력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전폭적인 투자다. 지난해 글로벌 연구개발 총액 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이며, 일본과 중국이 각각 11.2%, 14.2%를 차지했다.

중국은 2011년 연구개발 투자에서 일본을 처음 앞질렀다. 2010년 12.0%, 2011년 13.1%로 비중을 빠르게 늘렸다. 중국에는 과학 분야 연구인력만 320만명이 넘고, 이공계 석·박사 졸업자가 17만명이 넘어 연구개발 분야에 인력 공급이 원활하다.

대만·한국 등의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중국 기업이 한국을 바짝 뒤쫓는 산업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분야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시설 투자에 힘입어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선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의 엔지니어를 고용해 기술력을 키웠다.

LCD 대형 제조공장을 지은 BOE가 대표적이다. 업계의 우려를 떨치고 지난해 흑자 전환하며 저력을 과시한 이 회사는 몇 년 전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을 위해 대만과 한국에서 인력을 영입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장비회사들과도 접촉을 늘리고 있다. 최근 옥사이드(Oxide) TFT와 소형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도 발표했다.

코트라(KOTRA) 상하이 무역관의 김명신 차장은 “중국 기업이 선호하는 기술력 확보 방식 중 하나가 해외 기업 인수”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경기침체를 틈타 가치가 떨어진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건설장비 업체인 샨이중공업은 3억6000만 유로에 독일 최대의 레미콘 업체 푸츠마이스터를 인수했다.

산둥중공업은 자회사를 통해 세계 2위의 지게차 제조업체인 독일 키온그룹 지분 25%를 인수하는데 약 1조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이 올 들어 10월까지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들인 돈은 562억 달러에 이른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다.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신규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선진국의 앞선 기술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한국 기업이 경쟁 심화,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를 고민하는 사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격차는 2008년 3.3년, 2010년 2.5년으로 줄었다. 차세대 정보보호기술과 차세대 초고성능컴퓨팅기술은 1.3년 차이에 불과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에서도 차이가 줄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12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2년도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2010년 95개 기술을 대상으로 평가할 당시 한국이 2.5년 앞섰던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1.9년으로 단축됐다.



“한국 10년 걸린 일, 중국 1년 만에 쫓아와”그럼에도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중국과 비교해 답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1000여개 상장사의 매출 중 R&D 비용은 1.2%에 불과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규모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2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연구개발 비용을 많이 쓰는 삼성전자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사라진 시대를 생각보다 빨리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 한다.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MBA 교수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술 기업을 흡수한 중국 기업은 우리가 10년 걸려 일본을 쫓던 것도 1년 만에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IT·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난립하는 기업들을 묶어 대기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전 교수는 “구조조정을 통해 중국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제조단가가 더 떨어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쫓아오지 못할 수준의 기술력에 도달하도록 지속적으로 개발을 하거나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제품군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김명신 차장은 “성장하는 신흥 소비시장을 고려해서라도 국내 기업이 수출 전략을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기업의 전략 변화를 눈 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교수는 “중국 IT기업이 최근 내놓은 저가형 태블릿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로 창출한 사례”라면서 “우리 기업도 지금껏 간과한 시장을 재발견하거나 그동안 없던 기술로 승부를 겨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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