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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낯설고 참신한 경험에 지갑 연다

Management - 낯설고 참신한 경험에 지갑 연다

커피전문점에 자동차·예술작품 전시 … 소비자에게 오락·여가 공간 제공해야



오프라인에선 구경만 하고 온라인으로 검색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들을 일컫는 ‘쇼루밍족(showrooming)’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온라인 판매가 주요비즈니스 모델인 기업들은 쾌재를 부른다. 반대로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던 업계에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시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배가 새로운 바람을 맞았을 때 방향을 수정하듯,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시장 트렌드에 맞춰 점검할 필요는 있다.

올해 기존 유통업이나 새롭게 등장하는 유통채널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할 핵심 과제는 ‘얼마나 풍부하게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 집 안에서 클릭 한 번이면 웬만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소비자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는 유인책으로 ‘즐거운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를 어떻게 집 밖으로 끌어낼 것인가?이미 여러 유통 채널에서 소비자에게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커피전문점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커피 전문점은 그 어떤 공간보다도 손쉽게 소비자 체험형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거리에 위치한 ‘커피빈’에는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전혀 다른 업종의 두 기업, 커피빈과 현대자동차가 커피빈 카페 안에 자동차를 전시하는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자동차 매장에 선뜻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도 카페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신차를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압구정의 ‘풋루스’는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임과 동시에 전기자전거를 파는 자전거 가게이기도 하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프로듀서 테디(가수 원타임 멤버)가 운영하는 ‘투썸커피 홍대점’은 커피뿐만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의 예술 작품까지 판매하는 복합 예술공간이다.

전혀 뜻밖의 장소가 유통 채널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사람들은 외식을 하러 간 식당에서 농산물을 구입한다. 지난해 7월 판교에 문을 연 ‘계절밥상’은 한식 아이템과 뷔페 서비스를 결합한 ‘한식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한식과 뷔페의 만남보다 더 이색적인 특징은 바로 식당 안에서 농민들이 직접 기른 농작물을 직거래하는 ‘계절장터’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계절장터는 이 식당에서 쓰이는 식자재가 안전한 우리 농산물이란 것을 입증한다.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은 안심하고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식사 후 바로 우수 농작물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

호텔이 전자제품·화장품·와인, 심지어 연극 티켓을 판매하는 채널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메리어트호텔서울은 ‘피크닉 패키지’를 만들면서 농심의 간식과 삼성의 스마트카메라가 든 피크닉 세트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피크닉 가방을 대여한 사람들은 호텔 근처의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제품을 직접 써봤다.

피크닉 패키지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연극표가 들어있는 피크닉 패키지’ ‘OPI의 최신 네일 제품이 들어있는 피크닉 패키지’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제품을 마주하는 즐거움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것이다.

매출 부진에 고심하던 기존 유통업체에선 이미 소비자 경험형 공간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선 부가 서비스로 취급하던 체험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집객을 유도한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의 ‘뽀로로 테마파크’는 개장 이후 집객의 일등공신이 됐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딸기키즈카페’와 ‘한솔어린이뮤지엄’도 교육과 놀이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며 가족 단위 고객의 발길을 모았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도 아이스링크 개장 후 방문객이 늘어나 입점한 식당가와 카페 매출이 덩달아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식자재를 구매하면서(grocery) 맛있는 요리도 먹는(restaurant), 그로서란트(grocerant)도 강조된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2012년 기존 식품관을 ‘고메이 494’로 바꿨고, 현대백화점 서울 무역센터점도 지난해 식품관 리뉴얼을 했다. 2011년 뉴욕의 식품전문점 ‘단앤 델루카’를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에선 최근 전국 유명 지역의 대표 먹거리와 홍대 등지에서 인기를 얻은 각종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특설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롯데백화점도 올 상반기 오픈 예정인 에비뉴엘 잠실점에 프리미엄 식품관 ‘펙(Peck)’을 선보인다. 수 백가지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에서 때 아닌 먹거리 전쟁이 한창인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오는 사람들로부터 다른 제품의 구매까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찾아 아예 시 외곽으로 매장을 옮기는 전략도 유효하다. 근처에 바람을 쐬러 오거나 레저활동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덩달아 상품을 구경하면서 매출 상승에 기여한다. 서울 외곽에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는 프리미엄 아울렛이 대표적이다. 판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롯데와 신세계 아울렛은 각각 이천과 여주에도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며 수도권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쇼핑 대신 즐길 것을 강조하는 복합쇼핑몰도 등장했다. 지난해 경기 고양시에 문을 연 ‘원마운트’는 워터파크와 스노파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임을 강조한다. 여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쇼핑까지 할 수 있는 콘셉트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쇼핑과 외식·업무·놀이·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onestop, all-service) 휴게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하행선에 위치한 덕평휴게소는 유명 18개 아웃도어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몰과 함께 중앙정원·산책로·허브농원까지 마련해 아웃도어 인구를 끌어 모으고 있다.



기존 유통업체도 ‘경험형 공간’ 늘려대부분의 필수 구매를 온라인 쇼핑이 대신하는 환경에서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사러 오라’고 설득하는 방식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구매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장소도 아니다. 소비자의 삶에서 오락과 여가를 담당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어떠한 업(業)을 담당했나’가 아니다.

‘현재 소비자들이 어떠한 업(業)을 담당해주길 원하는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기술주도적 산업이 아니라면 소비 트렌드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진 않기 때문이다. 뱃머리의 조타기(操舵機)를 새로운 방향으로 돌리는 대담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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