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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word cup politics - 카타르가 2022 월드컵 치를 수 있을까

FEATURES word cup politics - 카타르가 2022 월드컵 치를 수 있을까

돈으로 개최권을 매수했다는 의혹 짙어… 40℃가 훨씬 넘는 찜통 더위 속에서 경기를 열어야 한다는 문제점도
카타르는 1971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미니국가였다. 하지만 놀라운 추진력과 집요함으로 2022 월드컵을 유치했다.



2022 월드컵의 카타르 개최 전망에 우려 나아가 경악을 표시할 만도 하다. 또한 그 토후국이 대회 유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보여준 추진력과 집요함에 경탄할 만도 하다. 카타르가 홍보 캠페인에서 강조하는 단어를 빌리자면 이것은 그들의 ‘꿈’이다.

카타르는 1971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미니 국가였다(미국 코네티컷주보다 작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가 200만 명에 육박하며 놀라운 정신력으로 경이로운 변신을 이뤘다. 그들의 월드컵 유치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놀라운 일이다. 카타르인들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뒤떨어진 사람들, 아무런 문화도 없이 거의 떠돌이 생활을 하는 유목민이라고 이웃나라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지금은 비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카타르의 연간 1인당 GDP가 일부 자료에 따르면 15만3000달러 안팎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통계에는 거의 외국인들로 이뤄진 노동자 임금도 포함된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은 일반적으로 이른바 선진국의 법적 최저한도를 크게 밑돈다.

카타르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어마어마하다. 확인된 전 세계 매장자원의 14%다. 카타르는 수입의 70%를 가스수출에서 얻으며 석유 판매수입의 비중은 그보다 약간 낮다. 그러나 축구는 그 토후국이 “세계 무대의 주역(그들의 표현)”으로 발판을 다지는 교두보가 될 것이며 이미 어느 정도는 이뤄졌다. 그리고 불안정한 중동 지역에서 그 국가의 안정을 보장해줄지도 모른다. 중동지역에선 카타르의 집권 알-타니 일가가 약간의 공격을 받거나 어쩌면 실권하더라도 다수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또한 ‘아랍’ 대회가 되리라는 주장도 있다. 카타르인들과 국제축구연맹(FIFA) 내 일부 인사(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이 대표적)의 주장이다. 그런 주장은 좋게 말해 착각이며 솔직히 말해 사실이 아니다. 그 토후국은 아랍의 봄 동안 다양한 반정부 인사들과 반군들을 후원해 왔음이 각지에서 확인됐다.

그리고 지금은 실권한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을 지지하고, 시리아·말리 등지의 이슬람주의 극단주의자나 민병대와 동맹을 맺었다고 알려졌다. 그에 따라 모호하게 분류된 ‘아랍세계’에서 카타르는 갈수록 고립돼갔다.

카타르의 토착인구는 극소수다. 그들이 세계무대의 전면에 나서려면 수천 억 달러를 뿌리는 수밖에 없다.
정치분석가들이 말하는 이른바 ‘소프트’ 파워를 추구하던 알 타니 정권은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동원한 방법을 감안하면 그 권력은 ‘소프트’한 성격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카타르의 토착인구는 극소수다. 군대의 규모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작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1만1800명인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만 명 이상). 그들이 세계무대의 전면에 나서려면 수천 억 달러를 뿌리는 수밖에 없다.

도하뉴스는 2022 월드컵 개최 비용을 2200억 달러로 추산한다. 2010 월드컵 개최를 위해 남아공이 지출한 비용의 70배가 넘는다. 카타르는 유명 브랜드 자산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고급일수록 더 욕심을 낸다. 런던의 해로즈와 파리의 프렝탕 백화점, 런던의 샤드 타워, 런던 증권거래소 등 그 리스트를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그와 같은 탐욕은 석유와 셰일가스 전성기 이후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려는 욕구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파리정치대학의 모하메드 엘 오이피부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낀 이 소국은 오로지 존재하기 위해 행동하고, 생존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여기서 ‘존재’라 함은 알려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세계의 인정을 받는 데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인 축구계의 실력자가 되는 것보다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카타르의 전략가들은 사회·정치적 변혁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축구의 잠재력을 오래 전에 간파했다. 2004년 카타르 축구혁명의 근간으로 꼽히는 어스파이어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그리고 그들답게 돈과 노력을 아낌 없이 퍼부었다.

그들은 프랑스의 명문구단 파리 생제르맹을 인수해 엄청난 현금을 쏟아부어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도 몇몇 얻기를 희망한다. 또한 벨기에 2부 리그구단 KAS 유펜을 인수해 카타르의 어스파이어 축구학교 졸업생들에게 유럽의 경쟁력 높은 축구를 맛 보게 했다.

그들이 바르셀로나 구단을 ‘인수’했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카타르와 그 카탈루냐 구단의 두드러지게 긴밀한 관계가 전통적인 후원계약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한 일류 구단은 상당 지분을 카타르펀드에 양도하라는 제의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2022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그 미니 국가는 지역의 진보적인 지도자로 입지를 다지게 된다. 이것이 적어도 카타르가 공식 성명을 통해 외부세계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들의 성명에는 진보적·현대적·역동적 같은 단어들이 넘쳐난다. 이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아마도 2008년 7월 발표된 ‘카타르국가 비전 2030’일 성싶다. 2018과 2022 월드컵을 위한 입찰신청 절차를 공식 개시하기 6개월 전이다.

2022 월드컵의 카타르 개최는 2010년 12월 2일 FIFA 집행위원회에서 22명의 위원에 의해 결정됐다. 전체 위원 중 14명이 카타르를 지지했고 8명이 미국에 표를 던졌다. 그걸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듯하다. 그 결정이 터무니 없는 비리의 복마전이라 여겨지든 합당하다고 여겨지든 상관 없이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에도 월드컵 개최지를 변경한 적이 있었다. 1986 월드컵 개최지가 멕시코로 변경됐었다. 콜롬비아가 경제·사회적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약속을 지킬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2022 월드컵 개최국으로 카타르가 결정된 뒤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다.



FIFA 내 일부를 포함해 축구계 인사 다수가 아직도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재표결을 환영할 성싶다. 2022년이 아직 멀어 보일지 몰라도 카타르에선 이미 공사가 시작됐다. 실제로 투자규모(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국적기업들이 얻게 될 이익)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루사일 신도시다. 완전히 백지 위에 신도시를 올리는 격이다. 수도 도하 북부의 교외지역에 가까운 모래 언덕 위에 세워진다.

20만 명 가까이가 그곳에서 일하고 생활하게 된다(세계 최장의 쇼핑몰도 들어선다). 건설사는 독일 업체 호흐티에프다. 스페인 컨소시엄 ACS의 자회사다. 다시 말해 레알 마드리드 회장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주인이다. 돈이 꼬이는 곳은 수심도 깊다. 개최지를 다른 나라로 변경하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다수 취소된다. FIFA를 포함해 수많은 관계자들이 소송사태를 맞게 된다. 다시 말해 일찍이 일도양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2010년 12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카타르의 월드컵행 여권이 담긴 봉투를 열기 전부터 2022 월드컵 개최지 표결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몇 주 동안 갖가지 의혹이 나돌았다. 블래터의 개인 보좌관 중 한 명이 일부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까지 했다(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표결 상황을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분석했다. 아무개 위원이 카타르에 표를 던지는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그리고 또 다른 위원, 또 다른 위원이 연루된 루머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정식으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을 뿐이다.

세계 언론 특히 영국 언론이 FIFA의 구린내 나는 이면을 파헤쳤다. FIFA는 세계 최대 축구 잼보리의 개최국을 선정하는 권한을 연금수령자 연령대의 극소수 노인네들에게 부여했다. 표결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렇게 썼다. “아르헨티나축구 연맹(AFA)의 재정위기로 국내 축구리그가 위기를 맞은 상태였다. 전 카타르 유치위원회 직원에 따르면 카타르축구연맹이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최소 한 명의 고문이 제안했다.

그들이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도록 카타르축구연맹이 7840만 달러를 지원하라는 권고였다. 그 자금지원은 훌리오 그론도나 AFA 총재와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의도였다고 그 전 직원은 말했다. 그론도나 총재는 FIFA 집행위원이다.” 그론도나는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법원의 소환장은 아직 WSJ 변호사들의 책상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 ‘전 직원’은 카타르 홍보팀 소속으로 일했던 아랍계 미국인 파에드라 알 마지드였다. 그뒤 그녀는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자 도중에 말을 바꿨다.

하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은 채 주기적으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살아났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5월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 잭 워너 당시 집행위원회 위원에게 보낸 e메일의 공개다. 메일에서 그는 “그들이 월드컵을 매수했다”고 썼다. 그들은 물론 카타르를 가리킨다. 발케는 부정한 위원들에게 먹인 뇌물을 뜻한게 아니라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한 카타르의 대대적이고 합법적인 지출을 가리켰다고 주장하며 난처한 상황을 모면했다.

바로 그 달,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하원의 한 위원회에 ‘증거’를 제출했다. FIFA의 두 집행위원 자크 아누마와 이사 하야투가 카타르를 지지하는 대가로 2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모두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박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의심할 여지 없이 카타르는 분명 어떤 라이벌보다 더 뛰어난 상상력과 목적의식을 갖고 알려진 회색지대를 모두 찾아내고 확인하고 이용했다. 하지만 한 관측통의 말마따나 카타르가 “분명하게 선을 넘은” 걸까? 법률적 측면이 아니라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대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뿌리는 것과 노골적인 뇌물간의 경계가 명확할까? 대사들이란 호셉 과르디올라(이번에도 바르셀로나 커넥션이다), 지네딘 지단 또는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같은 유명 스타 출신들을 말한다.

어디까지가 로비이며 어디서부터가 부패(또는 협박)의 시작인가? 2009년 카타르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 후한 제안을 했다. 앙골라 루안다에서 열리는 그들의 총회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내용이다. CAF는 그 제안과 그에 따른 조건을 받아들였다. 2022 월드컵 유치의사를 밝힌 다른 나라에겐 대표단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12월 2일 표결이 다가오자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왕세자(사진)가 파리를 조용히 방문했다.
미국·호주·한국·일본은 회의장의 옵저버 자리로 만족해야 했다(그들이 “만족한” 건 아니었다. 특히 호주 측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카타르가 루안다의 일류 호텔을 모두 입도선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2022년 개최국 결정 투표에서 아프리카는 지지할 후보가 없었다. 그리고 집행위원회 위원이 4명이나 되기 때문에 FIFA의 표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12월 2일 표결이 다가오자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왕세자가 파리를 조용히 방문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가 카타르의 절대 권력자 자리를 물려받은 뒤였다. 엘리제 궁을 찾아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만났다. 그 자리에는 유럽축구연맹회장이자 FIFA 부회장인 미셸 플라티니도 배석했다. 그는 카타르 지지가 프랑스의 국익에도 큰 보탬이 된다고 설득 당한 상태였다.

프랑스도 카타르의 투자유치에 발 벗고 나선 참이었다. 플라티니는 2010년 개최지 선정 투표 이후 카타르 2022를 가장 목청 높여 지지해 왔다. 그는 사실상 FIF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는 유일하게 자신의 선택을 공식적으로 옹호한 인물이다. 당시 그에게 가해진 압력이 자신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의 아들 로랑이 2011년 1월 파리 생제르맹 구단주인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사 내에서 임원을 맡았다. 그 사실 또한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



이 모든 구석에서 악취가 난다는 사실을 FIFA도 아는 듯하다. 2012년 7월 FIFA는 미국인 한 명과 독일인 한 명을 신설 윤리위원회 의장들로 임명했다. 전 뉴욕 남부 지방검사장이자 인터폴 미주 부국장 마이클 J 가르시아와 독일 판사 한스-요아킴 에커트다. 많은 사람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부패한 조직이 스스로를 개혁하리라고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가르시아와 에커트는 과거 언터처블로 여겨졌던 FIFA 터줏대감 다수를 이미 쫓아냈다.

모하메드 빈 함맘, 마닐랄 페르난도, 히카르도 테세이라, 주앙 아벨란제, 처크 블레이저, 잭 워너 등이다. 그밖에 밀려나기 전에 자진 사퇴한 나콜라스 레오스도 있다. 이들 모두 FIFA 윤리규정을 크게 위반한 과오가 드러났다. 회계를 조작하고, 뇌물을 수수했으며, 연맹·연합·FIFA를 이용해 사복을 채웠다. 그들의 몰락은 물론 2022 월드컵 개최권을 카타르에 넘겨준 역할에서 기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 중 3명은 카타르에 지지표를 던졌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가르시아의 조사에서 일 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3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났을 때 그는 그런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에는 러시아의 2018년 대회, 카타르의 2022년 대회의 유치 성공과 관련된 의문을 조사하게 된다. 가르시아는 지난 5월 FIFA 모리셔스 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그뒤 내부고발자 핫라인을 개설했다. 그를 통해 이미 여러 가지 유망한 단서를 확보했으며 현재 그 증거의 조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그가 말했다. 휘하의 수사팀뿐 아니라 제3자들이 증거를 제공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다.

수사팀에 FIFA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직의 의심스러운 구석에 대한 그의 계속적인 조사를 단순한 눈가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것은 블래터와 그의 관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또한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블래터가 1998년부터 자신이 수장을 맡아온 조직의 수뇌부를 개혁하려는 진정한 욕구를 갖고 있다는 인식을 부정하는 것이다.

가르시아가 맡은 일은 쉽지 않다. 그리고 가끔씩 좌절감을 느낀다고 여러 차례 털어 놓았다. 그렇다고 그가 이 문제를 끝까지 파헤칠 의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11월 그는 4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나 또는 그의 측근 중 한 명이 2018년과 2022년 대회 유치를 신청한 모든 나라를 돌게 된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많은 FIFA 거물들이 테세이라, 레오스, 빈 함맘의 뒤를 이어 망신을 당하게 된다면 윤리적인 관점에서 2010년 12월의 결정을 무효화하고 재투표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2018년과 2022년 대회 유치 신청국들 간에 담합이 있었음을 가르시아가 입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당사국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스페인-포르투갈과 카타르가 결탁했다면? 집행위원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아서 카타르에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그가 규명한다면?

블래터는 9월 중순 독일 신문 디 차이트와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는 FIFA 윤리규정과 자체 입찰규정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된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이 아직도 카타르 투표부정의 결정적인 증거를 열심히 찾고 있다. 남아공에서 흔적이 발견됐지만 몸통은 찾지 못했다.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을 포함한 수상한 남자들이 서버에 보관된 유죄 증거 e메일, 휴대전화 통화기록, 은행이체 영수증 등을 수집하며 결정타를 날릴 시기를 기다린다는 설도 있지만 그런 때는 오지 않는다.

가끔씩 정말 흥미로운 정보가 뜨기도 한다. 프랑스의 ‘풋볼’ 잡지가 카타르와 마리오스 레프카리티스 현집행위원 간의 광범위한 업무 제휴관계를 폭로했다. 그뒤 레프카리티스 집행위원이 그 사실을 인정했다. 잡지는 또한 2010년 1월 19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비공개 회동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그 모임에는 남미 축구계의 대부인 그론도나, 레오스, 테세이라 3인뿐 아니라 당시 카타르 국왕인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도 참석했다. 그들은 바하 디 티주카 해변에 있는 테세이라의 당시 저택에서 만났다.

당시 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CBF 회장이자 집행위원회 위원(두 남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카타르 투표자)이며, 발케의 절친인 FC 바르셀로나의 산드로 로셀 회장(테세이라 재혼 때의 들러리)이 그뒤 마이애미로 이주했다. 그는 브라질에서 470만 달러의 공금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브라질로 귀국할 경우 이 문제에도 연루된다. 그의 귀국 환영단은 경찰관 몇 명, 무장 밴, 그리고 수갑으로 구성될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밝혀진 전모다. 그리고 정황증거가 아무리 뻔할지라도 의혹만으로는 한 나라가 따낸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그 결정을 재고할 다른 타당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이 이유들은 가설이 아니다. 카타르에선 여름에 축구 경기를 할 수 없다. 6~7월의 평균 기온이 41℃도이며 최고기온이 50℃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FIFA 기술위원회가 유치 신청국 중 유일하게 카타르에 ‘고위험’ 등급을 부여한 이유다. 투표 전 FIFA의 집행위원회에 제출한(그리고 묵살 당한) 보고서에서다. 그 폭염은 경기에 참석하는 선수, 심판, 팬 등 모든 사람의 건강에 명백한 위험을 안겨준다. 현재 뜨거운 열기 속에서 헐떡이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카타르인들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새 그린 공기냉각 기술을 철석같이 믿는다. 그 기술이 대회기간 중 자국에 가상의 봄 날씨를 조성해주리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 계획을 밀고 나갈 작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가장 저명한 후원자인 플라티니조차 겨울로 개최기간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으며 블래터도 최근 그 문제를 거론했다. 그런 상황에서 왜 그들은 그것을 고집하려 할까? 유치신청을 할 때 모든 후보국가가 준수해야 하는 FIFA 입찰 규정에 그 이유가 있다.

표결 당시 널리 유포된 그 이른바 비밀 문서는 “6~7월에” 대회가 열려야 한다고 명백히 못박았다(1.2.1 항). 물론 FIFA와 현지 조직위가 필요하다고 간주할 경우 일정변경을 허용하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문서의 작성자들이 생각한 일정변경은 “6월 12일 개막하는 대신 6월 15일이 더 적합하다”는 수준이었지 “다른 시즌으로 바꾸자”는 정도는 아니었다.

여름에 사막에서 월드컵 대회를 개최하는 게 터무니 없고 위험한 발상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카타르인들이 더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블래터가 종종 모든 사람에게 주지시켰듯이 카타르만이 FIFA에 개최시기를 겨울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 뒤 FIFA 집행위원회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블래터 자신은 공적·사적으로 오랫동안 개최시기 변경을 반대해 오다가 지난 7월 말 입장을 바꿨다(그는 2010년 12월 1차 투표에서 호주를 밀었다가 그뒤 미국을 지지했다고 알려졌다). 그의 속셈이 뭘까? 진정으로 생각이 바뀐 걸까, 아니면 그의 측근 중 한 명이 시사했듯이 위기를 촉발해 “카타르를 몰아내려는(smoke the Qataris out)” 걸까?

그리고 카타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그 문제가 안건으로 오른다면 2010년 12월 표결에서 탈락한 나라 중 최소 두 나라가 난리법석을 피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은 유치를 단념했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는 다르다. 그들은 한동안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잠자코 지켜보고 있더니 마침내 2013년 9월 수닐 굴라티 미국 유치위원장(그뒤 FIFA 집행위원으로 선임됐다)과 프랭크 로위 호주 유치위원장이 제각기 전면에 나섰다.

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2022 월드컵 개최시기를 겨울로 변경하는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호주 측은 한 발 더 나아가 FIFA가 개최시기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경우 전액 피해보상 요구도 고려하겠다고 공언했다.

카타르 건설현장에서 이른바 ‘수면사’로 목숨을 잃는 네팔인 노동자가 1년에 1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FIFA는 신중하게 유럽의 일류 스포츠 전문 법률회사들에 최소 두 건의 컨설팅 보고서를 의뢰했다. 원래의 입찰 서류를 파기하고 겨울 개최를 승인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자문에 참여한 변호사 중 한 명에 따르면 그 보고서의 결론은 모호했다. 그리고 발케가 한 차례 공개 언급한 내용과 상반됐다. “호주와 미국의 입지가 강화된다”고 그 변호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래서 ‘겨울 개최’ 문제가 제기됐을 때 그들이 그렇게 신중했던 걸까?

굴라티는 미국축구연맹(USSF) 회장이자 2022 월드컵 미국 유치위원장이었으며 최근 FIF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그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제프리 웹은 2022 월드컵의 겨울 개최를 분명하게 반대했다.

웹은 2012년 5월 불명예 퇴진한 잭 워너의 뒤를 이어 북중미축구연맹 회장에 올랐다. 그는 케이먼 아일랜드사 회장이며 집행위원이다. 그가 연맹 산하의 가장 강력한 협회인 USSF, 따라서 굴라티의 지원 없이 독단적으로 그렇게 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겨울 개최 반대는 단순히 불만을 품은 루저들의 도피처만은 아니다. 2022 월드컵을 겨울에 개최하면 국제 축구 일정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그런 급격한 변화에 강력히 반대하며 독일 분데스리가의 크리스티안 사이페르트 회장도 그 문제를 언급했다. “유럽의 프로축구 리그 운영에 3년가량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리그도 비슷한 관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를 주저할 뿐이다.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하면 리그 후방지원의 변경 문제가 엄청나게 복잡해진다. 유럽에서뿐 아니라 대다수 프로 리그들이 생각만 해도 몸서리를 칠 정도다.

그리고 2026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여름으로 복귀해야 할까? 블래터는 세계 축구리그 일정이 월드컵이 열리는 그 해에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는 반대로 일정을 변경하면 월드컵의 전과 후, 최소 두 시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이페르트의 의견에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그리고 단순히 프로 축구 경기를 넘어 국내 경기 일정을 완전히 헝클어 놓게 된다.

FIFA의 독일인 집행위원 테오 츠반치거가 지난 7월 말 스포르트빌트 잡지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또한 카타르의 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명백한 과오”라고 평했다. 적당한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그 ‘부수적인’ 문제로는 선수들의 장기계약, 스폰서십, 그리고 방송계약의 수정 등이 있다. ‘시즌’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 성격이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폭스 네트워크는 거액을 투자해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중계권을 획득했다. 그들은 2022 월드컵 대회 기간이 가령 11~12월로 변경될 경우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1~12월은 프로 미식축구 리그(NFL)와 대학 미식축구 시즌이 한창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타르의 여름 철 폭염 속에서 축구 경기를 열기가 불가능하다면 알제리·이집트·그리스·터키·스페인·포르투갈 같은 나라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들도 한낮에는 기온이 종종 35℃를 넘는 나라들이다. 월드컵 대회가 겨울로 이동할 경우 이들은 6~7월에 국내 리그를 열어야 한다. 일부 주장처럼 저녁 때 경기를 한다고 해도 언제 트레이닝을 하느냐는 명백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어느 쪽에서 살펴봐도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월드컵의 겨울 개최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그것은 게다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블래터는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월드컵의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그 문제를 검토해 집행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팀을 이끌게 될 셰이크 살만 아시아 축구연맹 총재는 카타르에 우호적인 인사는 아니라고 알려졌다.

겨울(또는 늦은 봄)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성 싶다. 그렇더라도 이 태스크포스 팀의 결론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축구가 일개 국가의 이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에서 그들의 명분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볼모가 될 수 없다, 아니 돼서는 안 된다.

카타르 2022의 인적 희생에 관한 문제도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간다. 지난 9월 영국 가디언 신문이 놀라운 사실을 보도한 뒤 마침내 FIFA도 그 문제를 인정했다. FIFA가 그 문제를 인식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일이 걸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같은 기구가 수많은 경고를 보냈다. ITUC는 155개국에 311개 가맹단체를 두고 있으며 회원 수 1억7500만 명으로 해당 분야의 세계 최대기구다. 연맹은 상당히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현장의 사망자 수가 월드컵 대회에서 뛰게 될 선수들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바 지속되는 재앙을 끝내라고 FIFA에 요청했다. 통계는 입수하기 힘들지만 ITUC가 왜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 단체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불과 8달러의 일당으로 하루 15시간씩 한 주에 6일간 땀 흘린다.” 간이 수용시설의 끔찍한 환경 아래서 집단 거주하며 건강·안전·위생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건과 시설을 제공받지 못한다.

이른바 ‘수면사(sleeping death)’로 목숨을 잃는 네팔인 노동자가 1년에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젊고 건강한 20대 남성이 잠자리에 든 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 탈수와 타는 듯한 태양에 노출돼 체내의 수분이 빠져나간 탓이다. 네팔인 노동자들이 그렇게 이른 나이에 어떻게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을까?

네팔 대사관의 칸트 푸델 2등 서기관은 근로환경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많은 노동자가 식사와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한 채 일을 계속한다. 게다가 하루 종일 고온에서 일한다. 이곳의 날씨는 우리 나라와는 다르다. 우리 국민들은 고온에 익숙하지 않다.”

이 같은 “노예 같은” 환경(섀런 버로 ITUC 사무총장의 표현)을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고용주에게 여권을 압수당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끔찍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닉 맥기헌은 지난 수년간 정기적으로 카타르를 방문했다.

그에 따르면 카타르 항공 제트기가 매일 4차례씩 수백 명의 근로자를 싣고 카트만두를 떠나 도하로 향한다. 월드컵 프로젝트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라서 대단히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2022년까지 카타르 인구가 100여만 명 가량 늘어날지도 모른다. 따라서 심각한 노동자 처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는 월드컵이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하며 그런 취지에서 카타르 2022 근로자 헌장을 제정했다고 해명한다. 가장 노골적인 부당행위 중 일부를 근절하기 위한 몇몇 잠재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노동자들에 대한 ‘이중계약’ 문제가 대표적이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본국에서 합의했다고 믿은 계약내용과 카타르에 도착한 뒤에 본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나 그 근로자 헌장은 듣기 좋은 말과 고상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세부항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노동법 개혁 없이는 무의미하다”고 ITUC는 지적했다. 이는 카타르 2022 월드컵 유치위원회와 카리스마 넘치는 위원장 하산 알 타와디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카타르에는 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이 개선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카타르 무역상공회의소 내에서 완고한 저항에 부닥친다. 그리고 더 진보된 규정이 새로 채택된다고 해도 그들이 그것을 존중한다는 보장은 없다.

2012년 5월 28일 도하의 빌라지오몰에서 화재가 발생해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13명이 어린이였다. 이 사건은 카타르의 많은 기업가들이 법규정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뒷받침하는 잔인한 증거를 제시했다. 화재원인 조사에서 건물의 골조에 불법 가연성 물질을 사용하는 등 여러 건의 규정 위반이 드러났다. 그 건물은 어스파이어존 스포츠 단지에 속한 건물이었다.

어떤 각도에서 카타르 2022 월드컵을 바라봐도 추한 몰골이 드러난다. 카타르에 월드컵 유치를 승인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FIFA가 묵살할까? 그렇다면 그들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무너트리려 작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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