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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브로커가 헐값에 사서 돈(건당 2만원 이상) 되는 정보로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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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유통 여부 놓고 갑론을박 …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도 늘어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카드 재발급·해지·정지를 신청하는 회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1월 23일 서울 중구 롯데카드 센터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1억 건이 넘는 카드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후폭풍은 거세다. 이미 이번 사태를 야기한 롯데카드·NH농협카드·KB금융 카드사 3사의 사장과 경영진이 줄줄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3사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별도의 지점을 마련해 카드 재발급 업무를 보는 등 사태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유출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 책임을 엄하게 묻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카드사와 금융당국이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다양한 피해를 입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로 대부업이나 보이스피싱 등으로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간 적도 없는 나라에서 내 카드가 결제됐다’ ‘모바일 게임에서 몇 분 간격으로 아이템 결제가 이뤄졌다’ 등의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카드사 측은 “이번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가 아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언제 내 정보가 불법으로 이용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떤다.

또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카드를 해지하거나 새롭게 발급받아야 하는 것도 상당한 불편이다. 일부 통장번호는 변경이 힘들어 파장이 크다. 해외에 거주하는 카드 이용자들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카드사가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카드나 계좌를 해지·정지·재발급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재발급된 카드를 수령할 방법이 없다. 정보가 유출된 카드를 계속해 쓰던가, 카드 없이 해외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정보 유출을 역으로 이용한 불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직장인 최현진(32·여)씨는 얼마 전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롯데카드라고 밝힌 문자에는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세요’는 메시지와 함께 인터넷 주소가 첨부돼 있었다. 첨부된 주소로 들어간 순간 6400원의 소액결제가 이뤄지는 스미싱 피해를 당했다.

직장인 고태욱(35)씨는 “자신은 농협 직원인데 이번 정보 유출에 사과를 한다며 그 의미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카드사나 검찰, 금융당국을 사칭해 불법으로 결제를 하거나 또 다른 정보를 요구하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고객 불편은 더 커집단소송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늘고 있다. 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며칠 만에 10만명이 가입해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1월 19일에는 피해자 130명이 모여 카드사를 상대로 1억1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향후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2·3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카드사는 줄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카드사 정보유출의 또 다른 핵심 논란은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 여부다. 검찰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발생 직후인 1월 8일 “최초 유출자와 유통업자를 초기에 검거해 모든 정보를 압수했다”며 “현재까지 유통의 흔적은 전혀 없고 2차 피해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월 24일 카드 3사의 유출정보가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유통된 정보는 이번에 유출된 카드사의 정보가 아닌 다른 정보로 보인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카드사 역시 “카드정보유통 의혹은 신빙성이 없는 한 브로커의 말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언론이 유통됐다고 보도한 정보를 찾아 원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다른 경로로 입수한 정보 중 롯데카드·NH농협카드·KB금융 고객의 자료만 따로 취합해 이번에 유출된 정보라 속여 유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와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보통 사건이 터지면 검찰의 수사 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브로커가 활동을 중단하고 잠적을 한다”며 “수사를 피한 후 2~3개월쯤 지나면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봐야 불법유통 피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유통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얼마에 거래되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따로 사서 모으는 브로커가 있다. 이들 브로커에게 넘어간 개인정보는 다시 보이스피싱 업체나 대부업체로 팔린다. 브로커에게 넘어갈 때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정보는 50원 정도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전화번호·카드번호·계좌번호 등 고급정보가 추가될수록 최대 500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정보를 획득한 브로커는 이를 보다 정확하고 쓰기 좋은 정보로 가공을 한다. 직접 전화를 걸어 사용자가 현재 사용하는 번호인지 확인된 정보, 또 은행에 대출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따로 추린 정보 등은 건당 5000원~2만원,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있는 정보는 6만원까지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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