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FOOD - 술과 젤리의 만남

시티즌 펍의 인테리어라고는 짙은색 나무 서까래와 희미한 조명이 전부다. 가끔씩 의도적인 키치(kitsch, 싸구려 예술품) 장식만 눈에 띈다. 예를 들면 혼합 음료 티키 나이츠(tiki nights) 등. 그들의 “복고풍 만찬 클럽(retro supper club)” 분위기가 안쓰럽게 구시대적인 게 아니라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신호다.
잘 차려 입은 보스턴 청춘 남녀들이 펍에서 유행하는 최신 메뉴를 앞에 두고 어울리거나 날음식 코너의 해산물을 시식한다. 바에는 곧바로 따라마시도록 준비된 위스키와 페르네(Fernet, 쓴 맛의 고미주)가 200가지 넘게 채워져있다. 믹솔로지스트(mixologist, 일급 바텐더)가 완벽하게 만든 일품 칵테일을 기다린다. 젤로(Jell-O) 샷이라고 할까?
시티즌과 그 자매 바 프랭클린은 칵테일 제조의 최신 트렌드를 따른다. 바로 젤리 드링크다. 고전적인 젤로(젤리형 디저트) 형태에 술을 가미한 독창적인 칵테일이다. “처음에는 특별히 기념할 일이나 행사가 있는 밤에 실험 삼아 젤리 음료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한 주에 한 번은 바 메뉴에 올린다(I started out toying around with jellied drinks for special occasions and event nights, but now I have them on the bar menu at least once a week).”
시티즌의 바 매니저 조이 리처드가 말했다.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People love them). 이 젤로 샷에 사람들이 곧 식상하겠지 하고 계속 생각하지만 만들 때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I keep thinking I’m gonna wear out the Jell-O shot thing, but every time I make a batch, people go nuts).”
젤리 칵테일 유행에 편승한 사람은 리처드뿐이 아니다. 시카고의 믹솔로지스트 벤자민 뉴비도 그중 하나다. 지역의 여러 바를 상대로 컨설팅을 하며 그가 만든 ‘봄베이 제너럴(Bombay General)’이 2010년 GQ 잡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상상력 뛰어난 칵테일(America’s Choice Most Inspired Cocktail)’ 상을 받았다. 반쯤 씹는 맛이 있는 음주 체험(a semi-solid experience)의 개발에 열을 올린다. “이제껏 수십 종의 다양한 젤리 칵테일로 실험을 했지만 그중 으뜸은 신시내티의 옵스큐라 칵테일 라운지에서 만든 코스모워블턴이라고 생각한다”고 뉴비가 말했다.
클래식한 코스모폴리탄(보드카 칵테일)에 수제 트리플섹 진주로 장식한 젤리 버전이다. 그 칵테일이 “별로 고상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바로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It may not seem highbrow enough to some people in the cocktail world, but that’s part of what I love about it).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료를 갖고 더 재미있게 만들기 때문이다(It’s taking a drink tons of people like, and making it more fun). 게다가 이름이 코스모워블턴이라고(Plus, the name:Cosmowobbleton)? 얼마나 기막힌가(How amazing is that)?”
미국 각지의 유행을 앞서가는 바들이 특별 이벤트로 젤리 칵테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주류 디저트 옵션이나 일반 메뉴 항목에 올린다. 완벽하게 제조된 여느 ‘클래식 칵테일’보다 더 재미있는 뭔가를 찾는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다. 로스앤젤레스,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카고, 신시내티, 보스턴, 뉴욕의 레스토랑들이 젤로 칵테일을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젤리 칵테일을 소개하는 요리책, 칵테일 제조법 블로그도 일부 등장했다.
많은 음식과 음료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젤로 칵테일은 소비자들의 어린 시절(또는 이 경우엔 어쩌면 대학 시절) 기호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고급 재료, 더 흥미로운 향의 조합, 그리고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 ‘톱 셰프(Top Chef)’ 시청자 세대가 기대하게 된 예술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추억의 메뉴를 업그레이드한다.
리처드는 정기적으로 다이키리나 에이비에이션 등 감귤류 듬뿍 든 젤리 버전 주류를 과일 껍질에 담아 내놓는다. 뉴비는 술 겹쳐쌓기[유튜브에 올린 강습 동영상에서 그가 “헤쳐 모인 젤리 샷 칵테일(deconstructed jelly shot sidecar)”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부터 칵테일 중앙에 과일 띄우기까지 온갖 실험을 했다.
신생 가공 칵테일 공급업체 러들로스 칵테일사는 올 봄 대표 상품을 출시한다. 구식, 마가리타, 럼펀치, 마이어 레몬, 모스크바 뮬(old-fashioned, margarita, rum punch, Meyer lemon and Moscow mule) 등 5가지 향을 가진 젤리 샷 5팩이다.
공동 창업자 프레야 에스트렐러는 휴일의 대형 파티를 포함한 행사 케이터링 서비스에서 젤리 칵테일로 여러 차례 재미를 봤다. 그 칵테일의 일반 소비자용 제품 개발 아이디어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사전 가공된 젤리 샷은 실상 구입할 수 없다(You can’t really buy prepackaged jelly shots). 찾는다 해도 실제 칵테일 원료가 아니고, 세련되고 깊은 향미가 없으며, 천연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If you do find them, they aren’t based on actual cocktails, they don’t have sophisticated flavor profiles, and they don’tuse all-natural ingredients).”
어떤 칵테일이든 대부분 젤리 버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리처드, 뉴비, 에스트렐러는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젤리 버전을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은 레시피도 있다고 주의를 준다. 리처드는 초기에 베일리나 럼차타같은 크림 리큐어(달콤한 알코올 음료수)로 칵테일을 만들려다가 “완전히 실패했다(total failures)”고 한다.
“처음 럼차타로 몇 차례 실험했을 때는 맛이 거칠고 까끌까끌해 정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칵테일의 향이 완전히 묻혀 버렸다(My first few tries with Rumchata had this gritty, granular texture that was really unappealing, and totally overshadowed the flavor of the cocktail)”고 리처드는 돌이켰다. “그 레시피를 많이 손 봐야 했다(That recipe needed a lot of tweaking).”
리처드는 또한 자신의 위스키 사워(위스키 레몬 주스 혼합) 젤리 칵테일도 접어야했다. “맛은 좋았지만 젤리 형태로 만들었더니 위스키 사워가 약간 노란 빛을 띠었다. 샷 글라스에 담아 내놓으면 소변 샘플과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They were delicious, but in jelly form, a whiskey sour has a sort of yellowish color, which, when you serve it in a shot glass ends up looking a lot like a urine sample).”
에스트렐러도 몇 차례 기억에 남는 실패를 겪었다. “한번은 메스칼주 블러디 메리 칵테일을 만들었다. 기가 막히리라 생각했는데 결과물은 케첩 같았다. 스테이크 앤 에그 용 장식으로나 써야 할 판이었다(We made a mescal bloody Mary once, which we thought would be amazing, but it just came out ketchupy. It felt like it should be a garnish for steak and eggs).”
그러나 젤라틴은 “대단히 포용력이 뛰어난(very forgiving)” 재료라고 뉴비는 평한다. 독창적인 믹솔로지스트들이 더 세련된 취향을 가진 고객의 “모든 감각(all the senses)”을 갖고 놀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사이드카 칵테일(브랜디와 레몬 주스)을 초등학교 점심 도시락의 기본 메뉴와 맞바꾼 사람치고는 더 없이 세련된 취향이다(Well, as sophisticated as anyone who has swapped her sidecar for an elementary school lunch-box staple can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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