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scope SPY TALK - FBI의 영건들
periscope SPY TALK - FBI의 영건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연방수사국(FBI) 테러대책반의 고위 관계자들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차이를 몰랐다. 그리고 그들의 대외성명을 볼 때 사실 관심도 없는 듯했다. “전문지식은 필요 없다”고 몇 년 전 게리 볼드 FBI 테러대책반장이 말했다. “전문지식이 도움은 되지만 전제조건은 아니다. 테러대책반 요원을 선발할 때 내가 눈 여겨 보는 자질은 분명 아니다.” 이처럼 실소를 금치 못할 FBI 고위 관계자 연설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05년의 일이었다. 요즘 FBI 내에서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다. 전문 용어로 9·11 이후 시대에 성장한 정보 및 테러대책반 지도자 그룹이 마침내 일선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FBI 선배들은 대부분 은행강도, 납치범, 마피아 보스,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와 달리 신세대 FBI 지도자들은 알카에다, 헤즈볼라, 중국 해커, 러시아 스파이들의 세계를 파고든다.
이들은 FBI의 ‘새로운 영건’들이다. 이 별명은 워싱턴 DC의 펜실베이니아 대로에 자리잡은 철옹성 같은 FBI 본부에서 필시 큰 웃음을 자아낼 듯하다. 대다수가 40대 중후반이다. 어쨌든 그렇게 젊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은 FBI에 참신하고 젊은 사고방식을 수혈한다. 적의 머리 속으로 들어 앉으려고 노력한다.
팀 머피는 FBI 차장으로 일하다가 최근 은퇴했다. 9·11 직후엔 FBI에서 “범죄수사관들”로 테러대책반 인력을 충원한다 해도 “납득할 만했다”고 그는 말했다. 달리 어디에서 중견 수사관들을 구하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테러대책반 요원 모두가 수니파와 시아파의 차이, 알카에다 파벌간의 차이, 그리고 정치·종교적 차이를 이해한다”고 그는 말한다.
새 ‘스파이 사냥꾼’들은 또한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세대는 더 수동적이었다”고 그 정보 전문가가 덧붙였다. “요즘 세대는 대단히 선제적이다.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리지 않고 단지 뭐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을 벌이는 친구들인 듯하다.”
불투명한 방첩활동의 세계에서 그것은 적국 첩보원이라는 의심이 들면 더 직접적으로 달려들어 정체를 밝혀내려 한다는 뜻이다. 유혹이든 위협이든 또는 어떤 식의 조종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자가 시선을 마주치며 미소 짓기를 기다리는 것과 어떤 신호도 기다리지 않고 무작정 다가가서 “한 잔 어때요?”라고 작업을 거는 것의 차이와 같다”고 그가 말했다.
이들 신세대의 선두에 앤드류 매케이브가 있다. 지난 10월부터 FBI 국가안보부 책임자를 맡았다. 현재 45세인 매케이브는 FBI의 거물급억류자심문팀(HIG)의 초대 반장으로 임명됐다. 거물 테러 용의자들이 검거된 직후 심문을 위해 여러 기관에서 차출된 요원들로 구성된 팀이다. 대다수 요원들은 19~20년 경력을 쌓은 뒤에야 클리블랜드 같은 지역의 FBI 지부 책임자로 승진하는 기회를 얻는다고 머피가 말했다. 이들 신세대는 한걸음에 정상으로 뛰어오른다.
“그는 HIG에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 그중에는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에서의 작전도 포함됐다. 백악관과 법무부에서 고위급을 상대로 브리핑도 했다고 머피가 말했다. “그것은 상당히 정치색이 강한 일이다. 제각기 상충되고 경쟁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해 용의자를 심문하는 일 말이다. 따라서 그는 조직 내 사람들에게 좋게 평가받았을 뿐 아니라 백악관과 첩보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대단히 평판이 좋았다”며 머피가 덧붙였다. “그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들을 다뤘다.”
또 다른 신세대 고위층 인사는 로버트 앤더슨(47)이다. 2012년 FBI 방첩활동(스파이 사냥꾼) 담당 차장으로 임명됐다. 중국 스파이 방첩수사 활동에서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1995년 FBI에 합류하기 전에는 9년 동안 델라웨어 주 경찰관으로 활동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벌인 공로로 상을 받기도 했다. 일찍이 FBI의 인질구출팀으로 배정됐다.
“그는 실제로 방첩 부서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고 머피가 돌이켰다. “방첩부서에 또 다른 스타일의 공격성을 불어넣었다. 수사국 내에선 몇 년 동안 보지 못하던 방식이었다.”
사람들이 매케이브와 앤더슨 밑에서 일하려고 줄을 선다고 그 전 첩보 전문가가 말했다. “내부적으로 그와 새 체제의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 장점은 아랫사람들을 믿기지 않을 만큼 밀어준다는 사실”이라고 그가 말했다. “결정은 그들이 내리지만 그뒤 부하 직원들을 지원하며 임무를 달성하도록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제임스 야콘(48)도 또 다른 신세대 지도자로 꼽힌다. 전 인질 구출팀 요원이자 덴버 지부장을 지낸 특수 요원이다. 큰 화제를 모았던 두 건의 조사를 성공적으로 지휘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11년 콜럼바인 고교 근처의 쇼핑몰 폭파음모와 다음해 12명의 사망자와 70명의 부상자를 낸 오로라 극장 테러다. 두 사건 모두 유죄 판결을 끌어냈다. 지난 3월 FBI의 긴급사건대응팀장을 맡아 워싱턴으로 발령을 받았다. 과거 자신이 과장으로 근무했던 부서다.
또 한 명의 신세대 급 지도자는 마이클 스타인백(47)이다. 그의 방첩부서장 승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일거리 많은 FBI 마이애미 지부를 담당했던 특수요원이다.FBI 지도부의 부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워싱턴 정치에 정통하다. 스타인백은 공식 FBI 인사기록에 따르면 관타나모 기지에서 까다로운 임무를 맡아 처리하고, 텔아비브의 법무관으로, 그리고 중앙정보국(CIA) 방첩센터에서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행정업무뿐 아니라 일선현장 경험도 많다. 200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적군과의 교전 중 활약상을 인정받아 FBI의 용맹 훈장을 받았다.
“다재다능한 인물”이라고 머피가 말했다. “그는 백악관, 정보계, 법무부 그리고 FBI의 내부사정을 이해한다.” “9·11 이전과 완전히 다른 조직이 됐다”고 머피는 주장한다. “나아가 2004년 이전과도 크게 다르다.” 그러나 그 동안 FBI와 법무부가 호된 비판을 받은 사건들도 다수 있었다.
불확실한 방첩음모를 추적했다는(또는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는 무고한 용의자들이 뭔가를 폭파하려 음모를 꾸민 듯 몰아갔다. 또한 심각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예컨대 2012년 존재하지도 않는 “흑인 분리주의자들”이 활동한다고 주장한 일 등이다.
따라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FBI가 국가안보 위협을 색출하는 데 신세대 인재(뿐만 아니라 막대한 새 법적·기술적 수단)를 신중하게 활용할까? 아니면 과거 정치적 마녀사냥과 길들이기의 시대로 돌아갈까? 몇몇 FBI 관계자들도 그런 점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관계자의 말마따나 “언제나 오버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머피는 FBI의 신세대 리더들이 FBI를 정직하게 이끌어가리라고 믿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현역 요원 중 절반 이상이 9·11 테러 이후 채용됐다. 이들은 투명성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세대”라고 그가 말했다. FBI 내에서 뭔가 부정한 일이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하면 그들은 “분연히 일어나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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