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FASHION - 세계가 주목하는 터키 패션계

최근 어느 화창한 화요일 터키 이스탄불의 고급 쇼핑가 니산타시. 라파르 PR(파리에 본부를 둔 홍보회사)의 이스탄불 지사 전시장에서 몇몇 디자이너가 터키의 특색을 살린 자신들의 최신 라인을 선보였다.
이스탄불의 명문 보스포루스대를 졸업한 카드리 소이귈의 가죽 브랜드 VSP, 이스탄불에서 성장한 펠린 두믈루의 멋진 흰 셔츠 컬렉션 화이트 포스처, 터키의 유명화가 메흐메트 루히의 손녀 멜리스 아카르가 내놓은 최신 라인 ‘프리크 이즈 더 뉴 블랙’, 메르베 바인디르(33)가 꽃과 깃털, 나비로 만든 환상적인 모자 컬렉션 등이다.
바인디르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심리학자로 일하다 2009년 고국 터키로 돌아와 모자 디자이너가 됐다. 몇년 전만 해도 바인디르가 기상천외한 모자를 디자인하려고 심리학자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렸다는 사실이 터키인들에게 알려졌다면 그녀는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터키에서 패션 디자인은 여전히 신생 분야라 모자 제조업자들이 새로운 제품의 틀을 만들 때 흔히 사용하는 판목을 구할 수가 없어 바인디르는 그것을 놀이용 찰흙으로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바인디르는 새로운 진로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 그녀는 최근 세계 패션계의 이목을 터키로 쏠리게 만든 일단의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5년 전만 해도 이스탄불의 패션 주간은 에어컨 장치도 되지 않은 천막에서 열렸다. 하지만 요즘은 세계 굴지의 스포츠·패션·미디어 기업 IMG의 주관으로 우아한 이스탄불 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스탄불이 국제적으로 각광받는 도시로 떠오르면서 터키 패션계도 급성장 중이다. 수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전국적인 노력과 인터넷 보급, 유럽과 아시아에의 접근이 용이한 지정학적 위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8000년의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 등이 모두 이점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스탄불은 파리나 밀라노 등 대표적인 패션의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 터키의 패션 상품이 바니스 뉴욕이나 색스 피프스 애비뉴 등 뉴욕 유명 백화점에 대량 입점되진 않지만 중동이나 영국의 고급 백화점에선 갈수록 눈에 많이 띈다. 요즘 이스탄불의 디자이너 중엔 사업에 자신감을 얻어 자신의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더 큰 스튜디오로 이사하는 사람이 많다. 단독 전시장이나 매장을 여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터키 출신의 디자이너 귈 아으시는 밀라노의 의류 수출회사에서 7년 동안 일한 끝에 수석 디자이너로 승진해 자라부터 H&M까지 다양한 고객을 상대했다. 2008년 그녀는 상사의 권유로 터키로 돌아가 자신의 의류 라인을 시작했다. 현재 그녀가 만든 의류는 유럽 전역과 중동의 고급백화점에서 팔린다. 아으시는 터키의 오랜역사뿐 아니라 역동적인 현재로부터도 영감을 받는다.
그녀는 하맘(터키의 공중 목욕탕)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했으며 종종 정치적인 이슈를 주제로 삼는다. 최근의 한 컬렉션에서는 터키 일부 지역에서 아직도 행해지는 오랜 관습을 꼬집었다. 가문에서 어린 여자를 나이 많은 남자에게 강제로 결혼시키는 관습이다. 그녀는 여자 모델들을 나이 많은 남자들 옆에 세우고 쇼의 제목을 ‘조기 결혼’이라고 붙였다.
디자이너 메흐탑 엘라이디는 외국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참가했을 때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바이어들이 엘라이디의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그녀가 터키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내 그 작품들이 ‘모방’이나 ‘하청 생산’ 제품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엘라이디는 6년전 IMG가 이스탄불에 진출한 사실이 이 도시가 세계 패션계에서 인정받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모자 디자이너 바인디르는 고국에 돌아온 게 정말 기쁘다. 그녀는 터키인들은 예로부터 옷차림에 신경을 써 왔다고 말했다. “터키 사람들은 외모를 중시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편안함을 중시하지만 터키 여자들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하이힐을 신는다.”
바인디르는 깃털과 꽃으로 만든 자신의 모자가 매출을 어느 정도 올릴 거라고 확신한다. 터키에 예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법에는 모든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가리도록 돼 있다. 요즘은 잘 지켜지지 않고 신경 쓰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 법의 시행을 강요한다면 바인디르의 매출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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