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유럽선 무상 수리, BMW코리아는 “···”
Issue - 유럽선 무상 수리, BMW코리아는 “···”
영국에서 시작돼 유럽 주요 국가로 번진 BMW 2.0L 디젤 엔진(코드명 N47) 결함 논란이 한국에서도 뜨겁다. 유럽에서는 2007∼2009년에 제작된 엔진이, 한국은 2010~2011년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타이밍 체인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엔진을 통째로 교환해야 한다. BMW코리아는 ‘무상보증 기간이 지난 차량에 무상 수리는 없다’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BMW 5시리즈 디젤(520d) 모델은 국내에서 월 평균 800대 정도 팔리는 수입차 베스트 셀링 모델이다. 가격이 6000만원대지만 184마력의 고출력에 좋은 연비(16.9㎞/L)가 인기 비결이다. 이 차에는 BMW가 자랑하는 2.0L 디젤 엔진(코드명 N47)이 장착돼 있다. 또 다른 인기 모델인 3시리즈나 SUV X3에도 같은 N47이 장착된다. BMW코리아가 판매하는 월 평균 3000여대의 차량 가운데 이 엔진이 장착된 비중은 70%가 넘는다. N47 엔진은 2007년~2011년 3월까지 생산됐다.
지난해 유럽에서 시작된 ‘N47 엔진 결함 논란’이 한국에서도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주로 2007∼2009년에 제작된 엔진이, 한국은 2010,11년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럽과 한국에서 N47 엔진이 문제가 된 것은 BMW 디젤 승용차가 팔리는 시장이 유럽과 한국으로 제한돼서다. 미국·중국·일본에서는 디젤 승용차가 거의 팔리지 않는다.
엔진 교환하면 수리비만 1000만원 넘어지난해 6월 영국 BBC방송은 N47 엔진에 장착된 ‘타이밍 체인’의 결함 가능성을 집중 보도했다. 일정 기간 주행한 N47 엔진의 타이밍 체인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엔진을 통째로 교환해야 해 수리비용만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이 방송은 국내 자동차 매니어 사이에 화제가 됐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2월 들어선 국내 BMW 카페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BMW코리아가 발뺌하는 N47 엔진 결함을 규명하자’며 집단 민원으로 번질 태세다.
타이밍 체인은 엔진이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흡배기 밸브의 여닫힘을 조절하는 중요 부품으로 반영구적이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무상보증 기간이 지난 차량에 무상수리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다. 또 “영국에서 나온 N47 보도는 알고 있지만 본사에서 아직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아 한국에서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고 답한다.
이런 증상은 국내 BMW 동호회에 게재됐을 뿐 아니라 기자에게도 지난해 연말부터 여러 건 제보가 들어왔다. 주로 2010,11년 생산된 엔진으로 주행거리가 10만㎞를 넘어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2010년 520d를 구입한 A씨는 지난해 연말 운전 중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핸들이 무거워진데다 브레이크도 제대로 밟을 수 없었다. 고속도로를 주행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는 BMW 서비스 센터로 견인했고 일주일 후 엄청난 견적서가 날라왔다. 타이밍 체인이 끊어져 엔진을 갈아야 하는데 수리비가 1200만원이라는 내용이었다. 12만㎞ 이상 주행해 무상보증이 끝나 수리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판이었다.
그는 반영구적인 타이밍 체인 파손은 자체 결함이라고 주장하면서 BMW코리아를 상대로 무상교환을 요구했다. 회사 측은 직영 서비스센터가 아닌 카센터에서 엔진오일을 교환해 무상수리는 안 된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에도 N47 엔진이 장착된 520d 오너인 S씨가 천안에서 동일한 문제가 생겼다.
2011년 3월 구입한 뒤 15만㎞를 주행했다. 최근 똑같은 증상을 당한 국내 5,6명의 소비자들이 소비자관련 단체와 정보를 상대로 무상수리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민원을 냈다. N47 엔진이 장착된 국내 BMW 차종은 118d, 120d, 320d(사륜구동 및 투어링 포함), 325d, 520d(사륜구동 및 투어링 포함), X1 18d, X1 20d, X3 25d 등이 있다. 미니(MINI) 디젤은 전 모델이 해당된다.
자동차 업계에서 반영구적인 타이밍 체인이 끊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상식이다. 통상 타이밍 체인은 열팽창이나 마모 같은 엔진의 가혹한 조건에서도 일정한 장력(張力)을 유지해야 한다. 장력이 약해지면 체인을 당겨주는 텐셔너가 자동 조정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려면 체인 차체나 텐셔너의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텐셔너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장력에 이상이 생기고 타이밍 체인이 끊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엔진 전문가는 “이번 증상만 놓고 본다면 주행거리가 10만㎞가 넘어가고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차에서 문제가 잇따라 발생해 구조적인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BMW 측은 “텐셔너는 엔진오일 압력에 따라 작용하기 때문에 오일 교환주기와 정품 오일이 중요하다”고 항변한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무상보증 기간이 끝나면 공식 서비스센터 대신 저렴한 카센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엔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진오일 교환 같은 단순 작업에서 실수가 일어나거나 불량 오일로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증상을 겪은 영국의 한 고객은 무상수리를 거부당하자 화가 나 독일 뮌헨 본사 라이트 호퍼 BMW 회장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고 한다(전화 응대는 비서가 했다).
영국 운전자 매일 BMW 회장에게 전화 항의정부도 해외 사례를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엔진 결함은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여러 건의 동일 증상이 접수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현재 결함신고센터에도 몇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는 이런 사례가 발견된 차는 2만대 넘는 차 가운데 10대 미만으로 극소수라고 주장한다. 또 모든 차에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부품 결함이 밝혀지면 리콜을 할 수 있다는 원칙론만 내놓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회사 측은 최근 한발 후퇴했다. 무상보증이 만료된 이후에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엔진오일을 교환한 소비자가 ‘5년 또는 20만㎞ 미만’인 상태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해당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해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수백만원대 공임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N47 엔진 리콜 서명운동(https://secure.avaaz.org/en/petition/BMW_N47_engine_recall/)이 진행 중이다. 일부 소비자는 소송(ht t p://w w w.l aw360.c om/c a s e s/5140ff3492015a3284000001)도 제기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엔진의 명가라는 BMW가 발뺌보다는 원인 규명에 적극 나서 무상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BMW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믿고 산 고객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다. 국내 수입차 1위를 질주하면서 수입차 문화를 바꾸겠다는 BMW코리아의 해명과 대응이 궁금해진다.
N47 BMW의 엔진 코드다. 첫 글자는 개발 세대다. A는 오토바이, M은 이전 세대, N은 현재 장착되는 최근 엔진이다. 첫 숫자는 엔진 종류다. 4는 4기통, 5는 6기통, 6은 8기통, 7은 12기통이다. 두 번째 숫자는 기술적 특징을 의미한다. 7은 터보차저다. N47은 최근 나온 4기통 터보차저 직분사 디젤 엔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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