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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40대 ‘꽃중년’ 그들의 이유 있는 변신

Management - 40대 ‘꽃중년’ 그들의 이유 있는 변신

구매력 갖추고 개성 중시하는 세대 ... 소비욕망 거침 없이 표출



40대가 변했다. 특히 남자들이 그렇다. 과거의 40대들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주로 ‘생산’을 담당하던 주체였다. 소비는 어머니나 아내가 맡고 남자들은 소비하기 위한 재화를 생산했다. 구매 경험이 적으니 소비도 서툴렀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요즘 40대는 다르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이 누구보다 중요한, 다소 철없어 보이지만 자아에 솔직한 40대가 등장하고 있다. 40대 남자의 변화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도 나타난다. 여건만 된다면 누구보다 소비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두드러진 특징으로, 40대들이 외모에 대해 보이는 관심이 커졌다. 이제 아저씨의 불룩한 배는 여유의 상징이 아니라 게으름의 결과물일 뿐이다. 치장하고 꾸미고 화장하는 ‘꽃중년’이 더 이상 별종이 아니라 대세로 떠올랐다.



치장하고 꾸미고 여성 아이돌에 열광여자뿐 아니라 남자 역시 멋진 외모가 능력이고 경쟁력인 시대다. 직장에서도 자유로운 복장 문화가 확산되면서 단정함과 점잖음의 상징인 넥타이를 매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대신 스카프·벨트·가방 등 패션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남성이 크게 늘고 있다. 포켓치프(정장 상의 가슴 주머니에 넣는 손수건)·부토니에(상의 깃 단추 구멍에 다는 장식품)도 관심을 끈다. 정장의 포인트 역할을 했던 천편일률적인 넥타이가 사라지고 여성적 감성을 품은 다양한 액세서리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철없는(?) 40대들은 노는 모습도 다르다. 노래방만 기웃거리지 않는다. 새로운 놀이문화를 찾아 나선다. 예컨대 모형 인형인 피규어에 꽂힌 이들이 눈에 띈다. 경제침체 속에서도 피규어나 무선 조종용품처럼 40대 ‘키덜트(어른이면서도 어린이 같은 소비행태를 보이는 사람들)’를 겨냥한 제품의 매출은 꺾일 줄 모른다.

키덜트 시장은 미국의 경우 14조원에 달한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6조원의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장난감 전용구역을 넓히고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키덜트의 발길을 끌기 위한 판매 전략이다.

키덜트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등장했다. 키덜트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올리고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한편 서로 판매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문화산업에서도 40대가 담당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소녀시대와 아이유의 노래를 다운로드하고 수지에 열광하는 ‘삼촌팬’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K-POP의 의외의 팬:중년 남성(K-Pop´s Unlikeliest Fans:Middle-Age Male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40대는 실질적 구매력이 다른 세대보다도 탄탄한 편이다.

이 때문에 40대가 문화 콘텐트 소비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영화 ‘전설의 주먹’ ‘신세계’ ‘7번방의 선물’ ‘런닝맨’ 등에서 중년 남성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과거 문화의 주소비층이었던 10대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추세여서, 그동안 찬밥신세였던 중년층이 문화 소비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가는 이런 40대 남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남성 브랜드 숫자가 늘어나고, 남성만을 위한 전용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아카이브’, 현대백화점의 ‘로열마일’, 갤러리아백화점의 ‘지스트릿 494 옴므’ 등은 모두 남성 고객을 겨냥한 매장이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아예 본점 5층 전체를 남성 전문관으로 구성했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무역센터점 리뉴얼을 마치면서 첫 남성관 ‘Hyundai Mens’를 열었다. 신세계 강남점 역시 2011년, 국내 최초로 남성 전문관을 열고 해외 유명 브랜드의 남성 단독 매장을 국내에 선보였다. 아이파크몰은 ‘남성 중심의 백화점’이라는 콘셉트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미 키덜트 남성을 겨냥한 장난감 전용관을 열었고, 스포츠맨들을 위해 7층 야외 공간에 풋살(실내에서 하는 5인제 미니 축구) 경기장도 만들었다. 심지어 자동차 애호가를 위해 국내 최초로 수입자동차 상설 전시관을 백화점에 설치하기로 했다. 소비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40대 중년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40대의 변신은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전체 인구 가운데 40~50대가 가장 많다. 기업들에겐 매력적인 소비집단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양적 변화가 아니라 이들의 질적인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40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세대가 40대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

가령 이들이 젊은 시절을 보낸 1990년대 초엔 압구정 오렌지족이 등장했다. 오렌지족은 사치와 과시소비 등으로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개인의 소비욕망이 본격적으로 분출되는 세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40대의 삶과 함께 발전한 네트워크 기술 역시 이들의 질적 변화를 이끌었다.

현재 40대가 초등학생일때 PC가 등장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내장형 하드웨어를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286AT 컴퓨터가 나왔다. 1990년대에는 최초로 PC통신이 유행하면서 현재의 쌍방향적 의사소통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이들이 20대일 때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현재의 IT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에는 무선통신 삐삐가 등장하면서 현재의 모바일 통신의 시초가 됐다. 1990년대 후반에는 폴더형 휴대폰이 등장해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초반에 큰 인기를 끈 ‘아이러브스쿨’과 ‘다음 카페’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현재의 40대다.



90년대 초 압구정 오렌지족이 바로 그들그러기에 이들은 자유자재로 기술과 소통하며 자신의 소비욕망을 분출한다. 가정에 최선을 다하거나 직장에서의 성취만을 최종 목표로 삼은 옛날 ‘아저씨’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별 볼일 없는 배 나온 아저씨 혹은 아이 아빠가 아니라 당당히 자신만의 이름을 갖길 원하는 세대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나이답지 않게 철이 없다’거나 ‘어른스럽지 못하고 불안정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나라 역사상 자신의 욕망에 가장 솔직한 ‘기혼 남성’으로 새로운 소비문화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선도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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