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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공업계 조종사 구인난 - 조종사 모자라 비행기 못 뜨기도

美 항공업계 조종사 구인난 - 조종사 모자라 비행기 못 뜨기도

지난해부터 정년 퇴직자 급증 … 채용기준 강화된데다 대형 항공사로 이직 잦아



미국에서 조종사가 모자라 항공기 운항서비스가 축소될 정도로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항공사들에 ‘조종사 충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중북부의 대표적인 지역항공사인 리퍼블릭항공(Republic Airlines)은 2월에 국내선 243편 가운데 27편의 운항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운항중단 이유는 비행기를 조종할 사람이 없어서였다. 리퍼블릭항공의 지주회사는 2009년 8월 다른 지역항공사인 프론티어항공을 1억880만 달러에 인수할 정도로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었다. 같은 해 7월에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본부를 두고 취항하다 파산한 미드웨스트 항공도 인수해 항공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리퍼블릭항공의 이 같은 적극적인 경영도 조종사 부족이라는 복병을 만나 운항을 축소할 지경에 이르렀다. 인디애나주의 인디애나폴리스에 본사를 둔 리퍼블릭항공의 브라이언 베드퍼드 회장은 “기장 자격을 갖춘 조종사가 부족해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美 지역항공사들 항공편 운항 축소 잇따라와이오밍주 샤이엔에 본사가 있는 지역항공사인 그레이트 레이크스 에이비에이션(GLA, Great Lakes Aviation)은 2월 1일 조종사 부족으로 북부 중서부에 있는 6개 소도시의 운항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항공사는 노스다코타주 제임스타운과 아이오와주 메이슨시티 등의 소도시를 운항하는 유일한 항공사였기 때문에 이들 노선을 이용하던 승객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GLA도 이 같은 지역주민들의 반응을 의식했는지 “충분한 조종사 인력을 확보해서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홀딩스(United Continental Holdings)도 같은 날 클리블랜드 허브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오는 6월까지 6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 컨티넨탈의 이런 결정은 매출 감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종사 부족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 지역항공사는 조종사 채용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퍼블릭항공의 경우 지난해 조종사 500명을 신규 채용하려고 했지만 50명이 모자란 450명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에는 600명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조종사 공급이 모자라 350명 정도 밖에 채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리퍼블릭항공 소속 조종사 수는 지난해 2200명 정도였는데, 이 중 11% 정도가 대형 항공사로 이직했다. 어렵게 조종사를 새로 뽑았지만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16% 정도가 대형 항공사로 옮길 것으로 본다.

조종사 부족 현상은 은퇴하는 조종사 수는 급증하는 반면 신규 배출되는 조종사는 크게 부족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항공전문 컨설팅업체인 키트다비에 따르면 조종사 은퇴자 수는 2012년 59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65세 정년을 맞아 은퇴하는 조종사 수가 1367명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는 1519명의 조종사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미국 조종사의 정년은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다. 부족한 조종사의 수급을 감안한 조치였지만 지난해부터 퇴직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매년 1500명에서 최고 2500명의 조종사가 퇴직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종사 8800명을 노조원으로 둔 노동조합인 전미조종사협회(APA)도 앞으로 8~10년 사이에 조합원의 절반 정도인 4400명 정도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조종사 부족 현상은 2000년과 2007년에도 심각했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항공기 이용이 줄어들면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항공 수요 증가와 조종사 은퇴 러시 등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필요한 신규 조종사 수는 연간 1900명에서 45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조종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항공기가 못 뜰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항공업계는 1980년대에 조종사를 대거 채용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에는 신규 채용을 등한시해 조종사의 연령을 분산시키지 못했다. 아메리칸에어라인과 델타 등 메이저 항공사들은 각각 매월 50~70명의 조종사를 꾸준히 신규 채용해야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APA의 닐 로그헤어 부회장은 “정년 퇴직한 조종사들의 빈자리를 채우려면 매달 100명씩 신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사 라이선스 취득 어려워져이 같은 조종사 수급 상황에서 지난해 8월부터 적용된 조종사 채용기준 강화와 휴식시간 연장 의무화가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법규에 따라 연방항공청(FAA)은 지난해 8월부터 신입 조종사의 최소 의무 비행교육 시간을 기존의 250시간에서 1500시간으로 대폭 늘렸다. 비행시간이 1500시간이 안되면 민간 상업항공 라이선스가 발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신입 조종사의 훈련 비용과 비행교육 시간이 증가했고 조종사 배출은 기존 교육체제보다 2년이 늦춰졌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FAA는 1월부터 조종사 휴식 연장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주로 만들어진 조종사 비행근무시간 기준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일자 FAA는 연간 비행시간을 1000시간으로 제한하고 충분한 휴식시간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규정을 제정했다. 새 규정을 적용하려면 항공사들이 조종사의 수를 5% 충원해야 하기 때문에 조종사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종사 부족 현상이 전 세계 항공업계의 조종사 수급에도 쓰나미와 같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들이 오는 2032년까지 신규 조종사 49만8000명을 충원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간 2만5000명 정도씩 추가로 채용해야 비행기를 제대로 운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의 조종사 필요인원은 8만5000명으로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유럽의 경우 조종사 9만9000명이 필요한 것에 반해 항공시장이 급성장하는 아시아의 조종사 부족 사태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조종사 19만23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잉은 비행기 여행이 증가하면서 대형 여객기뿐만 아니라 소형 제트기의 수요가 증가해 조종사 수요가 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조종사 부족 사태도 심각해질 듯연방의회 회계감사원은 지역항공사와 메이저 항공사에서 일하는 조종사 연봉의 격차가 커서 이직이 늘어난 것도 조종사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지역항공사에서 일하던 조종사가 해외 항공사로 이직해 미국 내 조종사 인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근무여건과 대우가 좋은 공군 등에 입대하기도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조종사 5만명을 조합원으로 둔 국제조종사노동조합도 “지역항공사 등 미국 항공사들이 조종사들에게 적절하고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조종사 부족 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조종사노조는 미국 국내선 항공사 조종사 초봉이 2만2400달러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조종사 부족이 심각하자 미국의 지역항공사들은 조종사와 신규 계약 때 5000달러에서 많게는 1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인력충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 항공사들과는 달리 재정 여건이 나쁜 지역항공사들이 신입 조종사들에게 지급하는 초봉은 연간 1만6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항공대학을 졸업하는 데 학비로 7만5000달러에서 15만 달러를 들인 조종사들이 지역항공사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전문가들은 지역항공사들이 조종사들의 이직을 방지하고 신규 채용을 늘리려면 현실성 있는 임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조종사들의 임금 인상이 자칫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까 소비자 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FAA에 1500시간의 최소 의무 비행교육 시간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마이클 우에르타 FAA 디렉터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공군 조종사들과 항공대학 졸업생들에게는 1500시간보다 적은 비행교육 시간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항공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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