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커진 중국 부채 문제 - 中 신용 버블 ‘민스키 모먼트(정점 지나 붕괴)’에 근접
- 경고음 커진 중국 부채 문제 - 中 신용 버블 ‘민스키 모먼트(정점 지나 붕괴)’에 근접

하이만 민스키(Hyman Minsky, 1919~1996)는 생전에는 거의 주목 받지 못한 학자였다. 지역 연방준비제도의 이코노미스트로서, 그리고 지방 주립대학의 교수로서 조용한 삶을 살다 간 그가 각광을 받은 것은, 작고한지 4년 만인 2000년, IT버블이 터진 다음이었다. 흔히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라고 불리는 그의 금융이론은 다음과 같다.
신용팽창 붐 사이클에서 투기적 대출자와 무한증식을 꿈꾸는 대출자들이 부채를 늘릴 수 없거나, 혹은 더 이상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본을 빌릴 수 없는 순간 존재하며, 바로 이 순간이 버블이 붕괴하는 시점이다. 민스키는 이 순간이 일반적으로 통화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신용 버블의 첫 단계인 헤지 파이낸스는 대출자가 대출 계약상 의무(이자·원금 상환)를 이행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 흐름을 갖고 있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인 투기적 파이낸스는 대출자의 현금 흐름이 이자를 지불할 정도는 되지만, 원금 상환 능력은 갖추지 못한 단계다.
세 번째 단계인 폰지 파이낸스는 대출자가 이자와 원금 모두를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아 이자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부채를 추가로 일으켜야 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민스키 모먼트, 즉 더 이상의 부채 조달이 불가능한 단계를 말한다 <그래프 참조> .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정확하게 이 네 가지 단계를 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당시 위기 정도를 투기적 파이낸스 단계 정도로 예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초의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서브프라임 문제는 통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이나, 2008년 3월의 베어스턴스 청산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 건 당시 연준이 사태를 얼마나 안이하게 보고 있었는지 말해준다.
한 나라의 신용증가율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놓고 신용 팽창이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를 평가해 보면 중국은 지난해 부채 1단위 증가당 GDP는 약 0.25 단위가 증가했다. 다른 말로 해서 100원어치 빚을 내도 생산액은 25원에 불과한 상태였다. 2000년에는 이 비율이 1대1이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지난해 약 0.4단위를 기록했다.
더 이상 빚 내기 어려운 단계중국의 민간 섹터 부채는 2007년 GDP의 115%에서 지난해 3분기에 193%로 증가했다. 5년 사이에 무려 80%포인트가 증가했다. 미국에서 버블이 형성되던 2000~2005년의 26%포인트 증가와 비교하면 중국의 부채 팽창 속도가 더 빠르다. 중국의 GDP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조7000억 달러지만, 민간 섹터의 부채는 매년 2조5000억 달러씩 증가하고 있다. 노무라에 따르면 중국의 지방정부의 부채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
민간 섹터의 부채를 제외하고서라도 지방정부의 부채만도 약 17조9000억 위안(약 3조 달러)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신규 대출 가운데 약 3분의 1이 기존 부채를 차환하거나 이자 비용을 지불하는데 쓰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전체로는 이자지불액이 GDP의 17%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 신용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의 이자 지불 부담 비율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중국의 ‘그림자 신용’인 신탁 상품 규모는 1조8000억 위안(약 6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3조6000억 위안이 올해 내에 만기가 돌아온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부채들의 담보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주택, 기업들이 투기용으로 도입한 원자재, 그리고 이미 과잉생산 상태에서 추가로 건설한 신규설비들이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지난 수 년 동안의 강세 일변도에서 약세로 전환시키자, 원자재를 담보로 부채를 내어 금융투기를 했던 기업과 수입상들이 대거 보유 원자재(특히 구리와 철광석)를 청산하는 바람에 구리 가격이 폭락해 지난 5년 이래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주택 버블의 중심이었던 상하이의 주택 거래가 3월 들어 급감했다. 신규 설비 투자로 인한 과잉생산은 노후화된 설비를 폐쇄했음에도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어 중국 당국이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2017년까지 신규 증설을 불허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적 정책을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중국 은행 간 금리가 폭등하기도 했다. 특히 3월 초 양회 이후, 중국 당국은 금융 부문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지난 5년 간 폭주했던 중국의 신용 팽창은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중국에서 신용 버블이 정점을 지나 붕괴하는 ‘민스키 모먼트’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다른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베어스턴스 순간’이 도래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용 버블이 터지면, 무엇보다 유동성이 고갈된다. 그러나 이는 중국 인민은행이 무제한 공급을 약속했기때문에 실물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축적된 부실 부채 정리는 불가피하다.
모건스탠리는 가장 건전한 대출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기업 간 어음할인식 대출이 활발하기 때문에, 연쇄 도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의 충격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당국은 저축률이 높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중국 당국이 적극 나서겠지만…물론 충격이 지속되면 인민은행을 비롯한 당국의 시장 개입(금리 인하, 긴급 유동성 공급, 지방정부에 구제금융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입은 미국의 금융위기에서도 보았듯이 어느 정도 시장 내에서 부실 부채 문제가 정리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결국 이 같은 신용 버블 붕괴는 중국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그리고 중국 당국 스스로 올해에는 구조조정에도 7.5%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소 의심스럽다. 심지어는 리커창 총리조차도 7.5%냐, 7.2%냐 하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기적으로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4% 성장률은 마크 파버가 중국의 경착륙을 예측하면서 제시한 숫자이기도 하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단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5년 간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세계 경기회복의 엔진이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낮아질 때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0.6%씩 낮아진다. 한국 기업들은 이중으로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최종 소비재보다는 중간재가 중심이기 때문에 한국은행 추산으로는 중국의 경제성장 구성비에서 투자보다 소비가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0.4%씩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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