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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제대로 열리려나

브라질 월드컵 제대로 열리려나

개막경기가 열리는 상파울루의 경기장은 원래 지난해 12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축구에 관한 한 브라질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나라다.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축구 기술은 가위 전설적이다.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고, 결승전에 가장 많이 진출했으며, 1930년 월드컵이 처음 개최된 이래 매회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팀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올해 대회의 개최국으로선 월드컵 역사상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

제프 블라터는 세계축구연맹(FIFA) 회장으로서 세계 축구를 이끈다. 그런 그가 자신이 FIFA에 몸 담은 40년 동안 상대한 어떤 주최국보다 브라질이 가장 뒤처진다고 2014년 1월 말했다.

6월 13일 개막식까지 브라질이 필요한 인프라를 완비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 “이제 마지막 단계에 직면했다. 번듯한 행사를 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단계다. 원대한 꿈이 지금은 기본조건, 국가 위신의 유지로 쪼그라들었다.” 노바 리마에 있는 푼다상 돔 카브랄 비즈니스 스쿨의 파울루 헤센데 교수가 말했다. 그것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6월 12일~7월 13일 개최되는 2014년 월드컵이 또한 사상 가장 돈을 많이 들인 대회(추정액 110억 달러)로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14년 월드컵의 브라질 개최는 2007년 결정됐다. 당시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주요 도시에서 폭죽이 터지고, 리우데자네이루의 세계적인 명산 슈가로프 산 바로 옆에 노란색의 대형 축구 유니폼이 휘날렸다. 노란색은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상징색이다. “월드컵 개최는 커다란 과업이며 이제 우리는 막중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시 대통령이 주최국 확정 축하연설에서 말했다. “우리는 멋진 월드컵을 개최할 것이다.”

곧 쓰러질 듯한 대다수 브라질 경기장의 실태, 심각한 불평등, 만연하는 범죄는 접어두자. 당시는 브라질 경제가 호황을 구가할 때였다. 2010년 성장률이 두 자리 수에 육박했다. 브라질은 세계 7대, 라틴 아메리카 최대 경제국가가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공을 발판 삼아 브라질의 국민 스포츠인 축구를 위해 전력 질주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었다.

다시 2014년 현재를 돌아보자. 브라질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2013년에 간신히 불황을 모면했다.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대규모 항의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축구에 쏟아 붓는 공적자금을 줄이고 건강의료와 교육 예산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2014년 3월 현재 브라질은 경기장과 숙박업소 등의 시설 개선에 이미 7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4년 전 같은 시기 남아공이 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출했던 금액의 4배다. 그리고 40억 달러에 달했던 2010년 대회 총비용의 2배에 육박한다.

2006년 월드컵을 주최했던 독일의 경우엔 투자액이 훨씬 적었다. 시설의 상태가 더 양호하고 금융위기 전 독일 경제가 탄탄했던 덕분이다. 공적자금 16억 달러에 민간 투자자들이 추가로 8억 달러를 보탰다. 브라질 정부의 공식 추산에 따르면 총지출은 FIFA가 기부한 10억 달러를 포함해 11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는 12개 스타디움의 재단장 예산 35억 달러가 포함된다. 3개 스타디움에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6월 12일 개막경기는 상파울루에 있는 아레나 코린티안스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다. 원래 지난 12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끝없이 연기되어 이제껏 반정도만 완성된 듯이 보인다. 쿠리치바와 쿠이아바시는 주최 도시로서의 위상을 거의 상실했다. 아레나 다 바이샤다와 아레나 판타나우 스타디움의 공사가 예정보다 턱없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75억 달러는 여러 도시의 공항 및 지하철 노선 등 56개 인프라 공사에 쓰일 예정이었다. 이중 완공된 프로젝트는 7개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취소됐다. “공사가 늦게 시작됐다. 이제 스타디움을 완공하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의 스포츠 경제전문가 빅터 매더슨이 말했다. “중요했던 공사는 미뤄지고 시급한 공사만 집행된다.”

아마존강의 도시 마나우스로부터 브라질 최대의 메트로폴리스 상파울루에 이르기까지 12개 도시에서 경기가 열린다. 이중 어느 도시에서도 정부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았다. 살바도르 데 바이아에선 지하철 신축 공사가 절반쯤 진행되다가 민간기업으로 넘어갔다. 대회가 끝난 뒤까지도 공사가 완료되지 않을 전망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갈레앙 국제공항에서도 월드컵에 대비해 활주로 신설이 예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2016년 올림픽 대회 개막까지도 완성될지 불분명하다.

이는 2007년의 흥분이나 약속과는 천양지차다. “전 세계가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국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오를란도 시우바 전 체육부 장관이 2011년 폴라 지 상파울루 신문에 썼다. “우리는 사상 최고의 월드컵 개최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이 믿으셔도 좋다.” “이는 오래 전에 식어버린 도취감 단계의 얘기다.” 헤센데 교수가 말했다.

월드컵 개최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은 월드컵 지출을 줄이고 건강의료와 교육 예산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2007년 당시 룰라 대통령은 월드컵 준비를 위해 공적자금은 쓰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오는 7월까지 브라질의 월드컵 관련 부채가 35억 달러나 발생된다고 브라질 개발은행은 내다봤다.

브라질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이제껏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월드컵 준비의 실패가 그런 반석 같은 열정에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제반 여론조사에서 월드컵 개최를 지지하는 브라질 국민이 지금은 48%에 불과했다. 브라질 개최 확정 1년 뒤의 79%에서 크게 감소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여전히 의연함을 잃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가 “월드컵 중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호언했다. 올 초 이후 그 말을 계속 반복해 왔다.

과다지출은 실제로 드문 일이 아니다. 남아공이 2010년 대회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컨설팅 업체 그랜트 손턴은 개최비용이 3억 달러에 그치리라고 예상했다. 실제론 사커 시티 재건축에만 그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다. 사커 시티는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가 열린 스타디움이다. 주최국들이 이들 비용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정해져 있다. 관광객 유치와 외국인 투자 수입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언제나 수입 목표액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사실만 번번이 확인됐다.

대회 기간 중 경기가 열리는 도시의 호텔들도 방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시저 파크 호텔.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수입이 60억 달러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그랜트 손턴은 남아공의 GDP가 25억 달러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두 중장기 전망은 일련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토대로 했다. 2012년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이 국가 경제에 미친 영향에 관한 통계를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월드컵 개최 후 4년이 지난 지금, 남아공이 투자한 돈 40억 달러 중 4분의 1만 회수됐을 뿐이라고 독립적 분석가들은 추산한다.

브라질도 똑같이 월드컵의 경제효과를 과대평가하는 함정에 빠졌다. 2010년 브라질 정부는 2014년 월드컵 특수로 관광객이 100만 명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2년 뒤엔 예상치가 70만 명으로 줄었다. 요즘엔 월드컵 대회 중 브라질을 찾는 관광객이 평소보다 불과 30만 명 더 늘어나리라고 추산된다. 브라질 이벤트 협회의 주제 바그너 페레이라 회장의 말이다. 6~7월 중 경기가 열리는 도시의 호텔 객실도 모두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 호텔은 수용능력의 60%만 채워질 전망”이라고 페레이라가 말했다.

월드컵 같은 대규모 행사를 주최한다고 관광객이 급증하지는 않는다고 메릴랜드대 경제학과의 데니스 코티스 교수가 말했다. 예컨대 2006년 월드컵을 개최한 독일의 관광수입은 전년 대비 불과 7000만 달러 늘어났다.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 주최한 한국의 관광객 숫자는 2001년 수준과 거의 비슷했다.

주최국이 축구팬들의 유입을 기대할 순 있지만 일반 관광객은 대회기간 중 방문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코티스는 말한다. 군중과 높은 물가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여행을 많이 하는 그룹에 속하는 사업가들도 6~7월의 대회기간을 피한다. 남미 최대 항공사인 라탐 에어라인 그룹 엔리케 쿠에토 부사장의 지적이다.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의 예약을 보면 대다수 기업이 출장을 자제한다”고 그가 말했다.

콜롬비아의 아비앙카, 아르헨티나의 대표 항공사 아르헨티나 항공뿐 아니라 라탐 항공까지 모두 월드컵 기간 중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행 항공편을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예약으로 판단컨대 이들 항공편 중 다수가 적자를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누가 월드컵의 승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항공사는 분명 아니다”고 쿠에토가 말했다.

브라질 이벤트 협회의 페레이라도 같은 생각이다. “월드컵 규모의 행사를 주최하는 지역은 어디나 출장여행이 감소한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기업이라면 그 기간 중 회의나 세미나를 주최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브라질 국가민간항공국은 2014년 브라질 항공운수 산업의 이익증가율을 6.5~7.5%로 예상했다. 2010년에 기록했던 23.5%에 크게 뒤떨어진다. 브라질 경제가 간신히 불황을 피한 2012년 통계에 더 가깝다. 그러나 다소 제한적일지라도 실제로 브라질이 약간의 경제적 혜택을 볼지도 모른다. 브라질의 호텔숙박업·광고·TV에서 약간의 수익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내다봤다.

약간이라도 월드컵 특수의 혜택이 예상되는 분야는 소비가전 특히 TV 제품 판매다. 브라질 전자제품제조사협회 엘레트로스의 루리발 키큘라 회장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판매를 올리리라고 예상한다.

“2010년 지난 월드컵 때 TV 수상기가 1200만 대나 팔렸다. 사상 최고기록이다.” 스페인어 신문 엘 파이스에 그가 말했다. 그뒤 3년간 총 판매대수가 1400만 대 선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올해에는 판매대수가 1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그가 말했다. 이는 한국 대우전자의 페루 지역 관계자 크리스티안 알리아가의 예상과 맞아떨어진다. 그는 매출의 14~16% 증가를 점친다.

업계 로비단체인 ‘상파울루 상공인연합’의 기업분석가 알타미루 카르발류는 더 조심스럽다. “2013년에 전자제품 판매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정부의 소비장려책과 컨페더레이션컵(대륙간 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월드컵이 전부”라고 그가 말했다. 카르발류는 전자제품 판매의 3% 증가를 예상했다. 그리고 “실업률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7월 13일 월드컵 우승팀이 결정된다(브라질의 우승 확률이 높다). 그뒤 어떻게 되든 브라질에게는 현재의 문제들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진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1월 예상을 뛰어넘어 6.3%로 치솟았다. 실업률은 상승세에 있다. 지난 2월 5.1%로 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게다가 곧 또 다른 스포츠 행사에 훨씬 더 많은 공적자금을 지출해야 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준비에 1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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