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2014 FORBES 최고경영자 대상 - 지속가능경영

2014 FORBES 최고경영자 대상 - 지속가능경영

2010년 신한사태 이후 혼란에 빠진 신한은행을 빠르게 안정시킨 해결사가 서진원 은행장이다. 실적도 꾸준히 좋다. 지난해엔 시중 은행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1조 클럽’을 지켰다. 그는 올해를 한 단계 도약하는 해로 삼고, 고객과 사회·조직의 꿈을 이뤄줄 ‘드림 경영’을 펼친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공헌활동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신한은행 본사 6층 대회의실에서 촬영했다.



지난해 신한은행 성과가 눈에 띈다. 6대 주요 은행 중 당기순이익과 총자산대비 순이익률(ROA)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조 클럽’을 지켰다. 이 뿐이 아니다. 연체율(0.41%), 고정이하여신비율(1.16%)이 은행권 1위, 퇴직연금 수탁고도 8조8186억원으로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대내외 평가도 좋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글로벌지속가능경영기업에서 국내 1위, 세계 30위에 올랐다. 2월엔 영국의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금융브랜드 순위에서 세계 43위에 올라 3년 연속 국내 1위다. 국내에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3년 서민금융 최우수상’을 받았다.

뛰어난 성적표는 신한은행이 2010년 신한사태라는 커다란 위기를 넘기고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이기도 하다. 당시 소란했던 조직을 통합한 구원투수가 서진원(63) 은행장이다. 그동안 그는 최대한 언론 노출을 피했다. 말보다는 행동(성과)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그를 어렵사리 4월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사 6층 접견실에서 만났다. “차 한잔 하이소~.” 구수한 사투리로 차를 권하는 서 행장은 소탈했다. 그의 고향은 경북 영천이다. 특히 재미난 얘기엔 “껄껄” 큰소리로 웃는다. 회사 얘기로 넘어가자 목소리는 한층 커지고, 눈빛은 예리해졌다. 1983년 신한은행에 합류한 그는 ‘신한의 원년 멤버’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후 30년 넘게 신한금융그룹(이하 신한금융)과 역사를 함께했다.

그가 은행장 취임 이후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가 ‘행원으로 입사해 은행장까지 오른 비결이 무엇인가’다. 대답은 간단했다. 어떤 업무가 주어지든지 정성을 다했다는 것. 틀린 말이 아니다. 어느 한 분야에 편중하지 않고 영업 현장은 기본이고 인사, 인재개발, 전략, IT 등 은행 내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게 서 은행장의 강점이다. 2006년엔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과 2007년 신한생명보험 사장을 지내며 비은행 업무까지 익혔다.

실제 그가 맡은 업무마다 획기적인 성과를 올렸다. 1997년엔 은행권 최초로 IT분야의 비전문가였던 그가 전산정보부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후배들에게 일일히 IT관련 정보를 물어보며, 업무를 파악했다. 1년 후 영업과 업무의 지원 수단에 머물렀던 IT부문을 은행의 핵심 사업으로 키웠다. 금융권 최초로 인터넷 뱅킹을 실시했고 고객관리시스템, 콜센터 등 각종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사·기획·IT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강점2006년 신한금융지주회사 전략담당 부사장 시절의 일화도 유명하다. 무려 7조원 짜리 LG카드를 인수해 신한카드와 합병했다. 4~5개월 동안 인수 전략을 세웠고, 마지막 순간에 베팅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단 80여억원 차이로 신한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인수건은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딜이었다. LG카드 인수를 계기로 신한금융은 업계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가 안정적인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이후 그는 신한생명 사장으로 옮겨 당시 9위였던 시장점유율(신계약 월초 보험료 기준)을 4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2010년 12월 30일 은행장 선임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사실 그의 은행장 선임은 깜짝인사에 가까웠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사람들을 제치고 발탁됐기 때문이다. 서 은행장이 자신이 낙점됐다는 소식을 들은 게 취임식 전날 오후였다. 그때까지 그는 신한생명 2기 임기를 준비 중이었다.

서 은행장은 “그 소식을 들은 순간 앞이 캄캄하고 머리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경영진 내분사태로 혼란에 빠진 은행을 어떻게 안정화 시킬지 고민이 앞섰다. 대부분의 사람은 중책을 맡으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하지만 서 은행장은 푹 자고 일어나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신한은행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베짱이 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법을 익혔다고 들려줬다. “경북 영천의 조그만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부친께선 어려운 살림에도 나름 공부도 잘하고 장남인 저를 공부시키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대구에 유학을 보냈습니다. 어렸잖아요. 매일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울었습니다. 방학에 고향에 내려가면 온 집안이 울음바다 였습니다. 그때부터 줄곧 부모와 떨어져 살았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독립한 덕분인지 어떤 위기라도 헤쳐나갈 자신감이 생긴거 같아요.”

둘째, 신한인(人)의 저력을 믿었다. “처음엔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부담이 컸지만 후배들과 함께한다면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은 흔들림없이 더 열심히 일해줬습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크게 3가지 과제에 집중했다. 조직 안정을 통한 신뢰 회복, 성장 지속, 신한의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준비가 그것. 먼저 그가 내놓은 카드는 ‘소통’이었다.

취임 이후 시간을 쪼개 전국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아예 사내 통합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포털인 ‘광장 2.0’을 신설했다. 광장 2.0은 직원 누구나 그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사내 게시판인 셈이다. 영업 현장 등 각종 업무에서 느낀 점이나 개선사항을 자유롭게 소통한다. 서 은행장이 직접 댓글을 달고 중요한 건의사항은 경영에 반영한다. 지난해 1만3000건의 아이디어가 등록될 만큼 호응도가 높다.

실제로 스마트폰 전용 적금 상품인 ‘두근두근 적금’이 광장 2.0에 접수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통신사 ‘커플 요금제’처럼 커플끼리 가입하면 혜택을 주는 적금이다. 종이 없는 업무 처리 시스템 등 각종 업무 개선도 광장 2.0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 밖에 부서장 배우자 초청 행사, 신한 영웅 찾기, 직원문화 행사, 슈퍼스타S 등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대관세찰(大觀細察). 서 은행장이 직원에게 자주 들려주는 사자성어다. 은행을 위해서는 전체를 크게 바라보며 작은 부분도 세심하게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위기 속에서 직원들을 다독이며 지속적으로 신한은행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그렸다. 취임 직후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사랑받는 1등 은행’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2012년엔 ‘힛더퓨처(Hit the Future)’를 중장기 경영 방향으로 정하고 문화, 영업 방식, 사회적 역할, 직원 가치의 4가지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는 한국금융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자 ‘창의와 혁신, 새로운 신한 스탠더드 확립’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조직의 체질 개선, 새로운 금융 문화 선도, 인재 육성 등 3대 전략을 내세워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서진원 은행장은 고객의 불만을 직접 듣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VOC(고객의 소리)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은 서 은행장이 고객과 전화 상담하는 모습.





‘광장 2.0’으로 소통하고 따뜻한 금융 실천서 은행장의 노력 덕분일까. 신한은행은 빠르게 안정화됐다. 서 은행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론 1년 사이에 극복했다”고 봤다. 실제 2011년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2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여러 대외기관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하는 ‘2011년 국가고객만족도 1위 기업 시상식’에서 은행부문 1위로 뽑혔다. 더욱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해외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국내 은행 최고의 대외신인도를 평가 받았다.

고객 신뢰 회복엔 나눔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공헌활동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경영 방향이다. 그룹은 2011년 9월 ‘따뜻한 금융’을 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을 상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시대적 요구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다. 서 은행장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초대위원장으로서 ‘중소기업, 서민금융, 소비자보호, 사회공헌’의 4대 부문별 부행장을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을 구성했다.

나눔을 적극 실천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중소기업에는 창업, 성장, 글로벌화 등 체계적인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민금융은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내놓은 새희망홀씨 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당초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3025억원을 지원했다. 희망금융 서포터스를 발족시켜 서민금융 전문가를 양성하고 현장에서 서민을 돕는다.



은퇴 브랜드 앞세운 차별적 성장서 은행장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공헌활동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얘기했다. 말뿐이 아니다. 2011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모두 3393명을 채용했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350명이던 정규직 채용이 서 은행장 취임 후 2배를 훌쩍 넘는 연 870명 규모로 늘어났다. ‘JOB-S.O.S(Sharing Of Shinhan)’ 프로젝트도 화제다.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급여 반납과 연차휴가 미사용으로 마련한 약 1000억원의 재원을 중소기업 신규 고용창출에 지원한다. 지금까지 1300개 이상 중소기업에서 8100명이 새로 뽑혔다. 서 은행장은 여성 일자리도 세심하게 챙긴다. 올해 초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시간제 리테일 서비스(RetailService·RS)’직 200명을 채용했고, 향후 300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서 은행장은 “올해가 그동안의 혁신 노력이 가시적인 창출로 이어지는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드림(DREAM)’ 경영을 중장기 전략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드림 경영이란 핵심역량 차별화(D), 따뜻한 금융 실행 강화(R), 직원 가치 제고(E), 창조적 혁신(A), 쌍방향 소통 확대(M) 등 다섯 가지 아젠다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올해 경영 화두는 ‘창조적 도전, 차별적 성장’이다. 저성 장·저금리,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서 은행장은 지난해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올해 5대 핵심사업으로 창조적 자산운용, 글로벌 현지화, 은퇴시장 선도, 비대면 영업강화, 비외감법인 시장 개척을 꼽았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현지화가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일찍이 글로벌 역량을 강화했다. 특히 ‘아시아 금융 벨트 구축’을 목표로 일본·베트남·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공략했다. 최근엔 인도네이사 현지 은행을 인수했고, 미얀마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올해 4월 기준 16개국에 68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국내 은행 중 최대 규모다. 성과가 좋은 곳은 신한베트남은행이다.

현지 외국계 은행 중 지난해 당기순이익 2위를 기록했다. 약 20만 명 거래고객 중 80% 이상이 현지 고객이다. 지난해 말에는 현지 베트남은행과 제휴를 맺고 기업자금관리 금융솔루션인 펌뱅킹(금융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 은행장은 내년까지 순이익의 10%를 해외 시장에서 낼 계획이다.

변화하는 고객들의 거래유형에 맞춰 스마트폰뱅킹과 같은 비대면 채널을 강화한다. 2012년 12월 비대면 풀뱅킹(Full-Banking)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 이후 아웃바운드(콜센터에서 고객에게 전화) 마케팅과 자산관리기반 체계를 마련했다. 올해엔 비대면 전담 마케팅 조직을 늘린다. 이미 비대면채널의 사업모델화를 전담하는 ‘스마트금융센터’를 만들었다.

은퇴 상품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지난 4월 1일 창립기념일에 ‘신한미래설계’라는 은퇴 브랜드를 선보였다. 우선 전국 70여 개 지역 거점점포에 ‘미래설계센터’를 열고, 은행 직원 중 은퇴상담 전문가 70명을 선발해 배치했다. 카드·증권 등 그룹 역량을 결합한 차별화된 상품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서 은행장은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비외감 법인에도 주목한다. 이곳은 자산 규모가 작아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이다. 그는 “이 중 우량 기업을 찾아 함께 성장하는 특화 마케팅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량 중소기업을 찾는 인프라와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 은행장은 소탈한 성품으로 부하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덕장형 리더다. 이는 신뢰와 상생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즐겨 읽는 책이 태평성대를 이끈 당태종과 신하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다. 그는 소통과 섬김이라는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을 담아낸 이 책을 수없이 읽고 되새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우리은행, 은행장 직속 신사업추진위 신설

2DGB금융그룹, 지역 아동 위한 ‘어린이 타운홀미팅’ 지원

3대우건설, 임직원·가족이 함께하는 점자 촉각 도서 만들기 진행

4서울-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진행

5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본업·신성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6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헤라클레스랩 온라인 판매

7토스증권, 1분기 순익 119억원…출범 이후 최대 분기 실적

8‘긴축 시대’ 준비한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흑자 전환, 다음은 세계 진출”

9정은보 KRX 이사장, 한국판 밸류업 글로벌 확장 잰걸음

실시간 뉴스

1우리은행, 은행장 직속 신사업추진위 신설

2DGB금융그룹, 지역 아동 위한 ‘어린이 타운홀미팅’ 지원

3대우건설, 임직원·가족이 함께하는 점자 촉각 도서 만들기 진행

4서울-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진행

5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본업·신성장 ‘두 마리 토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