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 프랑스 감성 돋보이는 만능 미니밴
Car |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 프랑스 감성 돋보이는 만능 미니밴
푸조·시트로엥·르노로 대표되는 프랑스 자동차는 시승을 할 때마다 항상 독특한 감성이 풍겨난다. 우선 일본이나 독일차에서 느낄 수 없는 실내 개방감이다. 천정을 강화유리로 만든 파노라마 선루프를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앞 시야와 좌우 개방감이 대단히 좋다는 얘기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앞유리가 달린 기둥인 A필라의 설계다. 운전자 이마가 뜨거울 정도로 깊숙하게 파진 앞유리와 A필라 주변의 넓은 유리창이 그것이다.
독일 차에서 느낄 수 없는 앞뒤 좌우 개방감두 번째는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그렇다고 핸들링이 헐겁거나 무디지 않다. 쫀득하게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면서 제대로 코너를 돌아준다. 서스펜션이 딱딱한 독일차가 지면을 컴퓨터처럼 읽어내는 것과 다른 맛이다. 프랑스 차는 도로에 껌을 붙여 놓은 듯 제대로 코너를 소화해준다. 100년 넘은 자동차 개발 역사와 프랑스 특유의 좁은 길에서 생겨난 자동차 문화의 영향이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푸조나 시트로엥 같은 차를 타고 싶어지는 이유가 바로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이다.
오랜만에 시트로엥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신차를 내놨다. 이름도 프랑스적인 ‘그랜드 C4 피카소’다. 이 차는 7·5인승 다목적차(MPV)다. 미니밴이라고도 부르는데 시트를 자유자재로 접어 실내 공간을 마음껏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자전거를 싣거나 수많은 캠핑장비를 제대로 소화해낸다. 이런 짐을 잔뜩 싣고도 어른 4명이 충분히 탈 수 있다.
시트로엥 특유의 개방감도 돋보일 뿐 아니라 달리기 성능도 수준급이다. 고속주행이나 코너링에서 승용차에 뒤지지않는다. 도로를 제대로 물고 돌아준다. C4 피카소는 2006년 출시된 이후 유럽에서만 매년 평균 10만대 이상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가격은 기본형 4290만원, 고급형 4690만원.
7인승 시트는 2인-3인-2인 방식이다. 두 사람이 타는 3열 시트는 단거리에 어른이 타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넉넉한 머리와 무릎공간이 확보된다. 평상시에는 3열을 접어서 보관하면 평평한 트렁크로 변신한다. 골프백 4개를 제대로 넣을 수 있다. 5인승으로 사용할 때 가장 큰 강점은 2열 중간 좌석이다. 후륜구동 승용차의 2열 중간 좌석에 타면 가운데 우뚝 솟아오른 센터 터널(이 밑으로 각종 배선과 동력장치가 지나간다) 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니다. 타고 내릴 때도 불편하다.
C4 피카소는 2열 세 좌석이 모두 같은 크기에다 제대로 된 좌석으로 구분해 배치했다. MPV의 특성상 센터터널이 없어 바닥이 평평하다. 승하차 할 때 좌우 어디든 불편함이 없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는 전동식 마사지 기능뿐 아니라 두툼하게 머리를 감싸는 머리 보호대가 붙어 있다.
외관 디자인은 미국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는 푸조-시트로엥의 독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미국에서 차를 팔지 않는 유일한 브랜드다. 프랑스풍의 여유와 익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독일차에서 느껴지는 냉정할 정도의 균형미나 날카로움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전면 디자인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아담한 헤드 램프다. 요즘 차들은 기존 할로겐보다 훨씬 밝은 LED 전구를 쓰면서도 헤드 램프 디자인을 우악스러울 정도로 크게 한다. C4 피카소의 헤드 램프는 LED의 특성은 살리면서 조용하게 다듬었다.
실내는 한 마디로 개방감이 일품이다. 앞유리의 면적이 넓은데다 A필러를 앞쪽으로 밀면서 삼각 창의 크기를 대폭 키웠다. 회전할 때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다. 2·3열에 탑승한 아이들을 볼 수 있도록 운전석 오른쪽에 볼록거울도 달았다. 계기판 위치를 핸들 위가 아니라 중앙으로 옮겼다.
요즘 MPV에 유행하는 스타일이다. 기어 레버는 핸들 컬럼에 붙어 있다. 이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가 넓어졌다. 중앙 콘솔 박스에는 여성 핸드백도 넣을 정도로 넉넉하다. 컬럼 기어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처음 당황할 수도 있지만 2,3일이면 적응할 수 있다. 차 크기(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595×1825×1615mm다. 높이를 뺀 길이와 폭만 보면 중형차보다도 작다. 주차에 불편을 느끼는 초보 운전자도 비좁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할 때 딱 맞는 크기다.
정숙성에 연비까지 겸비 2L 디젤이 차의 심장은 최고 150마력을 내는 2L 디젤이다. 디젤 엔진의 명가인 푸조-시트로엥의 기술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숙성에서 독일 브랜드보다 앞설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 같은 친환경성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일본제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시동을 걸면 디젤차 인줄 모를 정도로 정숙성과 진동 억제능력이 탁월하다. 엑셀을 밟고 주행을 시작하면 엔진 소음은 더 줄어든다. 특히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 차단이 무척 잘 돼 있다. 피카소의 2L 디젤은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의 동급 디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저속에서 발휘되는 토크도 좋지만 시속 100㎞ 이상 고속에서 추월을 할 때도 여유가 있다. 평지에서 최고속도는 시속 180km 이상 달릴 수 있다. 또 다른 매력은 실주행 연비다. 공인 연비는 14km/L지만 실제 연비가 더 만족스럽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내외로 주행을 하면 연비가 20㎞ 이상 나온다. 시내주행에서도 때로는 공인연비 이상을 찍어낸다.
주행성능 가운데 돋보이는 부분은 핸들링이다. 경쟁 모델로 덩치가 큰 도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보다 좋다. 여기에 고속 안정성도 상당한 수준이다. 완만한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아나갈 수 있다. 물렁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시트로엥 특유의 하체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C4 피카소는 우선 국내에서 흔치 않은 디젤 MPV이다. 일본·미국 브랜드의 미니밴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면 이 차가 안성맞춤이다. 독특한 디자인에 익숙해지면 실내 개방감이나 편의장비, 실내 공간 활용성, 동력 성능, 연비에서 흠 잡을 곳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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