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주가 열전 - 농심 vs 오뚜기
라이벌 주가 열전 - 농심 vs 오뚜기
‘선의의 라이벌’이란 말이 있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발전을 거듭하는 관계를 뜻한다. 라면업계 1위 농심과 2위 오뚜기도 그런 관계다. 언뜻 보면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올 1분기 기준 64.3%로 라이벌이라기엔 격차가 제법 큰 게 아닌가 싶다. 오뚜기는 지난해 연간 점유율이 13.5%로 기존의 업계 2위였던 삼양식품을 처음 눌렀지만 아직 농심 라면의 아성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오뚜기가 앞서 있다. 지난해 오뚜기 주가는 1월 초 20만원대에서 5월 한때 40만원대까지 오르며 단기간에 거의 2배 수준이 됐다. 주력인 케첩과 마요네즈 등 소스 외에도 전체 매출의 15~20%를 차지하는 라면에서 선전을 거듭한 게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농심도 1월 초 20만원 중반대에서 5월 한때 34만원에 육박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였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라면시장 침체와 소맥분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올 들어 다시 회복세인 것까지 닮은꼴이다. 5월 22일 현재 농심 31만500원, 오뚜기 43만550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증권가 호평 받으며 엇비슷한 주가 흐름밥의 대체재인 라면은 불황에 강한 식음료 중에서도 불황의 타격을 덜 입는 대표 품목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 주가는 지난 수년 간 실적과 성장성 모두 증권가 안팎의 호평을 받으며 우량 대형주 못잖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라면의 힘이다.
전체 매출의 70%가 라면인 농심은 라면에서 절대 강자다. 건국 이래 꾸준히 최강자 자리를 지킨 삼양식품을 1980년대 중반들어 처음 밀어낸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신라면’ ‘짜파게티’ 등 이른바 ‘국민 라면’으로 통하는 스테디셀러 라인업을 보유해 불황을 극복했다. 특히 신라면은 연간 8억봉 상당이 팔리며 봉지라면의 대명사로 통한다. 산술적으로 한국 사람 한 명이 1년간 신라면 16봉을 먹었을 때 나오는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집계한 브랜드 조사에서 농심 신라면은 BMSI(Brand Mind-Share Index) 총 지수가 79.6점에 달했다. 2위 삼양라면이 49.3점인 것을 감안하면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신라면은 1991년 이후로 지금껏 다른 어떤 라면에도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얼큰하고 매운 국물 맛을 라면에 도입한 전략이 주효했다.
농심에 신라면이 있다면 오뚜기에는 ‘진라면’이 있다. 맛도 맛이지만 최근에는 마케팅으로 대박을 쳤다. 지난해 야구선수 류현진(LA다저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주가를 높이자 진라면 광고모델로 섭외해 ‘류현진라면’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진라면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35% 증가하며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밖에 ‘참깨라면’ 판매량도 지난해 2012년보다 130% 급증하면서 오뚜기 라면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라면 2위 오뚜기가 1위 농심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 중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오뚜기의 성장 속도에 주목한다. 라면에서는 질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평이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오뚜기는 국내 라면 업계에서 가장 늦게 사업을 시작한 후발주자이지만 다양한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무기”라며 “라면업계 2위로 성장하면서 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동시에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균형 있게 형성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라면뿐 아니라 기타 식음료 분야에서 사업이 활발하며 이들 모두 성장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예가 포장식품과 카레다. 오뚜기는 두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70~80%대에 이를 만큼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연 1500억 원대 규모였던 포장식품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국내 포장식품 출하량은 2010년 6만4000t에서 2012년 9만6000t으로 증가했다. 과거엔 틈새시장에 불과했던 포장식품 시장이 1인 가구 증가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두 회사 모두 주가 전망 파란 불농심은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매출 성장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라면 같은 베스트셀러는 100개국에 진출할 만큼 해외에서 주목 받고 있다. 농심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서부와 내륙 지역에 새로이 진출한 데다, 기존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올 1분기 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7.7%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미국에서도 14.5% 성장했다.
이경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이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 채널 확장으로 향후 지속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중국에서 전년 대비 21.9%, 미국에서 11.4%의 연간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이후 현지 마케팅과 영업 강화로 올 1분기에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며 “지역 채널 다변화가 안정되면서 향후 매출 증가 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회사는 올 들어 실적에서도 닮은꼴 행진을 이을 전망이다. 농심은 올 1분기 매출 4783억원, 영업이익 31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오뚜기는 같은 기간 매출 4564억원, 영업이익 348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HMC투자증권 추정치). 규모 면에서 엇비슷하다.
농심과 오뚜기의 향후 주가 전망은 밝은 편이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의 현재 주가 수준은 글로벌 라면업계 평균 PER인 23.7배와 비교해 부담이 없다”며 “2분기에도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고 원화 강세로 매출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오뚜기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은 14.8배로 업종 평균 대비 10.3% 낮다”며 “해외 성장성은 제한됐지만 브랜드 가치, 제품 구성, 영업력 등을 종합할 때 아직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 한 주당 주가가 순이익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예컨대 A기업 주가가 10만원인 경우 1주당 순이익이 1만원이면 PER은 10이 된다. 기업의 순이익이 주가보다 크면 PER은 낮게 나타난다. 통상 PER이 낮을수록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저평가된 상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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