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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방송 오래할수록 더 치열하게 살아야죠”

MEDIA | “방송 오래할수록 더 치열하게 살아야죠”

JTBC 예능 프로그램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에서 이경규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이슈와 트렌드에 대해 논한다.



개그맨 이경규(54)가 JTBC에 출사표를 던졌다. 4월 2일 첫 방송을 한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이하 ‘뜨거운 네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뜨거운 네모’는 설문 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논하는 신개념 토크쇼다. 이경규는 후배 개그맨 유세윤과 함께 공동 MC를 맡았다. 4월 1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뜨거운 네모’ 제작발표회에서 이경규는 “‘뜨거운 네모’는 사회적인 이슈를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내 모습과는 색이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JTBC와는 첫 만남인데 감회가 어떤가요?

JTBC에 처음 출연하는 방송인데 프로그램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을 할 수 없잖아요. ‘뜨거운 네모’의 시청률이 저조하다면 JTBC에서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라도 꼭 성공해야죠. 두세 개의 프로그램을 히트 치고 떠나는 게 목표예요. (웃음)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옛날에는 재미없으면 안 했죠. PD나 작가들한테 ‘이렇게 하면 망한다,’ ‘바꿔라’ 하고 잔소리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요즘은 먼저 판단하기에 앞서 일단 녹화부터 한 뒤 난리를 치죠. (웃음) 이제 고집 부릴 나이는 지났으니까. 말을 많이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나이 아닌가요? 그래서 방송에 임할 때도 욕심을 내려놓고 양보하는 편이에요. 옛날에는 ‘ 녹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송했지만, 이제는 ‘좋게, 재밌게 빨리 끝났으면’으로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고집불통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저 예상 외로 세심하고 배려심이 많아요. (웃음)

방송에서 호통치는 모습이 곧잘 나오는데 실제와는 다른가 보죠?

저는 우리나라에 왜 반말, 존댓말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어요. 후배는 왜 90도로 선배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도 그렇죠. 굳이 격을 따지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한테 ‘나이 몇 살이냐, 학교 어디 나왔느냐, 출신 어디냐’ 묻지 않거든요. 나이 물어보는 순간 갭이 생기는 거 잖아요. 그 대신 ‘너 뭐 좋아하냐?’ 이런 건 물어보죠. 방송에 출연한 후배들이 저를 가리켜 ‘어렵다’, ‘무섭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실제로는 허물없이 같이 잘 놀아요.



‘버럭’ 화법에서 부드러움 갖춘 개그맨으로 진화‘개그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들 하는데, 이렇게 롱런하는 비결은 뭐라고 보세요?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고, 시대를 앞서가는 예능을 가장 먼저 시도해서 그런 듯해요. ‘캐릭터 설정’을 해놓고 방송을 했던 개그맨은 제가 처음이었으니까요. 옛날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들이 서로 재밌는 얘기만 주고받았지, 캐릭터를 설정해놓고 방송하진 않았거든요. MBC ‘대단한 도전’을 하면서 김용만 씨와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저는 김용만 씨한테 호통치는 역할이었고, 김용만 씨는 적당히 망가지면서도 저와 밸런스를 맞춰주는 캐릭터를 선보였죠.

‘버럭 개그’도 그때 생겨났죠. 호통 치는 캐릭터가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용만이한테 큰소리치는 게 편한 것도 있었지만요. (웃음) 출연진 간에 캐릭터를 설정하는 등 남들이 하지 않은 부분에서 앞서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걸 시도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방송 노하우를 모두 나눠가지는 바람에, 웬만한 사람도 다 평균 이상으로 잘 만들어내요.

연예계에서 출발할 때부터 개그맨으로 성공할 줄 알았나요?

사실 코미디언을 평생 할 생각은 없었어요. 데뷔하고 나니 같은 방송국에 학교 선배들(동국대 연극영화과)이 많더라고요. 당시 개그 프로그램은 콩트 위주였기 때문에 연기를 잘해야 했는데, 저는 연기실력이 영 꽝이었어요. 사투리가 심하고, 웃기는 연기도 잘 못했어요. 그래도 해보니까 점점 재밌더라고요. 계속하다 보니 오늘날까지 온 거예요.

‘20대를 웃길 수 있는 50대 개그맨은 이경규가 유일하다’는 말도 있던데요?

그래요? 어린 친구들을 웃길 수는 있죠. 그런데 어떻게 웃기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교훈을 넣으면 싫어할 테고, 교훈을 안 넣으면 가볍다고 여길 테니까. 그래서 고민이에요. 세대 별로 어떤 웃음 포인트를 좋아하는지, 젊은 친구들에게는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를요.

동년배 개그맨들이 방송을 떠난 상황에서, 홀로 남은 것이 외롭지는 않나요?

외롭지는 않은데, 나한테 충고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좀 그래요. 나보다 어른이 있으면 좀 눈치도 보고 할 텐데, 선배가 없으니 대충해도 나한테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어요.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컨트롤하는 게 힘들죠.



제2의 전성기를 맞다과거에 대한 향수는 없나요?

방송하면서 ‘이때가 참 좋았지’ 싶었던 시절은 별로 없고요. 제 인생 중에서는 일본 유학 시절이 제일 신났죠. (이경규는 ‘일밤-이경규가 간다’ 이후 1999년 1년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유학이 제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매일 놀면서 새로운 걸 많이 봤어요. 요즘처럼 ‘TV에 안 나오는 동안 내가 잊히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없었고요. 그땐 방송하는 사람이 몇 명 안 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웃음)

개그맨으로서 늘 웃음을 강요받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나요?

그래서 제가 사람을 잘 안 만납니다. (웃음) 만나면 친절하게 행동해야 하고, 웃어야 하는데 제가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못 되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잘 안 가는 이유죠. 시청자들은 TV에서 개그맨의 늘 웃는 모습만 보니까, 우리가 늘 쾌활한 줄 알아요. 사실 저는 하루 중에 밝은 표정 지을 때가 한두 시간도 안 돼요.

“이경규가 부드러워졌다”는 평이 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이를 먹어서 생기는 가장 안 좋은 단점이 말이 많아진다는 거예요. 남의 얘기를 귀담아듣질 않죠. 나이 먹을수록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리슨(Litsen)’과 ‘셧업(Shut Up)’이 필요합니다. ‘힐링캠프’ 촬영을 하려면 네다섯 시간 동안 꼬박 출연자 이야기를 들어야 해요. 내가 떠들고 놀아야 재밌는 건데, 남의 이야기만 들으려니 지겹고 힘들죠. 방송을 하면서 듣는 연습이 많이 됐습니다. 들어주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웃음)

어떤 방송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특별히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건 없어요. 개그맨이 그리 대단한 직업은 아니잖아요. 다만 방송가에서 ‘끝까지 치열하게 일하다 간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현재도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늘 PD, 작가와 싸우면서 말이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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