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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현대차그룹 사돈기업 삼표그룹 압수수색 - 정의선 부회장 처가 수사에 현대차도 긴장?

Issue | 현대차그룹 사돈기업 삼표그룹 압수수색 - 정의선 부회장 처가 수사에 현대차도 긴장?

충북 제천 삼표이앤씨 공장 전경.



검찰이 5월 28일 현대자동차그룹과 사돈지간인 삼표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민관유착 비리 수사의 일환이다. 정도원 삼표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부인이다. 삼표는 그간 현대차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현대차는 이번 압수수색으로 괜한 불똥이 튈까 좌불안석이다.

이번 수사는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첫 포문이 된 ‘철도 비리’에서부터 시작했다. 검찰은 과거 철도용품 납품업체들의 시험성적서 위조나 수상한 자금흐름 현황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5월 28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 등 100여 명을 동원해 대전시 신안동에 있는 철도시설공단 사무실과 납품업체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김광재 전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철도 관련 공공기관 전·현직 간부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철도 ‘관피아 비리’ 관련 압수수색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 본사뿐 아니라 철도시설 납품업체 등도 압수수색했다. 독일 보슬러에서 레일체결장치를 수입하는 AVT뿐 아니라 삼표이앤씨를 비롯한 철도 납품업체 몇 곳을 추가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표 측은 “아직 이번 압수수색의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대상이 삼표이앤씨인 것으로 보아 철도 관련 수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이앤씨는 1980년부터 철도용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침목·레일체결장치·레일·분기기 등 철도 관련 핵심 부품들을 만든다. 국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삼표연탄’ ‘삼표레미콘’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고 정인욱 명예회장이 1952년 설립한 강원탄광에 뿌리를 뒀다. 1960년대 중반 골재·레미콘·철강 사업에 진출하면서 그룹사 면모를 갖췄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 명예회장의 장남 정문원 전 강원사업그룹 회장은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주력사였던 강원산업을 현대차그룹 계열의 인천제철(지금의 현대제철)에 넘기고 재계를 떠났다. 그러나 차남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4년 삼표그룹을 출범시켰다.

삼표는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하다.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는 현대차그룹의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과 결혼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도원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정지선씨의 사촌오빠인 정대우 삼안운수 사장은 정의선 부회장과 구정중·휘문고 동창이다. 또한 정도원 회장의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언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외아들이자 후계자인 정대현 삼표 전무는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결혼했다.

삼표그룹은 이런 혼맥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특히 현대차와의 사업 관계가 복잡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삼표이앤씨다. 삼표이앤씨는 지난해 9월 사명을 삼표피앤씨로 변경한 뒤, 11월 삼표이앤씨라는 같은 이름의 자회사를 만들어 분할했다. 이에 따라 삼표이앤씨 지분 100%를 삼표피앤씨가 갖고 있고, 삼표피앤씨는 지주회사 삼표(65.22%)와 정도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34.78%)이 보유하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등으로부터 철강자재를 구입해 신축이음새·크로싱·절연레일 등 철도선로 용품을 생산한다. 이를 다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을 비롯한 주요 건설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판다. 삼표이앤씨의 매출 중 상당한 비중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분할 이전인 2012년 매출 1577억원, 당기순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삼표의 다른 계열사인 삼표기초소재는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2012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다. 현대제철이 2011~2012년 자사에서 나온 슬래그의 80% 가량을 삼표 기초소재에 공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슬래그는 제철소에서 철광석을 정제하고 나오는 부산물이다. 시멘트의 혼합재료로 쓰인다.

현대제철은 슬래그의 대부분을 삼표에 공급하고, 삼표는 이를 일부만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는 높은 마진을 붙여 다른 시멘트 업체에 파는 형식으로 이익을 취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사내 이사로 있는 현대제철은 생산된 슬래그 240만t 중 200만t 가량을 삼표기초소재에 공급했다.

삼표기초소재의 생산능력을 감안했을 때 한 해에 필요한 최대 슬래그 양은 100만t이다. 결국 절반 가량은 다른 슬래그시멘트 업체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 넘긴 것이다. 슬래그를 직접 구매하지 못하는 시멘트업체 입장에서는 같은 슬래그를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구조다. 당시 이들 업체의 불만이 표출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현대제철은 삼표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였다.

현재 삼표기초소재의 지분은 주식회사 신대원이 69.3%, 삼표가 25%, 정대현 전무가 5.7% 갖고 있다. 신대원은 지난해 11월 대원에서 인적분할한 회사로 정대현 전무가 77.96%, 정의선 부회장의 아내 정지선씨와 처제 정지윤씨가 11.02%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비엔 역시 현대제철과 밀접한 삼표 계열사다.

폐자동차를 가공·정제해 철 원료를 공급하는 철스크랩 사업 등을 한다. 2012년 매출 중 현대제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5%에 달한다. 이 회사의 주주는 정 전무(69.99%)와 특수관계인(30.01%)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경제민주화와 일감몰아주기 근절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의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현대차, 사돈 리스크에 촉각대원으로 합병된 삼표로지스틱스도 눈길을 끄는 회사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와 닮은꼴이다. 물류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후계 승계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공통점 때문이다. 그룹 내 물류 회사인 삼표로지스틱스는 합병 전인 2012년 2686억원의 매출을 올린 그룹 내 3위 계열사다.

정 전무가 이 회사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매형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승계용 총탄의 화수분 역할을 했던 것처럼, 승계 준비를 하는 정대현 전무에게는 삼표로지스틱스가 경영 승계를 위한 핵심 계열사인 셈이다. 지난해 삼표로지스틱스는 정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대원에 합병됐다.

이처럼 ‘가까운 사돈’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자 현대차 내부에서는 배경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일단 “수사는 철도 관련 비리에 대한 것이지만, 자칫 일이 확대돼 현대차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차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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