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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기대 속 우려 커진 한·중 FTA - ‘연내 타결’ 서두르다 ‘양보·졸속’ 우려

Issue | 기대 속 우려 커진 한·중 FTA - ‘연내 타결’ 서두르다 ‘양보·졸속’ 우려

올 3월 17일 열린 한·중 FTA 10차 협상에서 양국 대표인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왼쪽)과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임하는 중국 측 자세는 성의가 없었다. 이전 협상 때와 전혀 진전이 없는 페이퍼를 가지고 협상장에 나오곤 했다. 협상 시간도 다 채우지 않아, 우리 측 협상단이 남는 시간에 예정에 없던 중국 현지 한국 기업을 만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한·중 FTA 우리측 협상단 관계자의 얘기다. 익명을 원한 이 관계자는 “올 3월 17일부터 열린 10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중국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다른 관계자는 “중국 측이 뻣뻣한 자세로 나와 우리 협상단이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와 FTA 타결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회의적인 분위기였다”며 “지난해 말 8차 협상 때 양국 양허안을 처음 교환했는데, 이후 협상 때도 별다른 진척 없이 기싸움만 했다”고 말했다.

양허안(offer)이란, 양국이 FTA를 통해 어떤 품목의 관세를 어느 기한 내에 철폐할 것인지를 담은 일종의 계획안이다. 양국은 지난해 9월 일반품목(10년 이내 관세철폐), 민감품목(10~20년 이내 관세철폐), 초민감품목(관세철폐 제외) 등으로 나눠 85~90%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하고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분과별로도 협상을 하는데, 중국 측 담당관이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불참해 협상을 못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확 달라진 중국 측 태도, 왜?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5월 26일부터 닷새 간 중국 쓰촨성 메이샨시에서 열린 11차 협상 직후 중국 협상 주체인 상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논평했다. 별다른 논평 없이 협상 소식만 간략히 전했던 기존 태도와 달라진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규범 분야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3월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연내 FTA 타결에 합의한 후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다른 얘기도 나온다. 한국 협상단 수석 대표인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11차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상품·서비스 분야는 아직도 힘겨루기를 하는 혼전 상태다. 한국은 석유화학·철강·기계 등 핵심 제조 분야에서 양허를 요구하고, 중국은 주요 농수산물에 대해서 양허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기존 협상 때와 크게 다른 게 없다. 주목할 것은 다음 발언이다.

우 실장은 상품 분야에서 양국이 교환한 2차 양허안과 관련해 “(중국이 요구하는 양허안) 수가 상당히 줄었다”며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핵심 품목으로 쟁점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크게 진전된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고압적이던 중국 측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그동안 중국의 협상 태도를 봤을 때 한국 측도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정상이 연내 타결이라는 사실상의 데드라인을 그었는데, 제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시진핑 주석이 화답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협상단이 연내 타결이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중국 측에 당근(양보안)을 제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 역시 “중국의 양허안 수가 줄었다면 우리도 중국 측에 그에 상응하는 양허안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세부적인 협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1, 2차 양허안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일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중국 측 요청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한·중 FTA는 미국과의 협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돼 왔다. 나중에 추가 협상이 있기는 했지만, 한·미 FTA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3월까지 8차 협상을 갖은 후, 10개월 만인 2007년 4월 2일 타결됐다. 한·중 FTA는 2012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열린 1단계 협상(1~7차)에서 상품·서비스·투자·규범·경제협력 분야 모델리티(협상기본지침) 문안에 겨우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2단계 첫 협상(8차)에서는 최대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상품 분야 양허안을 첫 교환했다. 올 1월 열린 9차 협상 때는 초민감품목 등 전체 양허안과 서로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사항을 담은 양허요구안(request)을 맞교환했다. “이때도 협상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는 것이 협상단 관계자의 얘기다. 지난 9차 협상 직후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중국 측이 자국 양허안 및 양허요구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대외비를 요청해 공개할 수 없지만 우리 측의 요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1월 열린 10차 협상 직후엔 분위기가 더 험악해 졌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양허안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협상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농수산물과 영세 중소기업 제품을 초민감품목에 포함했고, 베어링·공구 등 기계와 전기기기 등을 민감품목군에 넣었다. 이와 달리 중국 측은 석유화학·철강·기계 등을 민감·초민감품목에 포함했다. 또한 중국이 우리 농수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한다는 점과 한국의 대중국 주력 수출 상품에 대한 조기 개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양국 입장 차이는 여전이랬던 협상이 갑자기 속도가 붙자 ‘양보 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올 7월 3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방한해 박 대통령과 FTA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7월에는 12차 협상도 예정돼 있다.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만, 한·중 FTA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연구 결과다.

더욱이 우리 교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어 중국과의 FTA를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해도 연내 타결이라는 정치·외교 일정에 맞춰 협상에 나서면 외교 고수인 중국의 패에 말릴 수 있고 밀실·졸속 협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7월 양국 정상회담과 12차 협상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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