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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WING - 술의 과학

BREWING - 술의 과학

현대 주류 제조자들은 역사와 과학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캐나다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양조장.



내가 다른 사람의 침을 마시는 걸까? 지난 5월 29일 저녁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지구에 자리잡은 근사한 와이트 호텔의 한 이벤트 홀. 맥주의 역사에 관한 세계과학 페스티벌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위해 대략 100명 안팎의 맥주 애호가들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물론 주요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샘플도 여럿 갖춰 놓았다).

강연자로는 펜실베이니아대 박물관 소속 ‘요리·발효음료·건강 분야 생체분자 고고학 연구소’의 학술국장 패트릭 E 맥거번과 크래프트 맥주 제조사 도그피시의 창업자 샘 캘러지온이 나섰다. 맥거번은 ‘고대 에일(상면발효 효모를 이용해 만든 전통 맥주), 와인, 극단적 음료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려 왔다. 맥거번의 독특한 학술 연구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역사와 자연과학을 결합한 분자 고고학 분야를 사실상 개척한 선구자다. 아주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마셨는지에 관해 광범위한 연구를 실시해 왔다. 캘러지온도 도그피시에서 맥거번과 함께 갖가지 역사적인 음료를 재현한 선구자로 알려졌다.

요즘 실험가운 차림에 눈금 새겨진 실린더를 들고 술을 연구하려는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진다. 근래 들어 식품의 과학적 분석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증거 사례가 많아졌다. 특히 분자요리가 그런 추세를 선도했다. 물리학과 화학을 이용해 식품의 전통적인 형태와 질감에 도전하는 요리 방식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알코올의 바탕을 이루는 과학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

최초의 알코올 음료는 어림잡아 기원전 7000년 신석기 시대 중국 허난성 마을 지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맥주 인류학자들은 설명했다. 맥거번은 고대 지아후 술의 원료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기체 색층분석법(혼합물을 단일 성분으로 분리하는 기법) 같은 분석 도구를 이용했다. 사실상 화학적 시료들을 증발시켜 실체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가 알아낸 사실은 놀라웠다. 고대의 애주가들은 산사, 머루, 쌀, 꿀 같은 재료들을 씹은 뒤 점토 용기 안에 뱉었다. 그 침에 버무려진 혼합물들이 용기 안에서 발효하게 된다. 알고 보니 침이 어느 정도 맥아제조 과정 같은 기능을 한다. 이들 원료의 전분을 효소들이 단순당으로 분해한다. 그래서 효모가 그 혼합물을 알코올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문에 침에 관한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는 도그피시가 내놓은 샤토 지아후를 마시고 있었다. 그 고대 주류를 본떠 만들었다고 알려진 술이다. 캘러지온은 먼저 지아후 지역의 고고학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뒤 2009년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도그피시 직원들에게 옥수수를 씹어 양동이에 뱉도록 해서 치차를 만들었다.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그 라틴 아메리카산 맥주는 씹는 제조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뒤 델라웨어주 레호보스비치에 있는 회사 소유 주점에서 그 술을 판매했다.

“그 술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권리 포기각서에 서명해야 했다”고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내놓은 시음용 지아후를 방금 크게 한입 들이켠 몇몇 사람의 찝찝한 기분을 맥거번이 간파한 듯했다. 사람의 침 대신 “우리는 젤라틴 형태의 누룩을 사용했다”고 그가 덧붙였다.

요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일의 맥주가 널리 관심을 모은다. 아울러 역사적인 맥주 스타일 또한 부활한다. 댈러스의 크래프트 맥주 주점.
맥주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사람들은 맥거번과 캘러지온뿐이 아니다. “요즘 미국에선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일의 맥주가 널리 관심을 모은다.” 독립 생산자들의 업계 단체인 양조자협회의 줄리아 허츠 크래프트맥주(수제 맥주) 프로그램 국장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아울러 역사적인 맥주 스타일 또한 부활한다. 구세계(미 대륙 발견 전의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생산자들이 만들던 주류에 신세계(미국 대륙) 생산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클리블랜드 지역의 한 주류 업체는 2013년 여름 시카고대 고고학자들과 협력해 수메르(바빌로니아 남부 고대 문명 발상지)의 양조법을 재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발굴된 도기에서 알아낸 “고고학적 증거에 따라” 양조장 위에서 맥아를 제조했다.

레이첼 마이어와 셀레나 아메드 같은 다른 마니아들은 자연과학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고도의 지식을 갖춘 연구소 및 현장 식물학자들인 마이어와 아메드는 슈츠&루츠 비터스 사를 차렸다. 과학적 연구를 하는 본업에서 터득한 생산기법을 이용해 크래프트 비터스(쓴 맛을 내는 약을 배합한 술)를 만드는 회사다.

그 토요일 오후 맥주 워크숍이 끝난 뒤 두 여성이 한 실험실에서 강좌를 실시했다. 테이블 위에는 플라스틱 튜브와 자극적인 냄새의 허브와 향신료 가루 더미가 놓여 있었다. 카르다몸(생강과의 향신료)으로부터 생강과 녹색 후추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식물에 관한 내 연구에 관해 가장 해로운 방법으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마이어가 입을 열었다. “술!” 청중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비터스를 통해 과학 문외한들이 식물의 종다양성을 인식하도록 도우려는 취지의 강좌였다. 비터스는 식물 추출물을 함유한 쓰거나 달콤 쌉쌀한 주류다. 예컨대 ‘다뉴브’는 서양까치밥나무 열매, 셀러리, 파프리카를 원료로 만든 슈츠&루츠 비터스의 주류 제품이다. 그것은 “식물영양소에게 보내는 송가”라고 아메드가 말했다. “이들 식물은 모두 항산화제와 항염증 화합물 성분을 다량 함유한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상당한 약효를 지닌다.” 마이어가 비터스의 기원을 가리켜 말했다. 2000여년 전 근대적인 약품이 등장하기 전에 질병을 이겨내는 강장제로 쓰인 게 시초였다고 맥거번은 말한다.

참석자들이 직접 비터스를 만들어보는 시간이 왔다. 마이어와 아메드는 식탁 위에 놓인 갖가지 식물들 중에서 무엇이든 원하는 재료를 50㎖의 플라스틱 튜브에 첨가하라고 설명했다. 그 혼합 재료가 10㎖를 넘지만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줬다. 그 작업이 끝나자 한 자원봉사자가 그들의 튜브에 보드카 40㎖를 부어줬다. 그뒤 용기를 초음파 액체 프로세서안에 한동안 넣어둔다. 기본적으로 음파를 이용해 액체 속의 입자를 용해하는 장치다. 식물의 화학물질이 알코올 전반에 골고루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슈츠&루츠의 표준 기법으로 주방보다 실험실에서 더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초음파 액체 처리 과정을 거친 뒤 참석자들은 깔때기를 이용해 차 색깔 액체를 유리 약병 안에 붓는다. 그리하여 자극적인 향의 비터스가 완성됐다.

과학을 염두에 두고 증류한 주류만 특정하게 조사한 데이터는 없다. 하지만 애주가들은 자신들의 술 특히 비터스에서 담근 식물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업계 단체인 미국증류협회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벨 오웬스는 5년 전만 해도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독립적인 비터스 회사는 없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요즘엔 20~30개사나 된다. “상당히 뜨는 주류 항목”이라고 그가 말했다.

담근술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고 오웬스가 말했다. 지난 4월 그 단체의 컨퍼런스에서 그 기법에 관한 워크숍을 따로 마련할 정도였다. 사람이 너무 몰려 강좌를 하나 따로 개설해도 될 뻔했다고 오웬스가 말했다.

맥거본의 관점에서 크래프트 양조와 증류에 관한 이 같은 관심은 단순히 더 좋은 술을 찾는 수요만 반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외식 소비자와 애주가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으로 본다. 단순한 소비에서 탈피해 윤리적인 소비로 나아가는 움직임이다.

“그것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전체 개념의 지평을 넓혀준다. 여러 가지 다른 차원에서 혁명이다.” 주류 세계의 이 같은 발전에 관해 맥거번이 말했다. “사람들은 가능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경험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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