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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 | DONG-A TRAFFIC SERVICE CEO RIM, JI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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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요 버스’를 아시나요? 처음 운행 아이디어를 낸 임진욱 동아운수 대표는 버스를 하나의 문화콘텐트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버스의 외관을 친근하게 할 뿐 아니라 서비스 질과 편리성을 높이려 한다.
임진욱 대표는 편하고 펀(Fun)한 버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한산 아래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수유동)에 있는 동아운수 차고지. 이곳은 5월 한 달 동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동아운수 직원은 “타요 버스를 구경하러 하루 수백 명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4대에서 100대로 운행 대수를 늘린 요즘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어린이집 버스를 탄 ‘단체 관광객’들이 여전히 줄을 잇는다.

타요 버스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 속 캐릭터를 실제 버스 외관에 입힌 것으로 동아운수가 3월 말부터 운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 공동 저작권을 가진 서울시가 비영리 목적에 한해 무상 사용을 허락하면서 순천, 안동, 전주, 군산, 익산 등지에서도 타요 버스가 운행 중이다. 부산에서는 11월 전기자동차와 타요 버스를 결합한 도시 투어 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제주도 역시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

동아운수의 미술관 버스 내부.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6월 9일에는 타요 버스 광고수익이 줄면서 운행을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와 다시 화제가 됐다. 임진욱(48) 동아운수 대표는 “논의 중인 문제가 마치 결정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타요 버스는 계속 운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타요 버스 100대를 제작하는데 1억1400만원이 들었습니다. 100대 가운데 80대는 현재도 측면광고가 있고 20대만 버스 전체를 타요 이미지로 감쌌는데 그 위에 광고를 하는 방향으로 광고회사와 협의 중입니다.”

임진욱 대표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돌출형 번호판.
임 대표는 몇 년 전부터 버스 앞에 타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다 최근 버스 앞면이 평평하게 바뀌면서 전체를 얼굴처럼 꾸몄다. “버스를 좋아서 타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타지요. 이런 승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는 승객을 위해 늘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버스 앞문에 부착돼 문이 열릴 때 튀어나오는 돌출형 번호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장치, 버스 내부 중앙에 매달아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한 패널 등이 모두 임 대표의 발명품이다.

특히 돌출형 번호판의 성과는 크다. “정류장에 버스 여러 대가 일렬로 들어설 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됩니다. 과거 뒷문에서 튀어나오던 ‘오토바이 조심’ 팻말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호응이 좋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확대 적용해 현재 전체 서울시 시내버스 가운데 600여 대를 제외한 6800여 대에 돌출형 번호판이 달려 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돌출형 번호판 1개를 만드는데 3만5000원의 비용이 들어 다른 버스 회사들이 쉽게 나서지 않은 것. 이때 번호판 아래쪽에 광고를 넣어 광고비로 제작비를 충당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임 대표다. 야간에도 잘 볼 수 있게 불이 들어오는 장치를 추가할 계획이다.

돌출형 번호판을 장착한 버스가 ‘보이는 버스’라면 음성 안내 장치를 단 버스는 ‘말하는 버스’다. 이 버스는 정류장에 멈춰서면 ‘딩동, 동아운수 151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라는 음성 안내로 도착을 알린다.

“151번 버스 노선이 국립재활원과 한빛맹학교, 국립서울맹학교를 지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좀 더 편하게 버스를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만들었죠.” 현재 151번 버스 39대가 말하는 버스로 운행되고 있다. 임 대표는 “노선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정류장마다 시각장애인 전용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히말라야 사진전. 특수필름을 사용해 내부에선 밖이 보인다.


“버스는 도시의 미디어”버스를 문화콘텐트와 접목하는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한글날에는 디자이너 이건만씨의 한글 디자인 작품을 버스 전체에 입혀 ‘한글 버스’를 운행했다.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장식 이미지로 버스 전체를 감쌌다. 버스 안 전시회인 이순구 화백의 ‘웃다展’도 큰 인기를 끌었다.

버스에 메시지도 담았다. 매년 6월에는 버스 앞에 호국보훈의 달, 3월에는 천안함 장병 추모 플래카드를 걸고 달렸다. 국경일에는 자석으로 만든 태극기를 버스 앞에 붙인다. 천으로 된 태극기를 사용하다 더러워지고 찢겨 보강한 것이다. 임 대표는 “버스 옆면 창문에 밖에서만 보이는 특수 필름을 이용해 히말라야 산맥 사진을 붙일 계획”이라고 자랑했다.

“승객을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버스의 첫 번째 임무고 여기에 즐거움과 볼거리가 있으면 더 좋지요. 버스가 하드웨어라면 저는 소프트웨어를 더한 것입니다. 버스는 도시의 미디어, 하나의 시각적 요소니까요.”

임 대표는 끊임없이 버스를 보고, 타고, 연구한다. 그는 퇴근할 때 버스 투어를 하곤 하는데, 정류장마다 내려 다른 회사의 버스를 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다른 버스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임 대표는 이런 경험을 살려 지난 5월 서울시 버스 서비스 디자인 단장을 맡았다. “버스를 믿고 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건 중저상버스를 늘리자는 겁니다.” 서울시 시내버스는 문에 계단이 두 개인 일반버스,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계단이 한 개인 중저상버스로 나뉜다.

“일반버스는 한 대에 1억3000만원, 저상버스는 2억2000만원, 중저상버스는 1억5000만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일반버스가 다니는 나라는 한국 뿐일 겁니다.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어요. 압축천연가스(CNG) 가스통이 아래쪽에 있

어 폭발 위험도 있고요. 다 저상버스로 바꾸면 좋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중저상버스다. 동아운수는 6년 전부터 51대의 중저상버스를 운행한다. “문제점들을 개선해 점차 운행 대수를 늘려갈 계획입니다.”

임 대표는 버스 안 공기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운수는 저상버스 5대에 실내 이온화 공기정화기를 달았습니다. 시험 운행하면서 실내 공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하고 있어요.” 임 대표는 “유럽은 시내버스에 창문이 없는 대신 공기정화기를 충분히 돌린다”며 “우리나라 시내버스는 공기 정화 장치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에는 ‘중앙버스전용차로 교통정보 안내장치’로 특허를 받았다. 신호등 옆에 노선안내도를 설치해 중앙까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도 노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업계 처음으로 운전기사 해외 연수 보내버스 광고에 대한 고민도 많다. “왜 사각형 틀에 갇혀 있을까요? 싱가포르, 홍콩에 가보면 명품 브랜드들이 버스에 광고를 합니다. 외국처럼 광고로 모든 면을 감쌀 수도 있고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을 개발할 수 있어요.”

얼마 전 4년 동안 연구한 세 발 전기 이동수단도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사장이다 보니 주로 차 뒷자석에 타는데 답답해서 자전거를 한 대 마련했어요. 그런데 땀이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개발한 이 제품은 지난해 말부터 대만의 퍼시픽사이클에서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으로 생산한다. 한 대 440만원으로 올 3월 판매를 시작해 NC다이노스, ADT캡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에 15대를 납품했다.

이런 임 대표의 갖가지 실험에 직원들도 조금씩 바뀌어갔다. “처음에는 일이 많아지니까 귀찮아했어요. 요즘은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하더군요.” 임 대표는 “근무시간과 임금은 조합에서 정한 사항이라 바꾸기 어렵지만 같은 제복이라도 어깨에 견장을 다는 등 운전기사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업계 처음으로 우수 운전기사 10명을 뽑아 3박 4일 동안 대만으로 해외연수를 보냈다. 경비는 임 대표 개인의 특허료로 댔다.

임 대표는 창업자인 고(故) 임동철 회장의 뒤를 이어 형 임상욱 사장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임진욱 대표가 제품을 개발하는 개발자라면 임상욱 사장은 회사 경영을 관리하는 경영자다. 동아운수는 서울시 버스회사 65개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운행버스는 213대, 운행사원(운전기사)은 485명에 달한다. 임 대표는 버스 회사의 만성 적자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이제까지와 다르게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흠, 요금을 거리 별 정산제로 개편하든지 환승 횟수를 지금보다 줄이는 방법으로 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요금을 올리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버스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무조건 비용을 아끼기보다 적절히 돈을 들여 안전하고 깨끗한 버스를 만들고 그에 맞는 요금을 받는 것이 버스회사와 승객 모두에게 좋은 길입니다.”

안주하기 쉬운 버스업계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그. 어린 시절 역시 남달랐을 것 같지만 “내성적이고 조용한 학생이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성격이 바뀐 것은 신문사 사진 기자로 일하면서부터다. 그는 “2002년에 사진기자를 그만두고 광고회사를 차리면서 영업 마인드를 배웠다”며 웃었다. 동아운수에는 2007년에 합류했다.

“사진, 광고, 버스가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연관이 있습니다. 버스는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니에요. 즐겁게 탈 수 있는 ‘편하고 펀(fun)’한’ 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임 대표는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시내버스를 ‘씨네버스’로 만들어 보려고요. 버스 내벽에 10인치 모니터 10대를 달아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겁니다. 어때요?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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