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EPRENEURS | NOVELIS ASIA PRESIDENT SHASHI MAUDGAL - 알루미늄업계의 ‘연금술사’
ENTREPRENEURS | NOVELIS ASIA PRESIDENT SHASHI MAUDGAL - 알루미늄업계의 ‘연금술사’
중구 남대문로5가. 서울의 중심가인 이곳에 세계 최대 알루미늄 압연제품 생산기업 노벨리스의 아시아 본사가 있다. 압연제품은 금속을 얇은 판으로 만든 것. 노벨리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4%다. 이 회사가 지난해 북미, 유럽, 남미, 아시아 등 4개 대륙에서 생산한 알루미늄 압연제품은 278.6만t에 달한다. 이 제품들은 자동차, 음료 캔, 가전제품, 건설자재 등에 쓰인다. 소비자에겐 생소하지만 알루미늄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선수’다.
지난 5월 27일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샤시 모드갈(60) 아시아 총괄 사장은 “쉽게 말해 고객의 고객을 위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가 기자의 노트북을 가리켰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코카콜라,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명 브랜드들이 주요 고객이죠. 노벨리스 제품은 생각보다 다양한 소비재에 쓰입니다.”
제품별 공급 비율은 음료 캔이 63%로 가장 높다. 다음은 건축·전자·수송 관련 고급 특수제품(21%), 호일 및 기타제품(10%), 자동차(6%) 순이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쓰임새가 다양하며 재활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노벨리스가 주목 받는 이유다. 알루미늄 압연제품의 생산 공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보크사이트를 채굴해 산화알루미늄을 뽑아내고 제련, 주조, 압연 등을 거쳐 알루미늄 판을 생산한다. 노벨리스의 공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린 최종 제품을 다시 수집, 가공해 원료로 재활용한다. 전체 원자재에서 재활용 원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46%다. 음료 캔의 경우 1년에 재활용하는 수가 400억개. 지구를 100번 이상 감을 수 있는 분량이다.
경북 영주에 노벨리스 아시아의 재활용 센터가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입니다. 국내외에서 모은 폐 알루미늄을 이곳에서 가공해 다시 압연제품으로 만듭니다.” 소비자가 버린 제품과 고객사가 최종 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 모두 원자재로 재활용한다. 모드갈 사장은 “알루미늄은 아무리 재활용해도 품질이 손상되지 않는다”며 “또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보크사이트 채굴에 필요한 에너지의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도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
서울은 아시아 사업의 ‘홈베이스’재활용 사업에서 공급처는 기술력과 설비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다. 노벨리스 아시아는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12개국에서 폐 알루미늄을 가져온다. 모드갈 사장은 “고객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맺어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재활용 외에도 영주 재활용 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웃한 KT&G 공장에 판매하고, 소비자에게 재활용 교육을 하는 등 꾸준히 친환경 사업을 하고 있다.
모드갈 사장은 “2020년까지 재활용 원료 비율을 80%까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집하는 폐 알루미늄 양을 늘리고 재활용 원료 비율을 높인 합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베트남에 신규 폐 알루미늄 수집망을 구축했고 북미에 새로운 폐 알루미늄 조달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노벨리스 아시아의 지난해 매출은 18억 달러(약 1조8430억원)로 전체 노벨리스 매출의 20% 정도다. 알루미늄 생산량은 56만2000t이다. 모드갈 사장은 “최근 한국 설비 생산량을 60만t에서 100만t으로 늘려 매출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알루미늄 시장입니다. 3년 후면 매출이 30억 달러로 늘어날 겁니다.”
노벨리스 아시아의 총괄 본부인 노벨리스코리아의 전신은 1969년 대한알루미늄공업이 세운 울산 제련공장이다. 2000년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캐나다의 알칸이 대한알루미늄공업을 인수했고, 2005년 알칸의 압연제품 사업부가 노벨리스로 분리되면서 노벨리스코리아로 사명이 바뀌었다. 모드갈 사장은 “노벨리스 아시아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서울은 홈베이스 역할을 한다”며 “이곳을 생산기지 삼아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동남아시아 시장을 확장시키고 북미, 유럽으로 수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주 외에 한국의 울산,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공장을 뒀다. “베트남에는 알루미늄 캔을 수집하는 시설이 있습니다. 이 캔을 수집해 영주 재활용 센터로 보내면 재활용 처리를 해 다시 베트남으로 보냅니다. 또 울산 공장에서 제조한 압연 코일을 올해 말 완공 계획인 중국 공장에서 차량용 제품으로 가공하게 됩니다. 한국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아시아 사업장의 중심지입니다.”
완공을 앞둔 중국 창저우 공장은 차량용 알루미늄 제품생산을 위한 곳이다. 자동차 제품 공급량 증대는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노벨리스가 강조하는 사업 전략이다. 모드갈 사장은 “고연비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가 주목 받고 있다”며 “자동차 관련 알루미늄 제품 수요는 매년 25~30%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80종이 넘는 차량에 노벨리스 제품이 사용된다. 차체·차량 외장 패널용 알루미늄 압연 제품 시장의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세계 1위다. “지난 40여 년 동안 단순 공급을 넘어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차량용 알루미늄 제품을 개발해왔습니다. 자동차 제품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늘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노벨리스의 목표입니다.”
샤시 모드갈은… 인도공과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인도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노벨리스에 입사하기 전 아시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힌달코 인더스트리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근무했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 본사를 둔 노벨리스는 힌달코의 자회사다. 힌달코의 모회사는 인도의 다국적 기업 아디트야 비를라 그룹이다.
모드갈은 지난해 6월부터 주한인도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다. 한국 생활 3년 차인 그는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역사와 문화가 발달했다”며 한국의 장점을 얘기하면서 고충도 함께 털어놨다. “한국에서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국제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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