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WORLD & SORIBADA - 응답하라! 내 집, 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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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를 주름잡던 싸이월드, 소리바다가 명성 회복에 나섰다. 이들은 ‘살아 있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 모바일에서 “유저와 ’사이(CY)’ 회복하겠다”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 불리는 싸이월드가 지난 4월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에서 분사하며 재기에 나섰다. 6월 3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SK컴즈 본사에서 김동운(46) 싸이월드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06년 싸이월드 전략그룹장을 맡았다. 도토리(사이버 머니). 일촌(현실에서 친구처럼 맺는 관계). 미니홈피(개인 홈페이지). 200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싸이월드의 기능이다. 싸이월드는 3000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확보했지만 2010년대 들어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규모는 커졌지만 대기업 시스템에 갇혀 더 이상 진화하지 못했습니다. 싸이월드는 콘텐트가 중심인 기존 블로그와 다르게 감정을 반영할 수 있어 이용자의 마음을 샀어요. 그런데 상업적으로 바뀌면서 그마저도 잃게 됐습니다. 기술적 요인은 모바일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해 페이스북 같은 경쟁 서비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지요.”
1999년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가 설립해 2004년 SK컴즈에 인수된 싸이월드는 SK컴즈의 최근 2년 이상 적자 행진에 큰 몫을 차지했다. 결국 SK는 지난해 싸이월드와 ‘이별’을 결심하고 12월 이한상 SK컴즈 대표가 김동운 당시 N-TF(SKT, SK플래닛과 협업 태스크포스) 그룹장을 불렀다. 그가 대표직을 수락하고 뜻을 같이 할 직원 30명을 뽑아 법적으로 독립한 것이 지난 4월 8일이다. SK컴즈는 너무 커버린 싸이월드를 새롭게 하는 데 많은 비용을 쓰는 것보다 일정 기간 지원하는 방식으로 되살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와 직급을 모두 없애고 팀을 나눠 각자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어요.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싸이월드 본연의 가치를 현재 기술에 맞게 되찾는 것이 가장 고민입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본연의 가치란 ‘내 공간’을 제공하고 거기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싸이월드가 성공한 것은 감성적으로 ‘내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현실에서의 관계를 온라인에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팝업 형태와 점으로 찍어 만든 것 같은 이미지도 인기 요소였고요.”
온라인 상에서 ‘잊혀질 권리’가 대두된 시점에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고 싶어할까? 김 대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며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온라인에 현실세계를 투영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버전은 현실세계의 나와 미니홈피의 나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부족했습니다. 현실에서의 관계를 내가 원하는대로 온라인 공간에 옮겨오고 소통하는 것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입니다. 가령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은데 획일적으로 일촌으로 엮는 것이 옳은지 예전부터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좀 더 현실에 가까운 ‘공간’과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비판 받은 부분들은 과감히 도려낼 작정이다. 도토리는 개념을 그대로 두되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것. 플랫폼으로서 역할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비스가 먼저고 비즈니스 모델이 그 다음입니다. 서비스와 궁합이 맞는 비즈니스가 있다면 잘 연결해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요.”김 대표는 서비스 기반은 웹보다 모바일에 둘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홈페이지라는 범주 안에서 3분기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은 원치 않는 관계까지 떠안아야 하고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내가 원하는 ‘진짜 내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500만 명의 국내 회원 수를 확보한 카카오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경쟁상대. 김 대표는 라이벌로 카카오스토리를 꼽았다.
현재 싸이월드의 회원 수는 3000만 명.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옛 추억을 없애지 못한 유령 회원이다. 김 대표는 “일 이용자 수가 180만 명 정도라는 것에 희망이 있다”며 “다시 작은 벤처기업으로 돌아갔지만 미니홈피에 담긴 일상과 추억을 사회적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이용자들과 호흡하며 미래도 함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 개인으로서도 이번 도전은 의미가 크다. 미국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2008년 주재원으로 미국에 있으면서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경험한 그는 늘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각자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조직의 모습에 그는 놀라고 있다고 했다.
“모두 그동안 과오를 잊고 예전의 좋은 가치를 되살리겠다는 열의로 가득합니다. 이동형 대표는 분사 소식이 알려지자 먼저 찾아와 절대 서비스를 닫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어요. 이 대표가 ‘한 시대를 풍미한 서비스는 그전 서비스보다 분명 진화된 서비스’라고 하더군요. 더 자유로워진 싸이월드는 다시 진화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습니다.”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 - “파도 헤쳐나가는 게 소리바다의 역할”
국내 최초로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시작한 소리바다가 새로운 파도 일으키기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르면 6월 말 안드로이드 버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소리바다3.0’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새 앱의 기능 못지 않게 소리바다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소리바다는 2000년 5월 P2P(Peer to Peer) 기반의 음악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 간 원하는 음악파일을 업로드·다운로드해 서로 주고 받는 방식이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때맞춰 MP3 플레이어 시장도 커지고 있었다. 3년 만에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서버 하나로 만들어낸 혁신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소리바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수십 차례 저작권 분쟁을 겪고 두 번의 서비스 중단이라는 위기를 맞으면서 많은 이용자가 소리바다를 떠났기 때문이다. 논쟁의 핵심은 유료화였다. 초기 소리바다는 전면 무료 서비스였다. 사람들이 CD를 사는 대신 MP3를 다운로드 받자 음반업계가 가만 있지 않았다. 2001년부터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기존 권리자들이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다양한 쟁점을 띤 법정공방은 2008년까지 계속됐다. 소리바다 창업자이자 현 CEO인 양정환(40) 대표는 “특히 2005년 패소 건이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소리바다는 부분 유료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소리바다와 음원계약을 맺지 않은 몇몇 음반업체가 다운로드할 수 없는 음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필터링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어요. 정부가 정해 놓은 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패소할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소리바다는 판결에 따라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비스를 중지해야 했다. 4개월 만에 서둘러 다음 버전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멜론, 벅스 같은 후발업체가 하나 둘 생기면서 이용자의 충성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놀라운 것은 양 대표가 2001년에 이미 유료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넷 음악서비스 유료화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2년 전이다. “합리적인 선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법률적으로 유료화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었어요. 저작권협회는 계속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고요.” 양 대표는 “그때 협의가 잘 됐다면 음반시장이 붕괴되지 않고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006년 소리바다는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하고 P2P를 배제한 음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가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술이 아닌 마케팅 전쟁이 벌어졌어요. 소리바다는 1위(멜론)를 위협하는 2위에서 순위가 점점 떨어졌습니다.”
다시 근황 얘기로 돌아가보자. 소리바다는 현재 안정적으로 음원 서비스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2009년 스마트폰 음악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난 5월 누적회원은 1700만 명이다. 게임회사인 소리바다게임즈와 영화 ‘변호인’의 제작사인 윌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뒀다. 위세가 예전 같진 않다.
지난해 기준 음원 시장 점유율은 3.3%로 상위권인 멜론(56%), 엠넷(18.5%), 벅스(12%)와 비교해 많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음악 전문 온라인 서비스인 ‘삼성뮤직’과 디지털 음원 공급 계약을 하면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뮤직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삼성허브 앱에서 작동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양 대표는 “소리바다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을 늘리고 약한 브랜드 파워를 보완하기 위해 각 업계 선도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은 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돌파구인 셈이다. 모바일에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푹TV,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 역시 소리바다의 파트너다. 이마트 알뜰폰 구입 고객에게 매월 무료 20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소리바다 고유의 장점도 살릴 생각이다. “지금은 음원 서비스라는 게 그냥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느낌이잖아요. 단순히 파일만 받고 떠나는 게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초기 소리바다 모델 역시 커뮤니티 성격이 강했다. 메시지와 채팅을 이용해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팬끼리 대화를 나누고, 서로 희귀한 음악파일을 구해주거나 음악을 추천해주곤 했다. 이번에 선보인 소리바다3.0에 이런 요소를 가미했다.
각 곡에 있는 ‘파도타기’ 버튼을 누르면 인기차트나 최신 앨범이 아닌 내가 좋아할 만한 ‘나만의 리스트’가 자동으로 보여진다. 빅데이터 기술로 전 세계 음악 목록을 분석해 곡을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또 별도의 회원 가입 절차 없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계정으로 3초면 로그인할 수 있어요. 고객이 좋아할 만한 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였습니다.”양 대표는 이번 앱 개발에 직접 참여할 만큼 공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김현걸 부사장을 비롯한 창업 멤버들을 다시 영입했다.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 CEO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형 양일환 소리바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소리바다 서비스를 개발했다. 양 대표는 “한국 음악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서비스는 그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며 “시장이 발전하려면 끊임없이 기존 장벽을 깨려고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잔한 바다에서 여유롭게 머무르지 않고 파도 속을 헤쳐나가는 게 소리바다의 의미이자 역할 아닐까요?”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 모바일에서 “유저와 ’사이(CY)’ 회복하겠다”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 불리는 싸이월드가 지난 4월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에서 분사하며 재기에 나섰다. 6월 3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SK컴즈 본사에서 김동운(46) 싸이월드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06년 싸이월드 전략그룹장을 맡았다. 도토리(사이버 머니). 일촌(현실에서 친구처럼 맺는 관계). 미니홈피(개인 홈페이지). 200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싸이월드의 기능이다. 싸이월드는 3000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확보했지만 2010년대 들어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규모는 커졌지만 대기업 시스템에 갇혀 더 이상 진화하지 못했습니다. 싸이월드는 콘텐트가 중심인 기존 블로그와 다르게 감정을 반영할 수 있어 이용자의 마음을 샀어요. 그런데 상업적으로 바뀌면서 그마저도 잃게 됐습니다. 기술적 요인은 모바일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해 페이스북 같은 경쟁 서비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지요.”
1999년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가 설립해 2004년 SK컴즈에 인수된 싸이월드는 SK컴즈의 최근 2년 이상 적자 행진에 큰 몫을 차지했다. 결국 SK는 지난해 싸이월드와 ‘이별’을 결심하고 12월 이한상 SK컴즈 대표가 김동운 당시 N-TF(SKT, SK플래닛과 협업 태스크포스) 그룹장을 불렀다. 그가 대표직을 수락하고 뜻을 같이 할 직원 30명을 뽑아 법적으로 독립한 것이 지난 4월 8일이다. SK컴즈는 너무 커버린 싸이월드를 새롭게 하는 데 많은 비용을 쓰는 것보다 일정 기간 지원하는 방식으로 되살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와 직급을 모두 없애고 팀을 나눠 각자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어요.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싸이월드 본연의 가치를 현재 기술에 맞게 되찾는 것이 가장 고민입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본연의 가치란 ‘내 공간’을 제공하고 거기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싸이월드가 성공한 것은 감성적으로 ‘내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현실에서의 관계를 온라인에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팝업 형태와 점으로 찍어 만든 것 같은 이미지도 인기 요소였고요.”
온라인 상에서 ‘잊혀질 권리’가 대두된 시점에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고 싶어할까? 김 대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며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온라인에 현실세계를 투영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버전은 현실세계의 나와 미니홈피의 나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부족했습니다. 현실에서의 관계를 내가 원하는대로 온라인 공간에 옮겨오고 소통하는 것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입니다. 가령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은데 획일적으로 일촌으로 엮는 것이 옳은지 예전부터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좀 더 현실에 가까운 ‘공간’과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비판 받은 부분들은 과감히 도려낼 작정이다. 도토리는 개념을 그대로 두되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것. 플랫폼으로서 역할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비스가 먼저고 비즈니스 모델이 그 다음입니다. 서비스와 궁합이 맞는 비즈니스가 있다면 잘 연결해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요.”김 대표는 서비스 기반은 웹보다 모바일에 둘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홈페이지라는 범주 안에서 3분기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은 원치 않는 관계까지 떠안아야 하고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내가 원하는 ‘진짜 내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500만 명의 국내 회원 수를 확보한 카카오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경쟁상대. 김 대표는 라이벌로 카카오스토리를 꼽았다.
현재 싸이월드의 회원 수는 3000만 명.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옛 추억을 없애지 못한 유령 회원이다. 김 대표는 “일 이용자 수가 180만 명 정도라는 것에 희망이 있다”며 “다시 작은 벤처기업으로 돌아갔지만 미니홈피에 담긴 일상과 추억을 사회적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이용자들과 호흡하며 미래도 함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 개인으로서도 이번 도전은 의미가 크다. 미국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2008년 주재원으로 미국에 있으면서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경험한 그는 늘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각자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조직의 모습에 그는 놀라고 있다고 했다.
“모두 그동안 과오를 잊고 예전의 좋은 가치를 되살리겠다는 열의로 가득합니다. 이동형 대표는 분사 소식이 알려지자 먼저 찾아와 절대 서비스를 닫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어요. 이 대표가 ‘한 시대를 풍미한 서비스는 그전 서비스보다 분명 진화된 서비스’라고 하더군요. 더 자유로워진 싸이월드는 다시 진화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습니다.”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 - “파도 헤쳐나가는 게 소리바다의 역할”
국내 최초로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시작한 소리바다가 새로운 파도 일으키기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르면 6월 말 안드로이드 버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소리바다3.0’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새 앱의 기능 못지 않게 소리바다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소리바다는 2000년 5월 P2P(Peer to Peer) 기반의 음악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 간 원하는 음악파일을 업로드·다운로드해 서로 주고 받는 방식이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때맞춰 MP3 플레이어 시장도 커지고 있었다. 3년 만에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서버 하나로 만들어낸 혁신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소리바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수십 차례 저작권 분쟁을 겪고 두 번의 서비스 중단이라는 위기를 맞으면서 많은 이용자가 소리바다를 떠났기 때문이다. 논쟁의 핵심은 유료화였다. 초기 소리바다는 전면 무료 서비스였다. 사람들이 CD를 사는 대신 MP3를 다운로드 받자 음반업계가 가만 있지 않았다. 2001년부터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기존 권리자들이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다양한 쟁점을 띤 법정공방은 2008년까지 계속됐다. 소리바다 창업자이자 현 CEO인 양정환(40) 대표는 “특히 2005년 패소 건이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소리바다는 부분 유료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소리바다와 음원계약을 맺지 않은 몇몇 음반업체가 다운로드할 수 없는 음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필터링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어요. 정부가 정해 놓은 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패소할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소리바다는 판결에 따라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비스를 중지해야 했다. 4개월 만에 서둘러 다음 버전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멜론, 벅스 같은 후발업체가 하나 둘 생기면서 이용자의 충성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놀라운 것은 양 대표가 2001년에 이미 유료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넷 음악서비스 유료화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2년 전이다. “합리적인 선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법률적으로 유료화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없었어요. 저작권협회는 계속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고요.” 양 대표는 “그때 협의가 잘 됐다면 음반시장이 붕괴되지 않고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006년 소리바다는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하고 P2P를 배제한 음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가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술이 아닌 마케팅 전쟁이 벌어졌어요. 소리바다는 1위(멜론)를 위협하는 2위에서 순위가 점점 떨어졌습니다.”
다시 근황 얘기로 돌아가보자. 소리바다는 현재 안정적으로 음원 서비스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2009년 스마트폰 음악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난 5월 누적회원은 1700만 명이다. 게임회사인 소리바다게임즈와 영화 ‘변호인’의 제작사인 윌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뒀다. 위세가 예전 같진 않다.
지난해 기준 음원 시장 점유율은 3.3%로 상위권인 멜론(56%), 엠넷(18.5%), 벅스(12%)와 비교해 많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음악 전문 온라인 서비스인 ‘삼성뮤직’과 디지털 음원 공급 계약을 하면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뮤직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삼성허브 앱에서 작동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양 대표는 “소리바다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을 늘리고 약한 브랜드 파워를 보완하기 위해 각 업계 선도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은 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돌파구인 셈이다. 모바일에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푹TV,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 역시 소리바다의 파트너다. 이마트 알뜰폰 구입 고객에게 매월 무료 20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소리바다 고유의 장점도 살릴 생각이다. “지금은 음원 서비스라는 게 그냥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느낌이잖아요. 단순히 파일만 받고 떠나는 게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초기 소리바다 모델 역시 커뮤니티 성격이 강했다. 메시지와 채팅을 이용해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팬끼리 대화를 나누고, 서로 희귀한 음악파일을 구해주거나 음악을 추천해주곤 했다. 이번에 선보인 소리바다3.0에 이런 요소를 가미했다.
각 곡에 있는 ‘파도타기’ 버튼을 누르면 인기차트나 최신 앨범이 아닌 내가 좋아할 만한 ‘나만의 리스트’가 자동으로 보여진다. 빅데이터 기술로 전 세계 음악 목록을 분석해 곡을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또 별도의 회원 가입 절차 없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계정으로 3초면 로그인할 수 있어요. 고객이 좋아할 만한 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였습니다.”양 대표는 이번 앱 개발에 직접 참여할 만큼 공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김현걸 부사장을 비롯한 창업 멤버들을 다시 영입했다.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 CEO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형 양일환 소리바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소리바다 서비스를 개발했다. 양 대표는 “한국 음악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서비스는 그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며 “시장이 발전하려면 끊임없이 기존 장벽을 깨려고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잔한 바다에서 여유롭게 머무르지 않고 파도 속을 헤쳐나가는 게 소리바다의 의미이자 역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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