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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엽서 속 마을’과 빙하 위를 걷다

TRAVEL - ‘엽서 속 마을’과 빙하 위를 걷다

바흐알프 호수를 지나는 코스는 스위스 알프스 트레킹의 백미다.



스위스 융프라우는 세상과 가깝다. 히말라야처럼 꿈 속에서 동경하는 ‘먼 산’만은 아니다. 정상을 향해 도전했던 험난한 산악인들의 사연과 전원마을의 낭만은 바람에 뒤엉켜 있다.

융프라우 아래 산악마을, 그린델발트에서 밤을 맞는다. 노천바에 앉아 루겐브로이 맥주 한잔을 기울이면 별들이 산 등성이에 내려 앉는다. 융프라우 지역의 3대 봉우리인 아이거는 마을을 응시하며 ‘하얀 거인’처럼 우뚝 서 있다.

알프스 3대 북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은 한때 등반금지령이 내렸을 정도로 험난한 코스다. 그 숱한 도전의 삶이 얽힌 봉우리를 이제는 맥주 한 잔과 별빛을 벗 삼아 여유롭게 바라본다. 산 아래 마을은 젊은 청춘들이 집결하는 다양한 산악 액티비티의 아지트로 변신했으며 신혼부부들도 찾는 낭만의 공간이 됐다.

융프라우 지역의 트레킹 코스는 70개가 넘어 초심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알프스 정상에서 즐기는 트레킹스위스 융프라우 지역엔 융프라우(4158m), 묀히(4099m), 아이거(3970m) 등 알프스의 가장 아름다운 영봉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그중 최고봉인 융프라우는 3대 봉우리중 최고 형님뻘이다. 이름에 담긴 뜻은 ‘젊은 처녀’로 수줍은 처녀처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구름에 만년설이 덮힌 알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빼어난 알프스의 고봉들이 즐비한 가운데 융프라우는 산줄기 사이로 뻗은 알레취 빙하와 함께 알프스 최초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융프라우가 세인과 가까워진 것은 역과 산악열차 덕분이다. 암벽을 뚫고 1912년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3454m)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힘 안들이고도 정상 근처까지 오르는 호사가 가능해졌다.

중간에 늘어선 간이역들은 아기자기한 ‘쉼표’들로 채워진다. 알프스 트레킹의 메카인 융프라우 일대는 하이킹 코스가 철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 아이거글레처역에서 클라이네샤이덱까지 연결되는 ‘아이거 워크’는 웅장한 아이거 북벽을 배경 삼아 초보자들도 즐길 수 있는 하이킹 코스다. 100년전 지어졌던 미텔레기 산장과 아이거 등정 루트를 간직한 교회에는 북벽을 등정하거나 실패한 등반가들의 숱한 사연이 새겨져 있다

융프라우요흐에서의 가장 독특한 체험은 빙하트레킹이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묀히요흐 산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한여름에도 하얀 추억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만년설에 뒤덮힌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를 코앞에서 바라보며 빙하 위를 걷는 황홀한 체험이 가능하다. 눈 위에 나서면 팥빙수처럼 사각거리는 소리가 또렷하다. 변화무쌍한 융프라우의 날씨는 속살을 보였다 감췄다하며 애간장을 태운다. 빙하 트레킹을 즐긴 뒤 산장에 앉아 뚝배기 그릇에 담긴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 노곤한 산행의 피로는 씻은 듯 사라진다.

융프라우 구석구석을 잇는 철도 노선 덕분에 편리한 여행이 가능하다.


청정 산악마을과 호수를 만나다융프라우 아래 해발 1000~2000m 사이에 위치한 산악마을에서의 휴식은 융프라우 여행을 더욱 소담스럽게 장식한다. 젖소의 흔적이 가득했던 옛 마을들은 산악 레저의 총아로 변신하기도 했고, 전기 자동차만 다니는 청정지역으로 남기도 했다. 여름이 오면 그린델발트의 호흡이 가장 풍성하고 깊어진다. 거리의 상가들은 자정까지 문을 열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이방인들이 어우러져 마을이 흥청거린다.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를 거쳐 바흐알프 호수로 향하는 코스는 70여 개의 이곳 트레킹중 백미로 꼽힌다. 오르는 산 아래 정경은 농익은 계절의 흐름이 담겨 있다. 봉우리에는 흰 눈이 덮였지만, 산마루로 시선을 옮기면 집집마다 푸른 정원에 야생화를 피워 낸다.

피르스트 산행의 클라이막스는 바흐알프 호수를 만나는 것이다. 바흐알프는 설산과 베르니즈 알프스의 봉우리가 데깔코마니로 찍어낸 듯 대칭을 이루며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이곳 호수는 짙푸르고도 맑다. 피르스트에는 이 일대 최고의 패러글라이딩 출발 포인트도 자리 잡았다.

산악마을의 정점에 위치한 벵겐과 뮈렌은 청정지역이다. 앙증맞은 초록색 전기차들만 거리를 분주히 오가는데 소음도, 먼지도 없다. 이방인들로 흥청거리는 인터라켄보다는 이곳 산악마을에서의 휴식이 독특하다. 알프스에서 만끽하는 ‘엽서 한 장의 휴식’이 이곳에서는 현실이 된다.

융프라우와 소통하는데 거친 호흡은 필요 없다. 알프스의 하늘을 날고 땅을 밟고 향기를 맡는 상상 밖의 일들이 편리하게 진행된다. 산행을 끝내고 해질녘 노천 바에 앉으면 설산 아래로 별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맥주 한잔을 기울이면 ‘행복한 노곤함’은 지우지 못할 감동으로 전이돼 가슴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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