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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신뢰 떨어지는 ‘블로그 맛집’ - 추천글 1건당 3만~5만원 소개비

Issue | 신뢰 떨어지는 ‘블로그 맛집’ - 추천글 1건당 3만~5만원 소개비



서울 상수동의 한 작은 카페. ‘100% 국산팥으로 만든 팥빙수’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가게 앞에 붙은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한산한 주변 카페와 달리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거렸다. 가게 안 테이블이 모자라 돌아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왜 유독 이곳만 붐비는 것일까. “자리가 없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 유정아(23)씨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블로그에 나온 맛집이니까요.”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은 사소한 것까지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생활법규는 물론 요리법, 육아방법 등 궁금한 게 생기면 그 즉시 스마트폰에 검색어를 입력한다. 그중 ‘맛집’은 누구나 한번쯤 찾아봤을 법한 검색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맛집을 입력하면 ‘맛집 블로그’ ‘맛집 파워블로거’ ‘맛집 추천’ 등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인터넷 블로거가 직접 다녀온 후 평이 좋은 식당이라면 믿을 만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추천한 사람이 인기가 많은 파워블로거라면 신뢰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렇다면 블로거들은 어떻게 맛집을 선정할까.

“물론 방송이나 매스컴에 나온 유명한 집을 찾아갈 때도 있죠. 그런데 한계가 있어요. 일주일에 적어도 3~4개를 포스팅(블로그 등에 글이나 사진, 영상 등을 게시하는 것)해야 하는데 유명한 집을 다 가보기엔 시간이 부족하죠.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네이버에서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는 지영인(가명·38)씨의 말이다. 그의 블로그를 찾는 방문자 수는 하루 평균 300명에 달한다. 대부분 맛집을 키워드로 찾아온 방문객들이다. 지씨가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블로그 체험단’ 활동이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가 모집하는 체험단에 지원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받는 것이다.

음식점은 물론 메뉴도 마케팅 업체가 지정해준다. 지씨는 예약된 날짜에 업체를 찾아가 음식을 맛본 후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후기를 남긴다. 업체가 원하면 공짜로 음식을 먹었다는 말은 내용에 넣지 않는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후기를 보고 체험단 활동을 해달라고 먼저 연락하는 업체들도 많다”며 “내가 올리는 포스팅 10개 중 6~7곳은 이런 식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주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고, 블로거를 알선해 리뷰를 올리도록 하는 블로그 마케팅 대행 업체가 늘고 있다. 일종의 광고대행사인 이들은 일명 ‘바이럴(구전)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해 업체나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주고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장대규 한국블로그산업협회장은 “2008년 5곳에 불과하던 블로그 마케팅(대행) 업체가 현재 100여개로 늘어났다”며 “비공개로 활동하는 업체까지 합하면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체험단에 지원해 공짜로 음식 제공받아이러한 업체들은 블로거를 광고주에게 소개해 인터넷 후기 1건을 올리는 대가로 평균 3만~5만원을 받는다. 몇 년 새 블로그를 이용해 홍보·마케팅을 펼치는 업체가 급증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부 블로거들의 부정이 드러나면서부터다. 2011년 기업으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받고 공동구매를 알선한 사실을 숨긴 파워블로거 7명이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로 구속돼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장 회장은 “믿었던 블로거의 후기가 사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로거와 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블로그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논현동에 카페를 창업한 강서규(가명·42)씨는 매일 오전 가게 문을 열면 블로그 마케팅 대행 업체 직원들의 명함을 받는 게 일이었다. 일정한 금액을 내면 업체에서 엄선한 파워블로거들이 카페 홍보글을 작성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거절했지만 “요즘엔 다 이렇게 한다. 안 하면 안 된다”는 말에 계약을 했다.

총 20명의 블로거가 다녀가게 하는데 지불한 비용은 60만원. 물론 커피와 케이크도 무료로 제공했다. 블로거들은 각자 약속한 시간에 맞춰 가게를 찾아와 사진을 찍고, 음식을 맛본 후 돌아갔다. 2주 남짓 지난 후 강씨 가게에 대한 20개의 포스팅이 포털사이트에 올라왔고, 한동안 ‘신논현역 카페’를 검색하면 강씨의 가게 이름이 블로그 메뉴 상단에 노출됐다.

“홍보 효과가 있었는지 한동안은 손님이 좀 늘었어요. 저 혼자 가게를 하면서 홍보까지 하기에는 막막했는데 이렇게 편하게 알릴 수 있다니 신기했죠. 그런데 그렇게 오래가진 않더군요. 경쟁 업체들이 주변에 생겨났고, 그 가게들도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지 저희 가게는 금세 후순위로 밀려났어요. 처음에는 비용 부담이 적은 홍보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그리 싼 것도 아니었고요.”

마케팅 대행 업체들은 광고주와 블로거를 연결해 후기를 생산하게 할 뿐 아니라 작성된 후기가 인터넷 검색 때 잘 노출되도록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람들이 주로 검색하는 키워드가 내용 안에 들어가 있어야 검색이 잘 된다”며 “해당 글에 대한 스크랩·방문자·덧글 수 등도 상위 노출 여부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검색어 형태는 ‘동네+메뉴’가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명동 냉면’ ‘가로수길 빙수’ 등으로 사람들이 주로 검색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제목은 물론이고 본문 등에 주요키워드가 포함돼 있어야 검색이 잘된다”며 “웬만한 블로거들은 이런 방식을 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후기가 많고, 검색이 잘될 수록 맛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맛집의 기준이 더 이상 맛이 아닌 가운데, 그에 따른 피해는 대가성 리뷰를 100% 믿고 찾아간 손님에게로 돌아간다. 서소연(31)씨는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지방여행을 갔다가 블로그에 소개된 맛집을 찾았다. 골목 안은 비슷한 메뉴를 파는 음식점이 즐비했지만 서씨의 머리 속에는 온통 블로거가 추천한 음식점 생각뿐이었다.

1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에야 겨우 자리가 났고, 서씨 가족의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맛도, 서비스도 불만족스러웠지만 그저 ‘입맛의 차이려니’라고 자위하며 개운치 않은 속을 달래야 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피해를 호소할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블로그 글이 대가성 홍보글인지, 순수한 평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고자 2011년 7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추천·보증 등을 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상업적 광고임을 알 수 있도록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토록 했다.



공정위 표준문구 시행에 꼼수도 성행그러나 올해 이뤄진 실태조사 결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모호하게 표시하거나 단순 홍보글로 위장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이에 공정위는 6월 지침을 한차례 더 개정해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밝힌 표준문구를 도입했다. 경제적 대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돼 광고주에게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전체 매출액 대비 2% 이내)을 부과하도록 했다.

공정위 김호태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블로그 리뷰 등 입소문에 의한 홍보 효과가 커진 만큼 그 책임도 가중된 것”이라며 “표준문구 삽입이 자리 잡으면 소비자들이 대가성 글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돼 기만광고로 인한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체들은 표준문구 시행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고주들이 홍보성 글임을 명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적발 때 대부분의 책임이 마케팅 대행 업체가 아닌 광고주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계약 전 광고주에게 스폰 사실을 밝히도록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의무화됐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한다”며 “대부분 법적 책임을 느껴 이에 응하지만 불응할 경우에 강요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주로서는 당연히 돈 주고 고용한 블로거들의 후기라는 걸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럴 경우 광고문구를 이미지화해 모바일 검색 때 식별이 어렵게 하는 방법 등 각종 꼼수를 쓰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대규 한국블로그산업협회장 - ‘솔직한 리뷰’ 권하는 그린리뷰 캠페인

한국블로그산업협회는 블로그를 기반으로 상업 활동을 하는 회사가 모여 만든 사단법인이다. 현재 티엔엠·비씨엔엑스·퍼플프랜즈 등 12개 블로그 마케팅 대행 업체가 활동 중이다. 협회를 이끄는 장대규 한국블로그산업협회장 역시 ‘위드블로그’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인 비씨엔엑스 대표이다. 이들은 매년 블로그 어워드와 컨퍼런스 등 각종 행사를 펼치며 블로그 산업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올해 3월 열린 컨퍼런스의 주제는 뜻밖에도 ‘블로그 10년, 상업화를 논하다’였다. 블로그로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들이 왜 상업화를 화두로 삼았을까.



현재 블로그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블로그 마케팅 대행 업체들이 운영하는 ‘체험단’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체험단은 광고주로부터 돈이나 현물을 받는다. 그 대가로 광고주들은 체험 리뷰를 가장한 광고글을 요구한다. 돈만 받으면 광고주가 원하는대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블로거들 역시 문제다. 심지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내세워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블로그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업계가 나서 ‘그린리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린리뷰 캠페인’의 내용은?“쉽게 말해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자는 약속이다. 업체의 후원으로 작성하는 리뷰라고 해서 광고주의 뜻에 따라 편집하거나 칭찬 일색인 포스팅은 지양한다. 기업이나 업체의 지원을 받은 경우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네이버만 3000여명의 파워블로거가 활동 중이다. 다른 포털까지 합하면 1만명 이상의 블로거가 있는데 이들 스스로 자정화 작업에 동참한다면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할 것이라고 본다.”



업계가 나서 자정 활동을 펼치는 이유는?“사실 블로그 리뷰를 통해 홍보하고, 업체가 블로거에게 원고료 수준의 대가를 주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른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다. 블로그가 정보 소비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이 블로그 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기업은 물론 개인 블로거들에게도 그린리뷰 캠페인을 적극 알리는게 목표다. 동시에 분야별 리뷰 포스팅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전문 블로거를 양성·교육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네이버 등 포털과도 협의해 블로그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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