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EXPECTANCY -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까닭은…
LIFE EXPECTANCY -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까닭은…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이야기가 한 가지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서유럽의 경우,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보다 3년(영국)에서 6년(오스트리아, 스페인, 그리스) 정도 짧다. 동유럽으로 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남성 장수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도 여성이 더 오래 산다. 캐나다, 키프로스, 이스라엘 등이 그에 속한다. 이 나라들의 여성 평균 수명은 82세다.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은 80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일본 여성의 평균 수명은 84세나 된다. 문제는 그 이유다. 아직 아무도 정확히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예를 들어 영국 보건부의 대변인은 “세상의 이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가설은 숱하다. 실업의 영향이 한 가지 가설이다. 영국 남성건강포럼(MHF)과 일자리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직 상태에 있는 남성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가진 남성보다 사망할 확률이 20%나 높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실업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마틴 토드 MHF 대표가 말했다. “이번에 나온 우리 보고서는 실업이 남성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도 남성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베르트랑 데자르댕 인구학 교수는 프랑스 인구학자 자크 발랭의 이론을 지지한다. “여성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남성은 힘과 권력을 추구한다”고 그는 말했다.
“따라서 여성의 몸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강하고 건강할 수 있지만 남성의 몸은 어린 시절부터 위험과 도전에 노출된다.” 다른 학자들은 원래 유전학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생물학적 공격을 받을 때 여성의 면역체계가 남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킹스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H 필립스 환경발암학 교수가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남성의 정자 생산과 관련된 염색체가 계속 감소하면서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네틱스에 발표된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의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혈구에서 Y 염색체를 많이 잃은 남성은 사망 원인을 불문하고 생존율이 낮다.”
심장질환도 여성보다 남성이 생을 더 빨리 마감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심혈관 문제가 있는 55~65세 남성이 1000명이라면 같은 문제에 시달리는 그 연령대의 여성은 25명에 불과하다”고 영국심장재단의 심장 전문 수간호사 에이미 톰슨이 말했다. 더구나 남성은 심혈관계와 관련해 선천적인 결함을 갖고 생을 시작하는 반면 여성은 성장하면서 계속 도움을 받는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나쁜 콜레스테롤의 제거를 돕는다”고 데자르댕이 말했다. “그런 이점으로 여성은 어느 정도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
돈과 사회경제적 지위, 의료 수준, 일반적 생활방식도 남녀 수명의 불균형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 영국 공공의료팀(PHE)의 지식·정보 책임자 브라이언 퍼거슨 교수는 “증거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개인의 조기 사망 가능성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운동 부족, 과체중,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의 위험인자가 지역에 따라 달리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인자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경제적 박탈감이나 우리 삶의 다른 측면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영국의 건강연구단체 킹스 펀드에 따르면 재정 상태가 탄탄하면 몸도 건강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기대 수명’이라는 논문에서 킹스 펀드는 이렇게 지적했다. “가장 부유한 계층의 남성과 여성은 평균적으로 가장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보다 7년 이상 더 오래 살 수 있다.” 실제로 PHE의 통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추세와 달리 남성이 여성보다 오래 사는 지역도 있다. 당연하게도 그런 지역은 대부분 부자 동네다. 톱6 지역 중 세 곳이 런던의 벨그라비아, 켄징턴, 첼시다.
그와 달리 부유하지 않은 지역에선 삶이 그리 행복하지도 길지도 않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에선 여성 대다수가 80세를 넘기지 못한다. 랭커셔주 서부 도시 블랙풀에선 남성의 평균 사망 연령이 73.8세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기대 수명은 계속 늘어난다”고 PHE의 퍼거슨이 말했다.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영국 남성의 경우 3.2년, 여성의 경우 2.4년이 늘었다.”
일부 국가에선 수명 연장이 더 놀랍다. 부탄의 경우 기대 수명이 1990년 53세에서 현재 68세로 늘었으며, 몰디브의 경우 60세에서 76세로 늘었다. 20세기 초의 수준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킹스 펀드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1901년 영국의 기대 수명은 남성의 경우 45세, 여성의 경우 49세였다. 그러나 2012년에는 남성의 기대 수명이 79.2세, 여성이 83.3세로 크게 높아졌다.”
기대 수명 상승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32년이 되면 기대 수명이 영국 남성은 83.3세, 여성은 86.8세로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100세를 넘기는 영국인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2037년까지 영국에서 100세에 도달하는 사람은 여성 7만7000명, 남성 3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믿기 어렵지만 영국에서 2013년 태어난 어린이 중 3분의 1은 생일축하 케이크에서 촛불 100개를 불어 끌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그 파티 참석자 중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적겠지만 말이다.
물론 남성과 여성 수명의 차이가 거의 없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그다지 반길 현상은 아니다. 선진국 사람들은 80세를 넘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만한 이유가 충분하지만 아프리카의 30개국에선 아직도 평균 사망 연령이 60세 미만이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사망 연령 격차는 12개월 정도다. 수명의 성별 격차가 거의 없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그 나라(시에라리온)에서 여성의 평균 사망 연령이 46세라는 사실은 결코 좋지 않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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