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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가득한 봉화산, 느릿느릿 화포천

전설 가득한 봉화산, 느릿느릿 화포천



낙동강 유역에서 가장 넓은 들판의 하나인 김해 진영평야 남단에 솟은 봉화산(烽火山)은 높이가 고작140m이지만 옛날부터 명산으로 대접받아 왔다. 저지대 평야에 자리 잡아 높이는 낮아도 주변을 압도하는 위용이 범상치 않다. 게다가 산정에는 거대한 사자바위가 포효하고, 국내 유일의 특별한 관음상이 서쪽을 바라본다.

김해에 도읍한 금관가야의 2대왕인 거등왕은 부모인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주변 큰 산인 천태산(밀양시 삼랑진읍)에 부은암을, 무척산(김해시 생림면)에는 모은암을 창건한다. 그리고 아들을 상징하는 암자로 자암을 바로 여기 봉화산에 세웠다. 봉화산을 자암산(子庵山)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천이라기보다 물이 고인 습지나 늪지를 닮은 화포천. 미루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갈대가 춤추는 낭만적인 풍경이다.


가야 왕실의 성지자암의 전설을 되새겨 1920년 지역 유지가 자암사를 창건했고 이후 봉화사로 바뀌었다가 1984년에 지금의 정토원으로 개명됐다. 정토원 자리가 가야시대의 자암 터로 추정될 뿐 정확한 위치는 알 길이 없으나 옛날 자암부터 치자면 2000년을 헤아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절터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말부터 정토원은 농촌계몽 운동의 중심이 되었고 이를 상징하는 것이 정상에 서 있는 관음보살상이다. 호미를 든 관음상은 국내에서 유일하며, 관음상 아래에 서면 드넓은 진영평야와 그 사이를 관류하는 낙동강의 장대한 맥동, 노을을 반사하는 주남저수지까지 일망무제의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내려다본 봉하마을.
정상 남쪽에는 산 높이의 3분의 1에 달하는 거대한 사자바위가 하늘에 걸린 큰바위 얼굴처럼 돌출해 있고,그 위에는 봉화대 터가 남아 있으며, 미스터리한 마애불도 그 아래 숲속에 누워 있다. 마애불 근처의 토굴은 3㎞ 떨어진 낙동강까지 이어져 있다는 전설도 신비감을 더한다.봉화산 남쪽을 흐르는 낙동강의 지류가 국토해양부선정 ‘아름다운 100대 하천’에 든 화포천이다. 총길이 21.2㎞의 국내 최대 하천형 습지다. 지대가 낮고 유속이 느려 화포천 일대는 갈대와 늪이 뒤섞인 전형적인 습지를 이룬다. 물은 마치 고인 듯하지만 그래도 느리게 흘러 거등왕의 왕비 이름과 같은 모정(慕貞) 마을에서 낙동강으로 합류해 이 일대가 가야 왕실과 범상치 않은 인연이 있음을 엿보게 한다.

봉화산은 또 하나의 전설을 더하면서 한층 깊이를 모를 산이 된다. 퇴임 후 봉화산 아래 고향에 내려와 살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산길을 산책하고 화포천을 가꾸면서 봉화산은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노 전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의 현장도 봉화산 줄기인 부엉이바위였으니 이제 봉화산은 새로운 전설을 더했고, 한림까지 이어지는 화포천은 산뜻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노 전대통령이 자주 산책하던 봉화산 길은 ‘대통령길’이 되었으며, 봉화산과 화포천 곳곳에는 그의 흔적이 남았다.
초가집으로 복원돼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는 봉화산 바로 아래에 있으며 화포천도 가깝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를 든 관음상. 주변 조망이 탁 트이는 장쾌한 전망대이기도 하다



봉화산 사자 바위를 뒤로 하고 화포천으로 가는 둑길. 봉화산에서 이륙한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
자전거 여정은 노 전대통령 생가에서 출발해 화포천을 따라 한림면으로 들어서서 금곡, 모정 같은 시골마을을 거쳐 시산까지 강변 둑길로 올라선다. 가야시대의 장군 무덤으로 전해지는 대형 고분이 뒷동산에 높이 앉아있는 시산리를 지나 둑길은 가동까지 이어진다. 낙동강 자전거길이 지나는 둑길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아득한 봉화산이 내내 보인다. 대현고개에서 산길로 접어들면 봉화산 중턱으로 성큼 올라서서 이 낮고 소박한 산이 풍기는 한없이 깊고 그윽한 향기 속으로 점점 빨려들게 된다.


코스- 봉하마을(노무현 전대통령 생가)~자광사~화포천~한림정~금곡리~시산-신촌 둑길~시호~봉화산~봉하마을(19.4km, 2시간 소요).


맛집- 화포메기국: 봉화산 동쪽 한림면소재지에서 김해시내 방면으로 800m 가량 떨어진 화포교 옆에 있다. 노 전대통령도 즐겨 찾던 맛집이다(055-342-6266).한림 두마리치킨: 코스 주변은 시골지역이라 노 전대통령 생가와 한림면소재지를 벗어나면 식당과 가게를 찾기 어렵다. 한림면소재지에자리한 이곳은 치킨과 족발을 면내 전 지역에 배달해줘 행동식으로편하다(055-346-6766).


여행 일정- 남부 지방에서는 당일 코스가 가능하나 수도권에선 1박2일은 잡아야 한다. 자가용 이용 때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생가를 찾으면 된다. 남해안고속도로 동창원IC에서 약 10㎞ 거리. 철도를 이용하면 봉화산에서 가까운 진영역에 내릴 수 있다. 서울~진영 KTX 하루 3편, 새마을 1편, 무궁화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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