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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엔 약세 반갑지 않은 日 정부 - 수출은 제자리, 수입 물가만 껑충

과도한 엔 약세 반갑지 않은 日 정부 - 수출은 제자리, 수입 물가만 껑충



사진:중앙포토


과도한 엔 약세 반갑지 않은 日 정부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이야기부터 해보자. 일본의 비상장 기업 중 뉴욕거래소에서 알리바바와 같은 IPO(기업공개)로 대박을 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한국 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성장의 미래는 여전히 일본이 아닌 중국의 13억 시장에 있다. 한편으로 알리바바의 대 박은 고스란히 중국의 것, 마윈의 것이 아니다. 알리바바 상장으로 진짜 대박을 친 곳은 이 회사 지분을 30% 넘게 갖고 있는 일본의 소프트 뱅크다. 이 사례는 일본 경제 시스템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시장에 성장의 미래는 없다. 그들의 생존 방식은 잘나가던 시절 벌어둔 돈으로 자산을 굴리는 ‘대부·투자업’이다. 엔 약세에 따른 일본의 손익계산서도 여기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엔이 지금보다 더 약세로 가는 게 일본 경제에 덕이 되는가는 산수의 문제이자, 철학의 문제,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본에서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엔 약세로 대외순자산은 계속 늘어 지난 5월 일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325조엔(약 3조 달러)다. 이는 해외에 깔아놓은 자산에서 대외부채를 뺀 수치다. 이론상 엔이 1% 약세를 보이면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3조2500억엔이 팽창한다.

①일본이 깔아 놓은 대외 순자산에서는 매달 자산소득, 즉 소득수지가 발생한다. 지난 7월까지 1 년간 발생한 소득수지는 16조2000억엔 흑자다. 모든 외부 조건을 무시하고 단순 계산하면 엔이 1% 약세로 갈 때마다 일본의 엔 환산 소득수지는 1600억엔 정도 늘어난다. ② 일본의 무역수지는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7월까지 1 년간 무역적자는 11조엔(수입액 82조엔, 수출액 71조엔)이었다. 산업구조가 엔 약세에도 수출이 늘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엔이 더 약세로 가도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지 못한다. 이 역시 단순계산하면 엔이 1% 약세로 갈 때마다엔 환산으로 1100억엔의 무역적자가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①과 ②를 결합하면 엔의 추가 약세에 따른 소득수지 증가폭 이 무역적자폭을 웃돌기 때문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처럼 ‘엔의 추가 약세가 일본 경제에 나쁘지 않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아마 구로다는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소득수지, 특히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에서 가져오는 배당수익 증가분이 투자재원과 임금인상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산수다. 이제부터 철학과 정치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엔 약세에 따른 대외자산 증대와 소득수지 증가는 대외 자산을 갖고 있는 자가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들이 획득하는 부는 엔 환산 이익과 투자이익의 결합인데, 투자를 잘해 발생하는 자본차익은 그렇다 치고 엔 환산 이익분은 대외자산을 갖지 못한 대중들에게서 갹출해가는 메커니즘이다. 물가 부문에서 이는 수입비용 상승으로 나타난다.

일본 내 공급능력은 한계에 직면해, 내부 수요를 100% 커버하지도 못한다. 상당수 소비재를 해외 제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커졌다. 이런 류의 인플레이션 상승은 이미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의 실질실효환율을 더 끌어내리지는 못하더라도 엔의 명목가치를 약세로 만들기 쉽다. 즉, 엔 약세가 예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상대국 대비 높아지는 물가상승이 엔 약세를 더 충동질하는 연쇄고리를 형성하기 쉽다. 경제 구조가 그렇게 달라진 때문이다.

따라서 엔 약세가 불러오는 대중 자산의 갹출효과, 즉 대외 순자산을 갖지 못한 이들에 대한 갹출은 갈수록 확대될 위험에 놓인다. 이것이 극단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표현되든 (아베노믹스가 불러오는 파국적 현상, 즉 ‘아베겟돈’이다) 점진적인 물가상승으로 표현되든 계층별로 미치는 차등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극명해진다. 그래서 아베노믹스는 빈부격차를 확대재생산해 계층간 갈등·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임금 인상이다. 대표적인 대외 순자산 보유자인 기업이 대중들로부터 갹출해 간 돈을 다시 대중들에게 일정 부분 돌려줘야만 이 시스템은 유지 가능하다. 지난 1년 반 명목임금은 올랐다. 그러나 후생성이 매달 발표하는 실질임금이 보여주듯 대중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실제로는 줄고 있다. 임금인상분이 물가상승분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국내외 수요가 불안한 상황에서 과연 기업들이 인건비를 인상할 수 있을까. 엔 약세로 늘어나는 환산이익은 기업 입장에선 가욋돈이다. 경영진의 경영판단은 항상 물건이 얼마나 잘 팔리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엔 환산이익이 늘어도 소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면 고정비를 크게 끌어올릴 마음이 없다. 최근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미치는 영향도 유사하다. 분명 원자재 가격 하락은 엔 추가 약세의 여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하락 자체가 글로벌 수요 둔화를 배경으로 하는 상황에선 기업 경영진의 보수적 경영판단을 불러오기 쉽다. 정치권은 이 지점에 이르면 선전선동에 들어 간다. 작년에도 경험했다. 기업들은 마지못해 성의 표시를 하겠지만, 찔끔 수준의 임금 인상에 그치고 만다. 20년 간의 디플레이션 경험이 기업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속성상 그들의 파격적 성의 표시는 늙어가는 일본 내부가 아니라 알리바바와 같은 해외로 향할 수밖에 없다.

엔 약세로 일본 주가는 그간 많이 올랐는데, 이를 근거로 아베노믹스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사실 지난 12개월 동안 닛케이 225지수의 상승률은 다우의 상승률을 웃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자국 통화로 계산한 값이다. 달러로 계산한 닛케이의 상승률은 지난 12개월 간 제로에 가깝다. 즉, 달러 기준으로 통일하면 일본 증시 상승률은 다우지수에 크게 못 미친다. 기업 가치가 올라 주가가 오른 게 아니라 통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표현되는 가격이 올랐을 뿐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일정 부분 부의 효과는 발생할 수 있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를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달러로 계산한 1년 증시 상승률 사실상 ‘0’ 10월 첫 거래일에 달러-엔 환율은 6년 1개월 만에 110엔을 돌파했다. 지난 8월 이후 매우 빠른 속도의 엔 약세가 이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다이버전스(Divergence: 연준은 출구전략을 펴야 하는 한편 일본은행은 완화정책을 지속)와 경기 회복의 강도 차이 즉 펀더멘털 다 이번저스가 자리한다.

현 시점에서 엔의 가파른 약세는 가계의 실질소득 훼손을 가져와 내수를 약화시키고, 사회 갈등을 유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우려하는 일본 당국자들도 엔 절하 속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구두 개입이 작년만큼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엔 약세의 동인은 일본 내부 엔진(아베노믹스와 구로다의 양적·질적 완화)이었지만 최근의 엔 약세는 연준의 정책변경 기대가 만들어낸 ‘강달러’에 편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상 엔 약세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훼손을 낳고 이것이 다시 엔 약세를 부추기는 고리가 형성되기 쉬운 상황이다. 일본 서민들은 물론이고 동북아 국가 모두에게 좋지 않은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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