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美 금융시장 - 그림자 금융 규제로 증시 롤러코스터
불안한 美 금융시장 - 그림자 금융 규제로 증시 롤러코스터
시장의 변동성이 폭발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Volatility Index)’는 콜옵션과 풋옵션 사이의 비율을 기초로 산정된다. 따라서 이 지수가 상승하면 시장에서 ‘급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의 지난 5년 간의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으로 지난 상반기에만 해도 10 수준에 머물던 VIX가 10월 14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시장에서는 30을 돌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83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지금의 변동성 장세가 시작된 계기는 9월 20일 전 세계 정책 결정자들의 시그널(G20 재무 장관·중앙은행장 회담 성명서)에서 비롯됐다. 이 성명에서 ‘금융시장 내에 초과 위험(excessive risk)의 잠재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의 자산 가격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당국이 스스로 버블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버블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성명서는 버블 논쟁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이들이 ‘불가피하게’ 시그널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존재한다.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가 지난 수 년여의 논란 끝에 드디어 섀도우 뱅킹(그림자 금융) 규제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규제안에 따르면 각 금융회사들은 단기 자금 조달에서 최소한의 담보 제공을 요구받게 된다. 이 같은 규제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그리고 머니마켓펀드와 같은 섀도우 뱅킹 집단의 자금 조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 사이의 ‘레포(Repo, 환매 조건부매매) 거래’를 제한하는 표준안을 채택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레포 거래는 담보를 맡기고 현금을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담보 가치 평가나 계약 조건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감소하면 연쇄적인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도 씨티은행이 레포 거래에서 리먼 브라더스가 제시한 담보를 거부하면서부터 시작됐다(이 때는 3자 레포 거래로 연방준비제도가 최종 보증자 역할을 했는데 사실상 연방준비제도가 거부한 것이다).
이런 규제들은 섀도우 뱅킹을 위축시킨다. 섀도우 뱅킹이 위축되면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상승을 주도해왔던 ‘핫머니’가 소멸하게 될 뿐만 아니라,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펀드들도 자산 규모를 축소하거나 청산하도록 압력을 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10월 초부터 시작된 일부 헤지펀드들의 청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은행들로부터 과도한 레버리지 비율로 자금을 조달한 펀드나 담보가 여의치 않은 펀드가 이런 규제에 직면해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7일에는 유럽계 헤지펀드인 블루크레스트가 미국 증시포지션을 일괄 청산했고(그 날 첫 폭락이 발생했다), 10일에는 두 번째 펀드 청산이 관찰됐다. 13일 시장에서도 장중 한 곳에서 일순간에 무려 7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매도 주문이 나왔다.
따라서 지금 선진국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재료나 뉴스, 실적이 아니라 무조건 수급이 주도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청산이 언제 끝날지는 극히 소수의 내부자 밖에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일중 또는 일간 변동성은 커지지만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10월 26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에 또 한차례 요동을 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위험 포지션의 청산은 금융시장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길게 보면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조건에서는 ‘선’을 넘을 위험이 존재한다. 변동성과 유가 하락이 관건이다.
①이런 변동성이 중앙은행이나 당국의 예상 혹은 통제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느냐 여부다. 먼저 그동안 ECB나 연준 모두 자신들의 자산 시장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버블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했다. 따라서 당국은 지금과 같은 시장의 동요를 예상하고 사전에 방어선을 친 셈이다. 즉, 단지 섀도우 뱅킹 영역에 대한 정리 작업일 뿐 시장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반격 가능성도 있다. 만일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중앙은행들은 시장을 지지하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개입하도록 만드는 것은 증시나 회사채·정크본드 시장의 변동성 폭발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국채 시장이 동요할 때만 개입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10월 13일 억만장자 투자가인 피터 티엘이 “증시가 아니라 국채 시장이 버블”이라고 언급한 것은 의미있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의 초점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또 같은 날 호주 중앙은행 부총재가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장 변동성이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때의 동요하는 국채 시장은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중심부가 아니라, 유로존의 주변부와 신흥시장 국가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그리스 정부의 구제금융 졸업 결정을 핑계로 다시 7%를 넘은 것은 첫 번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역시 최대 초점은 유로존이다. 이탈리아의 제2당인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은 10월 12일 이탈리아의 유로화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캠페인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카탈로냐 지방의 독립투표(11월 9일)와 이탈리아의 유로화 탈퇴 운동 본격화는 유로존에 또 한차례의 정치적 위기를 불러올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시장에선 아직 이런 변동을 ‘국채 위기’로 인식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재정 적자 문제를 둘러싸고 프랑스와 독일이 충돌하는 등 유로존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②유가 하락이 어느 선까지 진행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유가는 지난 두 달 사이 이미 20% 하락했다. 유가 하락은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결과를 낳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하면 세계 경제에는 0.5%포인트의 추가 성장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최근의 하락폭만으로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1%포인트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10월 14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수요를 애초 전망보다 일일 평균 20만 배럴 하향 수정했다. 이 기구는 또 석유 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과잉 생산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9월 중에는 13개월 이래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티비롤은 “전 세계 대부분의 생산자들이 배럴당 80달러 선에서도 여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OPEC의 과잉 생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는 유가 하락을 통해 이란·시리아·미국·러시아를 모두 견제 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원유 개발 사업을 저지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의 가격이 미국산 WTI(서부 텍사스 중질유) 가격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 지난 3년여 동안은 WTI가 브렌트유에 비해 약 10% 가량 더 낮게 책정됐다. 이는 해외로의 원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이 인위적으로 국내에서 수송병목 현상을 만들어 WTI가격을 낮게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이 차이만큼 값싼 에너지 가격의 혜택을 누렸다.
국제 유가 특히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의 가격이 WTI를 하회하면, 미국 원유업계는 국내 원유 가격을 브렌트유가에 맞추어 더 낮추거나, 혹은 생산·개발을 축소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있다. 미국의 유정은 생산 원가가 시장에서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낮은 배럴당 60달러선이라고 할지라도 유정의 수명이 매우 짧다는 취약점이 있다. 미국의 셰일 오일 개발·생산은 유정 숫자가 계속 늘어야지만 유지된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 하면 미국의 신규 유정 개발이 위축되고 이는 매우 빠르게 미국의 생산량을 감소시킬 것이다.
수송비를 감안하더라도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해지면 미국의 유전 개발은 급속하게 쇠퇴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또한 이는 그동안 미국 경기 회복의 주요한 축이었던 셰일오일 개발 및 석유화학 붐을 급속하게 쇠퇴시킬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사우디뿐만이 아니라 쿠웨이트 등 OPEC 국가들이 유가 하락으로 생산 감축을 고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낮은 유가를 감수하고서라도 기존 고정 계약 물량분을 받아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의 원유 할인 경쟁은 브렌트·두바이유가가 WTI가격을 하회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유가는 어떤 경로로 증시에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시장이 그동안 예상했던 내년 3분기중 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연시키는 것은 시장에 희소식만은 아니다. 연준은 이미 제로금리에 도달해 있는데다 다른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발생하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금융시장과 펀더멘털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의 ‘경기 둔화 우려’ 발언이 나온 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을 애초 예상한 올해 말에서 내년 3분기 말로 늦추고 있다고 텔레그라프지가 10월 14일 보도했다. 또 스탠리 피셔 연준 부총재나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등의 비둘기파들은 오는 2016년 이후로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G20에서 섀도우 뱅킹 규제안을 들고 나온 것도 이 같은 금리 인상 지연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섀도우 뱅킹을 규제하지 않은 채 경기 침체만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늦춘다면 자산 가격은 폭발적인 버블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로 버블을 지연시키고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금융 시장 조정은 정책 당국이 주도하는 의도적인 ‘숨고르기’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정책 당국들조차도 섀도우 뱅킹 규제의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날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r Monitor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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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의 변동성 지수 급상승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버블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성명서는 버블 논쟁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이들이 ‘불가피하게’ 시그널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존재한다.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가 지난 수 년여의 논란 끝에 드디어 섀도우 뱅킹(그림자 금융) 규제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규제안에 따르면 각 금융회사들은 단기 자금 조달에서 최소한의 담보 제공을 요구받게 된다. 이 같은 규제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그리고 머니마켓펀드와 같은 섀도우 뱅킹 집단의 자금 조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 사이의 ‘레포(Repo, 환매 조건부매매) 거래’를 제한하는 표준안을 채택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레포 거래는 담보를 맡기고 현금을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담보 가치 평가나 계약 조건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감소하면 연쇄적인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도 씨티은행이 레포 거래에서 리먼 브라더스가 제시한 담보를 거부하면서부터 시작됐다(이 때는 3자 레포 거래로 연방준비제도가 최종 보증자 역할을 했는데 사실상 연방준비제도가 거부한 것이다).
이런 규제들은 섀도우 뱅킹을 위축시킨다. 섀도우 뱅킹이 위축되면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상승을 주도해왔던 ‘핫머니’가 소멸하게 될 뿐만 아니라,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펀드들도 자산 규모를 축소하거나 청산하도록 압력을 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10월 초부터 시작된 일부 헤지펀드들의 청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은행들로부터 과도한 레버리지 비율로 자금을 조달한 펀드나 담보가 여의치 않은 펀드가 이런 규제에 직면해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7일에는 유럽계 헤지펀드인 블루크레스트가 미국 증시포지션을 일괄 청산했고(그 날 첫 폭락이 발생했다), 10일에는 두 번째 펀드 청산이 관찰됐다. 13일 시장에서도 장중 한 곳에서 일순간에 무려 7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매도 주문이 나왔다.
따라서 지금 선진국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재료나 뉴스, 실적이 아니라 무조건 수급이 주도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청산이 언제 끝날지는 극히 소수의 내부자 밖에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일중 또는 일간 변동성은 커지지만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10월 26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에 또 한차례 요동을 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위험 포지션의 청산은 금융시장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길게 보면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조건에서는 ‘선’을 넘을 위험이 존재한다. 변동성과 유가 하락이 관건이다.
①이런 변동성이 중앙은행이나 당국의 예상 혹은 통제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느냐 여부다. 먼저 그동안 ECB나 연준 모두 자신들의 자산 시장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버블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했다. 따라서 당국은 지금과 같은 시장의 동요를 예상하고 사전에 방어선을 친 셈이다. 즉, 단지 섀도우 뱅킹 영역에 대한 정리 작업일 뿐 시장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시작한 것이다.
ECB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발표 예정
이때의 동요하는 국채 시장은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중심부가 아니라, 유로존의 주변부와 신흥시장 국가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그리스 정부의 구제금융 졸업 결정을 핑계로 다시 7%를 넘은 것은 첫 번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역시 최대 초점은 유로존이다. 이탈리아의 제2당인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은 10월 12일 이탈리아의 유로화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캠페인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카탈로냐 지방의 독립투표(11월 9일)와 이탈리아의 유로화 탈퇴 운동 본격화는 유로존에 또 한차례의 정치적 위기를 불러올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시장에선 아직 이런 변동을 ‘국채 위기’로 인식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재정 적자 문제를 둘러싸고 프랑스와 독일이 충돌하는 등 유로존의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②유가 하락이 어느 선까지 진행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유가는 지난 두 달 사이 이미 20% 하락했다. 유가 하락은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단기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결과를 낳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하면 세계 경제에는 0.5%포인트의 추가 성장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최근의 하락폭만으로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1%포인트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10월 14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수요를 애초 전망보다 일일 평균 20만 배럴 하향 수정했다. 이 기구는 또 석유 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과잉 생산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9월 중에는 13개월 이래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티비롤은 “전 세계 대부분의 생산자들이 배럴당 80달러 선에서도 여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OPEC의 과잉 생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는 유가 하락을 통해 이란·시리아·미국·러시아를 모두 견제 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원유 개발 사업을 저지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시점 늦춘다’ 전망 잇따라
국제 유가 특히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의 가격이 WTI를 하회하면, 미국 원유업계는 국내 원유 가격을 브렌트유가에 맞추어 더 낮추거나, 혹은 생산·개발을 축소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있다. 미국의 유정은 생산 원가가 시장에서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낮은 배럴당 60달러선이라고 할지라도 유정의 수명이 매우 짧다는 취약점이 있다. 미국의 셰일 오일 개발·생산은 유정 숫자가 계속 늘어야지만 유지된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 하면 미국의 신규 유정 개발이 위축되고 이는 매우 빠르게 미국의 생산량을 감소시킬 것이다.
수송비를 감안하더라도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해지면 미국의 유전 개발은 급속하게 쇠퇴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또한 이는 그동안 미국 경기 회복의 주요한 축이었던 셰일오일 개발 및 석유화학 붐을 급속하게 쇠퇴시킬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사우디뿐만이 아니라 쿠웨이트 등 OPEC 국가들이 유가 하락으로 생산 감축을 고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낮은 유가를 감수하고서라도 기존 고정 계약 물량분을 받아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의 원유 할인 경쟁은 브렌트·두바이유가가 WTI가격을 하회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유가는 어떤 경로로 증시에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시장이 그동안 예상했던 내년 3분기중 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연시키는 것은 시장에 희소식만은 아니다. 연준은 이미 제로금리에 도달해 있는데다 다른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발생하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금융시장과 펀더멘털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의 ‘경기 둔화 우려’ 발언이 나온 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을 애초 예상한 올해 말에서 내년 3분기 말로 늦추고 있다고 텔레그라프지가 10월 14일 보도했다. 또 스탠리 피셔 연준 부총재나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등의 비둘기파들은 오는 2016년 이후로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G20에서 섀도우 뱅킹 규제안을 들고 나온 것도 이 같은 금리 인상 지연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섀도우 뱅킹을 규제하지 않은 채 경기 침체만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늦춘다면 자산 가격은 폭발적인 버블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로 버블을 지연시키고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금융 시장 조정은 정책 당국이 주도하는 의도적인 ‘숨고르기’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정책 당국들조차도 섀도우 뱅킹 규제의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날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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