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메이크업의 핵심은 일자형 눈썹이에요. 본래 눈썹 너비보다 살짝 넓게 그린다고 생각하면 쉽게 연출할 수 있어요.” 전문가의 메이크업 노하우를 하나라도 놓칠 새라 수강생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졌다. 강의실 안이 어느새 향긋한 화장품 향으로 가득 찼다. 40~50대 여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달라진 외모를 칭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난 11월 4일 인천 신흥동 인하대학교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는 때아닌 메이크업 교실이 열렸다. 장소가 병원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후덥지근한 실내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털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아모레퍼시픽 주최로 열린 메이크업 교실에 참석한 26명의 수강생은 모두 암 수술을 받은 환자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부터 매년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AMOREPACIFIC Makeup your life)’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행사는 암 치료 과정에서 겪는 외모 변화로 고통 받는 여성 암환자를 위해 마련됐다. 암 치료 과정에서 겪는 피부 변화와 탈모 등은 환자이기 전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들이 심적 고통을 극복하고, 삶의 의욕을 북돋아주기 위해 한국유방건강재단·한국유방암학회·대한종양간호학회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캠페인에는 방문판매를 담당하는 ‘아모레 카운셀러’와 교육강사가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의미를 더한다. 평소 영업맨으로 활약하는 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여성 암환자들을 위한 ‘미의 전도사’로 변신한다. 올 상반기까지 이 캠페인에 참가한 환자는 8654명. 이들의 메이크업을 도운 아모레퍼시픽의 자원봉사자는 2872명에 이른다. 매년 참가를 희망하는 환자와 봉사자가 늘면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곽영자(59)씨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지난 6월 수술을 받았다. 작은 가게를 꾸리며 자식 셋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던 곽씨에게 암 판정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내 나이가 몇인데 암이냐 싶었어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정말 막막했죠. 아직도 내가 암 환자라니 안 믿겨요.”

항암치료의 고통도 긍정적인 성격으로 이겨냈다. 자식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은 그지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한숨이 밀려왔다. 항암치료로 빠진 머리카락과 어두운 낯빛을 마주하면 삶에 대한 의욕도 꺾이는 기분이 들었다. 우울해하는 그에게 상담사는 이 행사에 대해 알려줬고, 병실에서 친해진 언니·동생들과 손잡고 강의실을 찾았다.

강의 시작 전, 자리마다 하나씩 놓여진 분홍색 쇼핑백이 그들을 반겼다. 쇼핑백 안에는 헤라(HERA) 메이크업 제품을 담은 파우치와 프리메라(Primera) 스킨케어 키트가 들어있었다. 이 키트는 아모레퍼시픽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홍보팀 권성혜 과장은 “치료 과정을 거치며 피부가 건조해지는 환자가 많아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성했다”며 “행사가 처음 시작된 해부터 매년 새로운 키트를 제작해 수업 과정 중에 나눠준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이 잔뜩 담긴 쇼핑백을 든 참가자들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어느새 메이크업을 마친 곽씨가 거울 속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잠시 어색한 듯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보더니 이내 만족스런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화장해본지가 언젠지. 화장한 모습이 예뻐서 오늘은 아줌마들이랑 어디 놀러라도 가야겠어요. (웃음)”

곽씨의 변신을 도운 이는 인천 논현동에서 아모레 카운셀러로 활동하는 박미선(54)씨다. 박씨는 5년 전부터 이 봉사활동에 참여해왔다. 이날 참석한 18명의 카운셀러 중에서도 박씨는 베테랑으로 통한다. 그는 “얼굴 혈색을 좋아 보이게 하고, 갈라진 입술을 도톰하게 보이도록 신경 써서 메이크업을 해드렸다”며 “건강한 얼굴이 최고로 아름다운 얼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모든 환자들을 ‘건강 미인’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박씨 역시 8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카운셀러로 ‘제 2의 인생’을 살 만큼 건강해졌지만 환자들을 대할 때면 남 일 같지가 않다.

“화장을 해드리면서 환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데 그분들의 이야기가 곧 제 이야기거든요. 제가 겪은 일이니 누구보다도 암환자들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화장을 받고 예뻐졌다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기뻐요.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제가 오히려 그분 들로부터 힘을 얻고 있어요.”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지역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매년 두차례 실시한다. 상·하반기로 나눠 5~6월, 10~11월 중 각 지역 병원에서 개최된다. 암 수술 후 2년 이내로, 현재 방사선 또는 항암치료 중인 여성 환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잠실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자원봉사단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월 서울대병원에서는 유방암을 이겨낸 개그 우먼 이성미씨를 초청해 토크쇼를 개최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5~6월 전국 15개 병원에서 캠페인을 연 데 이어 10~11월에 20개 병원에서 행사를 전개해 올해 총 35개 병원의 암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환자들을 배려해 ‘찾아가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 카운셀러 봉사단과 여성 암환자가 1:1로 만나 장소와 시간에 관계 없이 피부관리와 메이크업 노하우를 공유한다. 2011년에는 수혜 지역을 중국으로 확대해 ‘장전생명’ 캠페인도 펼친다. 중국 상해 복단대학교 병원에서 처음 개최한 데 이어 2012년부터는 행사 횟수와 대상을 확대해 ‘상해 암회복클럽’ ‘분홍천사기금’ 등 대표적인 여성암 관련 단체 및 ‘서금병원’ ‘진여병원‘ 등 주요 병원 등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약 460여 명의 중국 환자가 캠페인에 참여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은 ‘가장 잘하는 것을 고객과 나누자’는 것이다. 암 환자들에게 메이크업 수업을 제공하고, 화장품 키트를 제작하는 것은 봉사활동이기 전에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신의 삶에 아름다운 변화, Makeup Your Life’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나눔경영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해 왔다. ‘Makeup Your Life’ 외에도 ‘핑크리본 캠페인’ ‘희망가게’ ‘그린사이클(Greencycle) 캠페인’ 등을 진행 중이다. 핑크리본캠페인은 유방건강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활동으로 전 세대를 아울러 유방건강의식 향상을 도모하는 캠페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0년 설립기금 전액을 출자해 국내 최초 유방건강 비영리 공익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설립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4만여 명의 참가자를 통해 총 26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760여 명의 저소득층 유방암 환우의 수술치료비를 지원하고, 700회에 가까운 대국민 유방건강강좌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핑크리본 사랑마라톤’도 이 캠페인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한 이 대회는 유방건강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열리고 있다. 지난해 대회에는 1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또 유방자가검진, 유방건강 상식 및 관리정보를 제공하는 대국민 유방건강강좌 ‘핑크투어’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유방암 수술치료비 지원, 학술연구비 지원 등 유방건강을 위한 활동 또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하는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 부모 여성가장의 창업을 도와 자활과 자립을 통한 빈곤탈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이다. 희망가게 창업자는 창업자금과 컨설팅 및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2004년 1호점 개설을 시작으로 지난해 200호의 창업 성과를 냈다. 희망가게 창업자들의 평균 소득은 창업 전 98만원에서 창업 후 253만원으로 약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창업 전 정부의 생계비 지원을 받는 일반수급자 비율은 22.6%에서 11.8%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린사이클 캠페인은 환경경영 활동의 일환이다. 공병수거 등 그 동안 다양한 형태로 진행해왔던 아모레퍼시픽의 친환경 사회공헌 캠페인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화장품 공병을 통한 다양한 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 활동을 포함한다. 생활 자체가 돼야 한다는 ‘스마트 그린’ 정신과 재활용을 넘어 공병의 친환경적인 자원 순환과 창의적 재활용을 통한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업사이클링을 조합했다.

2009년 이니스프리 매장의 ‘공병수거 이벤트’에서 시작해 2010년 아리따움 매장, 대형마트, 백화점에 이어 2012년 에뛰드하우스를 포함한 전국의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장으로 확대됐다. 현재 각 매장에 제품 공병을 가져오면 아모레퍼시픽의 멤버십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2009년 이후 누적 공병 수거량은 431t이다. 어린 소나무 4107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2007년 11월 29일 유엔글로벌컴팩트(UNGC)에 국내화장품업계 최초로 가입했다. UNGC가 표명하는 인권·노동·환경·반부패에 관한 10대 원칙을 기업 활동의 전 부분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활동은 공익재단을 설립해 운영·후원하는 부문과 직접 참여하는 부문으로 나뉜다. 공익사업의 전문성을 살리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실천을 위해 공익재단 설립 시 기본재산을 출연한다. 또 재단운영과 고유의 목적사업을 위해 매년 일정금액을 기부해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등 공익재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업시민으로서 기업차원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구성원이 참여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방법으로도 직접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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