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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학습병행제 발전 방안 좌담 - ‘선취업 후진학’ 한국에 뿌리 내린다

일학습병행제 발전 방안 좌담 - ‘선취업 후진학’ 한국에 뿌리 내린다

11월 27일 본지 회의실에서 이성기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 김대인 대흥소프트밀 대표, 최정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일학습병행사업단장(오른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일학습병행제는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도입한 제도다. 기업 주도 하에 현장에 필요한 실무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우기 위해 만들었다. 중소기업은 경영 환경이 열악한 탓에 직원 교육에 힘을 쏟기 어렵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의 교육 부담을 줄여 주고, 직원에겐 새로운 기술을 익힐 기회를 제공한다. 제도 도입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반응은 뜨겁다. 2013년 10월 55개 기업에서 2014년 11월 현재 1956개 기업이 제도 도입을 신청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다 보니 부족한 면도 있다. 일학습병행제를 어떻게 운영하며 개선해나갈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김대인 대흥소프트밀 대표, 이성기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 이사, 최정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일학습병행사업단장이 민·관·학을 대표해 좌담에 참여했다.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김대인: 제빵기계 만드는 중소기업 경영자입니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입니다. 자수성가한 케이스이지요. 공장 다니며 기술을 배워 기업을 일궜습니다. 내가 가진 기술을 후학에게 전수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직원도 살고 기업도 성장합니다. 올해 19명의 학습근로자를 채용했습니다. 9개월째 프로그램을 진행중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만족합니다. 종전에는 쉽지 않았던 체계적인 방법으로 숙련기술자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근무만족도가 높아졌고 이직률도 줄었습니다. 중소기업에 정말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중소기업에서 사람 하나 키우는데 1년이면 3000만~5000만원가량 들어 갑니다. 10명 오면 1명 붙잡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공들여 가르친 다음 떠나가면 중소기업 사장들 마음에 상처만 남습니다. 일학습병행제는 중소기업이 인재를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성기: 한국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만만치 않는 비용을 지출하지만 실제 취업률은 저조합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대졸자 평균 취업률이 58.6%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먼저 취업한 다음 필요한 분야를 공부하자’는 선취업 후진학이란 개념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를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준비해서 나온 정책이 일학습병행제입니다. 독일과 스위스 등 해외 사례를 참고했고, 이를 국내 현실에 맞게 고민하며 만들었습니다.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입니다.


최정훈: 한국산업기술대학(산기대)은 공동훈련센터를 운영하며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산기대는 산학협력을 모토로 1998년 개교한 교육기관입니다. 목표가 일치합니다. 산업 단체, 주요 산업협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공동훈련센터에선 참여 기업을 발굴하고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참여 학생들은 대부분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출신입니다. 평소엔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학교에 나와 공부합니다. 4년 간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위를 받습니다. 주말이 없는 삶이지만 학생들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교육 인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금 106명의 학생근로자를 교육하는데 내년엔 400명, 내후년엔 100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곧 일학습병행제 시행 1년을 맞이합니다. 도입 초기다 보니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대인: 정말 좋은 제도지만 현장의 현실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도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때 기업 CEO와 현장 근무 경력자, 교육 담당자가 함께 논의해야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원자가 많고 기업 종류도 다양합니다. 각 기업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데 이 점에서 보완이 필요합니다. 양적으로 참여수를 늘리기보다 질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평생학습 개념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도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다시 대학이나 직업훈련원에서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성기: 일학습병행제가 뿌리 내리려면 민·관·학 협력이 중요합니다.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스위스·독일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정책을 준비했고 이를 기업인이 자발적으로 따라주며 제도가 자리잡았습니다. 유럽 중소기업 CEO는 필요한 인재를 직접 교육해서 키운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인식 변화도 중요합니다. 대학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신이 살아가며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며 진로를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는 숙련인력에 대한 인정과 보상체계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기능장이 최고의 숙련 기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엄격한 과정을 마련하겠습니다.


최성훈: 도입 초기라 교과 과정을 깐깐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 기업도 신중하게 고릅니다. 정규직 학생을 받고 교육 과정동안 회사가 지원하겠다는 확약이 있어야 학생을 받습니다. 제도가 도입되면 앞으로 현장에서 교육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에 교육센터가 들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교수나 직업 전문가가 기업에 방문해 효과적으로 기술을 전수해줘야 합니다. 기업별 특화 교육이 가능하고 시간과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김대인: 교과 과정이 좀 더 세분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핵심인데, 어정쩡한 과목들이 있습니다.


최성훈: 맞는 말씀입니다. 아직 초기다 보니 교과목 수가 필요에 비해 단순한 경향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아직 교육 전문가 집단이 부족합니다. 정부 지원 하에 체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일학습병행제를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야 할까요?



김대인: 정부와 기업과의 대화가 중요합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하며 융통성 있게 운영하기 바랍니다.


최성훈: 첫 단추는 잘 끼웠습니다. 다음 단추가 중요합니다. 지금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어 부담입니다. 부실화를 막기 위해 관리 평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합니다. 함께 고민하며 장기 발전 모델을 만들어나갈 시점입니다. 용두사미가 돼선 곤란하죠. 지금부터 신경 쓸 대목입니다.


이성기: 일학습병행제는 대학민국 취업 시장의 큰 그림에 변화를 주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초반에 큰 관심을 받으니 뿌듯하면서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능력 중심사회로 움직이는 디딤돌 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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