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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의 날개 없는 추락

루블화의 날개 없는 추락

중앙은행의 대폭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루블화가 급락했다.
지난 12월 16일 루블화 가치가 하루 새 19%나 급락하면서 러시아에 패닉이 휘몰아쳤다. 환전소와 마트에 러시아인들이 몰려들었다고 전해진다. 보유 현금을 무엇이든 더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재화로 바꾸려 안간힘을 썼다. 재계 지도자들이 은행 예금을 인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수입품 가격이 급등했다. 그런 악재 속에서 러시아 주가는 하락했다. “필시 침체 국면에 있는 경기의 하강세에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예금 인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키예프에 있는 EC 엘브루스 캐피털 인베스트먼트의 안톤 흐멜니츠키 이사가 블룸버그에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보유현금으로 루블화를 매입해 가치를 떠받치며 우려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15일에는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상된 금리는 즉시 적용됐다. “상황이 심각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세르게이 슈베초프 부총재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1년 전이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악몽에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8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경제 위기는 서방제재 때문”이며 “2년 안에는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경제붕괴 위협을 막기 위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불분명하다. 당국이 은행으로부터의 외환 인출 한도를 정할 것이라는 설도 있다(모스크바 타임스). “규제당국은 기존의 자유주의적 정책과 새로운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자본통제를 예상한다.” 투자운용사 아르바트 캐피털의 창업자 알렉세이 골루보비치가 16일 러시아 경제 웹사이트 RBC에 기고한 논평에서 말했다.

러시아는 유가하락 그리고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제제재로 큰 타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반군 분리주의자들을 계속 지원하는 데 대한 제재다. 거기에는 석유대기업 로스네프와 러시아 3위 은행인 가즈프롬방크 OAO에 대한 규제도 포함됐다.

“러시아에는 앞으로 대대적인 경제개혁이 필요하다. 경제 다각화를 목표로 삼아 ‘석유의존 경제’의 꼬리표를 떼야 한다.” 16일 미국 나스닥이 내놓은 시장분석 리포트의 결론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영세 사업체 대상의 세금감면도 필시 그런 노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러시아에는 걱정거리가 많다. 무엇보다도 경기악화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실질소득이 감소할 위험에 처해 있다.”

잠재적인 경제위기를 평가절하하려는 러시아 당국자도 일부 있었다. 러시아 하원의 예산 및 조세 위원회 안드레이 마카로프 위원장은 16일 의원들에게 지역 은행들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지금은 공황을 가라앉히는 일이 중요하다. 패닉이 인위적으로 조장되는 분위기다. 중앙은행이 주어진 각종 수단을 동원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그가 말했다. “은행 시스템에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쫓겨 은행으로 몰려드는 예금 인출사태가 항상 가장 무서운 위험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안정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정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시도다.”

하지만 다른 정부 당국자들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알렉세이 L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루블화와 주가 하락은 저유가와 경제제재에 대한 반응일 뿐 아니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 결여에서 기인한다.”

러시아 밖의 관측통들은 패닉을 당연한 결과로 여겼다. “러시아의 경제 및 금융 안정의 종말이 가까워졌다.” 경제 리서치 업체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분석가 칼 와인버그가 CBS 뉴스에 말했다. “회복 불가능한 악순환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부들의 경제·금융 제재와 글로벌 유가폭락이 겹쳐 러시아 경제를 쓰러뜨렸다.”

러시아의 경기둔화가 중국·유럽 그리고 결국에는 미국 시장에 타격을 주리라는 우려도 일부 있다. 이번 사태가 푸틴에게 무엇을 의미할지는 불분명하다.

“그의 지지도는 여전히 대단히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의 대응방식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런던 소재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경제분석가 리자 에르몰렌코가 USA 투데이 신문에 말했다.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러시아 국민들이 인식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듯하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푸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략을 재고하지 않고 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안 바뀔 듯 유가급락과 아울러 서방 제재로 경제위기 맞았지만 러시아의 대외 강경정책은 변함 없을 듯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푸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략을 재고하지 않고 있다.
루블화가 1998년 국가부도 사태 이후 하루 새 사상 최대의 폭락을 기록했다. 서방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 경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런 위기로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세적인 접근방식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눈 앞에서 이처럼 끔찍하고 지극히 긴급한 경제위기가 벌어지더라도 푸틴이 물러서리라고 보지 않는다.” 워싱턴에 있는 자유주의 성향 케이토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러시아 외교정책 전문가인 엠마 애슈퍼드가 말했다.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변수는 한 가지뿐이다. 우크라이나에 강경 대처하는 아주 강력한 지도자로 비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방 정부들은 러시아의 경제난을 지렛대 삼아 변화 압력을 가할지도 모른다. 특히 러시아가 분리주의 전쟁을 지원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이 표적이다.

유가급락이 세계 최대 산유국 중의 하나인 러시아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대한 서방 제재도 러시아 경제에 고통을 안겨준다. 15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인상했다. 달러와 유로화 대비 루블화 가치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그런 노력도 루블의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달러 당 80루블을 뛰어넘었다. 글로벌 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지만 러시아 국채의 투매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긴장 완화를 위해 건설적인 조치를 취했으며 미국의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성명이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제재 해제도 경기침체 완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대체로 다른 요인들 때문이라고 애슈포드가 말했다. 하지만 침체에 대응할만한 무기를 러시아에 더 많이 제공할 것이다. 재제는 “러시아가 위기에 대처하기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그녀가 말했다. “이런 유의 위기에서 러시아 기업들이 평소 동원할 만한 수단이 상당수 차단됐다. 같은 방법으로 국제 금융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푸틴은 12월 중순 위중한 경제상황에 관한 연설에서 통화 투기꾼들을 비난했다. 그를 비롯해 갈수록 정부 통제가 확대되는 언론이 그런 논조를 계속 밀어붙이리라는 의미다. 런던소재 왕립방위안전보장연구소(RUSI)의 러시아 전문가 세라 레인의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책의 노선을 완화할지 모른다. 통화와 채권시장에 미치는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고 그녀가 말했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최상의 카드’라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제2의 크림반도 합병’을 꾀할 의사가 없다고도 했다”고 레인이 전했다.

푸틴이 서방과 계속 멀어지더라도 금융지원을 요청할 만한 곳으로 중국이 남아 있다고 레인이 말했다. 현재로선 그의 입장이 요지부동일지도 모른다. “이번 상황이 반드시 푸틴의 군사적・정치적 입장의 약화를 가져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그녀가 말했다.

- CHRISTOPHER HARRESS IBTIMES
 세계로 퍼져가는 러시아 통화위기 미국뿐 아니라 면역력 떨어진 신흥시장, BRICS 국가들로 전염돼
미국은 지난 6개월 사이 글로벌 유가가 40% 하락한 덕을 보고 있다. 또한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달러 강세 효과를 누리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를 배경으로 환전소를 나타내는 달러 표시가 보인다.
12월 17일 러시아 중앙은행의 발표에 힘입어 루블화가 10% 반등했다. 2015년엔 은행에 돈을 쏟아 붓고 “러시아 금융부문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표였다. 루블화가 16일 급락 후 반등하는 듯했지만 세계 6위 규모 경제가 맞은 위기의 여파는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전망이다.

“통화가 폭락했으며 경제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점에선 러시아 경제가 와일드카드(불확실한 변수)로 변했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사지986닷컴의 수석 경제분석가 스티븐 길포일이 말했다.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경제는 수출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정부 수입 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절반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침공에서 비롯된 무역제재 그리고 최근 글로벌 유가 급락에 연타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붕괴는 미국에 ‘골치거리’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 소재 국제안보분석연구소의 에너지·국가자원·지정학 센터 아리엘 코언 소장의 분석이다.

“이번 경제위기의 정치적 영향을 알지 못하며 예측할 수 없다”고 코언이 말했다.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거시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러시아 지도자들은 인식하지 못했다.”

앞서 16일 루블화가 달러 당 58루블로 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금리를 10.5%에서 17%로 인상하는 갑작스러운 조치를 단행한 뒤였다. 17일 오후장에서 루블은 달러 당 62.04루블로 10% 이상 뛰었다.

한편 미국은 지난 6개월 사이 글로벌 유가가 40% 하락한 덕을 보고 있다. 또한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달러 강세 효과를 누리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특히 안전한 피난처에 자산을 묻어두려는 러시아인들)의 자금이 미국 국채로 몰리고 있다.


미국에 미치는 여파달러 강세의 지속은 미국 다국적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스탠더드&푸어 500대 기업은 현재 40~50%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따라서 필시 1월 초에는 달러 강세가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미리 엄살을 부리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전망이다.” 펜션 파트너스사의 찰리 빌렐로 조사팀장이 말했다.

글로벌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영향이 미국 신용시장에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고수익 채권 시장의 대략 13~15%가 에너지와 관련됐으며 그 시장의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s,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빌렐로가 말했다. 글로벌 원유가가 급락을 계속함에 따라 그 바이러스의 전염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다. 유가가 고수익 기업채에 타격을 주고 그 기업채는 현재 더 광범위한 리스크를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동안 그 스프레드가 에너지 업종에 국한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2월 중순 다른 부문으로 전파됐다. “미국 내 고수익 채권 스프레드가 실제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빌렐로가 말했다.

그것은 기업들이 차입을 확대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매출증가율이 극히 낮은 듯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그 비용이 조금만 늘어나도 소화하기가 어렵다”고 빌렐로가 말했다.


세계적인 영향2015년에는 러시아 경제가 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리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캐피널 이코노믹스의 수석 신흥시장 경제분석가 닐 셰어링의 말이다. “러시아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 다 . 그와 관련해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국가 모두 상황이 상당히 안 좋아 보인다. 신흥시장이 경제성장을 선도할 잠재력도 상당히 빈약해 보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경제분석가 그레고리 데이코가 말했다.

이번 바이러스가 얼마나 널리 전염될까? “실제로 신흥시장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빌렐로가 말했다. 글로벌 경제 차원에선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같은 원자재 중심 국가들에서 이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경제분석가들은 이란뿐 아니라 앙골라·나이지리아 같은 서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이른바 BRICS 국가들을 주시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그런 바이러스를 이겨낼 면역력이 부족하다. 브라질은 올해 경기침체 환경을 지나오며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내년에도 성장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은 경기가 둔화하는 중이며 내년 성장 전망은 7% 목표치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데이코가 말했다.

“러시아를 비롯해 이들 다른 신흥국들로선 아직 상당히 고(高)인플레이션 환경에 있다. 그들로선 달러 표시 부채를 상환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것이 정말 큰 문제”라고 빌렐로가 말했다. 그런 나라들뿐 아니라 그런 나라에 속한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하고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의미다.

- JESSICA MENTON IB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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