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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산층이 ‘철밥통’

중국 중산층이 ‘철밥통’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 이름 앞엔 2014년 내내 ‘대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쿠쿠 전기밥솥이 중국인관광객의 필수 쇼핑품목으로 자리했고, 8월 코스피 상장으로 그는 단박에 6500억원대 주식부자가 됐다.



44위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
2014년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단연 화제는 쿠쿠전자였다. 8월 6일 상장 첫날 18만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개장 10분 만에 상한가인 20만7000원에 도달했다. 공모가 10만4000원의 두 배가 된 것이다. 2013년말 비상장사이던 쿠쿠전자의 순자산가치(3568억원)는 이날 2조292억원에 달하며 코스피 전체 상장기업 100위권에 올랐다.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을 비롯한 쿠쿠전자 대주주 일가의 보유 지분(구본학 사장 33.1%, 동생 구본진 14.36%, 구자신 회장 9.32%) 가치도 그만큼 상승했다. 최대주주인 구본학 사장의 주식가치는 2014년 12월 3일 종가(20만2000원) 기준으로 6550억원을 넘어섰다.

쿠쿠전자의 ‘대박 상장’은 사전에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175대1에 4조4631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리며 일찌감치 예상됐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 점유율 68%, 중국시장에서의 폭발적 매출 증가세 때문이다. 쿠쿠전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 35개국에 진출해 있다. 해외매출 비중은 2011년 6%에서 2013년 10%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제품력·애프터서비스 차별화를 강점으로 내세워 명품 밥솥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의 신장률을 보였다. 2014년 3분기 매출 1442억원 중 중국 시장 매출이 400억원을 차지했다. 최근엔 홍콩, 마카오, 베트남 등에도 진출해 동남아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구본학 사장의 부친 구자신 회장이 금성사의 밥솥사업을 인수해 1978년 세운 성광전자가 전신이다. 구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10촌간이다. 설립이후 1998년까지는 주로 LG전자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쿠쿠(CUKCOO)’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고 이후 전자밥솥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04년 밥솥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점유율은 더욱 높아졌고, 2013년엔 매출 5088억원, 당기순이익 574억원을 달성했다. 규모가 커지자 최근엔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렌털사업·중국시장 강화로 내수부진 극복
구본학 사장은 196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회계사로 근무했다. 1996년 기술연구소인 쿠쿠홈시스 해외영업팀장으로 입사해 2006년 사장에 취임한 그는 평소 “쿠쿠 브랜드로 제품을 내놨을 때 대기업 백그라운드 없이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못 판다는 회의론이 컸지만 나는 ‘제품만 좋으면 삼성 매장에도 들어가고 LG에도 들어가니 더 많이 팔 수 있지 않겠느냐’고 오기로 말했고 지금 현실이 됐다”고 말한다.

구 사장 취임 이후 쿠쿠전자는 ‘세계일류상품’ 전기압력밥솥 부문에서 8년 연속 선정됐다. 수출규모가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이며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이내 및 5% 이상인 제품을 대상으로 정부가 공식 인증한다. 쿠쿠전자 마케팅팀 관계자는 “밥솥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가 있기에 가능했다”며 “해외에서도 쿠쿠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인지도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최근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몸집을 더욱 불리고 있다. 밥솥뿐 아니라 공기청정 기능이 포함된 제습기, 정수기, 비데 등 다양하다.

이 같은 확장은 쿠쿠전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 최근 와이파이와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을 탑재한 전기밭솥을 출시한 것도 IT를 결합한 기술력의 성과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게 밥솥 요리부터 자가진단과 고장점검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9월엔 중국에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했다. ‘풀스크린 액정표시장치(LCD) 6인용 밥솥’으로, 밥솥에 터치 슬라이드 방식을 적용해 화면을 보면서 메뉴를 넘길 수 있는게 특징이다. 간편하게 작동이 가능하고 취사, 예약 기능은 물론 요리법을 볼 수도 있다. 가격은 54만8000원으로, 중국 중산층 이상을 겨냥했다.

쿠쿠전자의 지속적인 성장은 내수부진의 극복 여부다. 국내 밥솥 시장은 고가 제품군 증가로 평균판매단가는 상승했지만 5년 전부터 연간 220만 대 안팎의 판매에 머물며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 부문의 경우 내수비중이 약 90%로 절대적”이라며 “내수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이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2003년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한 바 있는 쿠쿠전자는 중국 시장 개척에 더욱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전기밥솥 생산량은 2013년 기준으로 약 2억1000만 대를 기록했으며 최근 5년 간 연평균 9.6%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구 사장은 “중국 밥솥업체들이 따라오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위협적이다. 상위계층 위주인 중국 소비자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한다. 최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쿠쿠전자에 날개를 달아줬다. 업계에서는 FTA에 따른 전기밥솥 관세율 인하로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이 더 늘고, 시장 점유율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쿠쿠전자는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중국어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전기밥솥 출시, 중국 내 블로거 지원, AS센터 24개 지점 운영 등을 통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정수기, 전기레인지 등 렌털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쿠쿠전자는 이미 2014년 3분기 기준으로 70만 개의 렌털 계정을 확보했다. 코웨이(200만 개), 청호나이스(80만 개)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4년 3분기까지 연매출은 855억원이다. 최근엔 수도권 일대 렌털사업 조직과 중앙기술연구센터를 이전하기 위해 서울 마곡지구 업무 용지를 230억원에 분양받기도 했다. 구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자주 강조한다. “밥솥 전문으로 출발했다고 밥솥에만 머문다면 오히려 밥솥을 지키는 것조차 위험해질 수 있다. 사업 다각화를 우려하지만 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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