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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 오간 북·미 외교

냉온탕 오간 북·미 외교

북한과 미국은 1994년 전쟁 직전까지 갔다. 당시 미군은 북한이 핵 개발에 필요한 원자재를 손에 넣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선제공격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때 이후로 양국 관계는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거의 성공할 뻔하는가 하면, 북한의 비밀 핵실험 탓에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한 데 이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사안을 검토 중이다. 역대 미국 정부와 북한의 관계를 짚어봤다.
 빌 클린턴 정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힘썼지만 결국 실패했다(2009년 8월).
1994년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외교적 노력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김일성은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손에 넣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은 제재 완화와 북한 비핵화를 놓고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다.

CNN이 보도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미군은 크루즈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로 원자로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그랬으면 분명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1994년 미 국무부에서 외교를 지휘한 로버트 갈루치는 돌이켰다. 미 국방부는 한반도에서 또 한번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수백 만 사상자가 발생했으리라고 추산했다.

클린턴 정부와 김일성 정권은 19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를 타결했다. 국교정상화와 에너지 원조를 조건으로 비핵화 절차에 들어간다는 합의였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한 첫 의미 있는 양자 합의였다”고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과 교수는 말했다. 이 합의는 결국 9년 뒤에 깨지고 만다.
 조지 W 부시 정부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차관보는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점검했다. 미국 대표단은 북한이 우라늄 정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북한 정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양국 관계는 악화됐고, 2003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했다. 2005년 북한 정부는 방어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듬해 핵실험을 실시했다.

1994년 체결한 북·미기본합의가 깨지면서 2003년 북한과 국제사회 간 가교를 위해 6자회담이 개시됐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과 비핵화를 주제로 회담을 가졌지만 이 역시 2009년에 끝났다.

1994년 김일성의 뒤를 이은 김정일은 부시 정부가 정권에 적대적이라고 평했고, 2002년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국교 정상화와 제재 철회를 조건으로 북한 비핵화를 협의하는 6자회담은 계속됐다. 2008년 부시는 비핵화 조건으로 북한을 21년만에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평화협정에 가장 가까운 순간이었다”고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은 말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은 그 첫걸음이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암스트롱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북·미관계는 고착 상태에 빠졌다.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의 노력은 2009년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로켓을 발사하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오바마는 체코 프라하에서 연설을 통해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규칙 위반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며 로켓 발사를 규탄했다.

CFR은 오바마의 대북정책을 ‘전략적 인내’라고 표현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북한의 정치적 이익으로 이어지거나 미국 정부를 정치적 위협에 노출시키기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약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2009년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무장관은 “똑같은 말을 두 번 하는 데 지쳤다”고 말했다.

영화 ‘더 인터뷰’를 둘러싼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의 범인으로 북한이 지목되면서 북·미관계는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오바마 정부는 그 대가로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 번역 이기준

- SHUAN 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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