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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에 반응하는 스마트폰

‘열려라 참깨’에 반응하는 스마트폰

‘세사미 이네이블’은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유망 솔루션’ 상을 수상했다. 그 상금으로 개발비를 충당하고 일부 스마트폰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할 계획이다.
“게임은 재미있지만 실제 인생을 바꾸지는 않는다.” 이스라엘 기업가 오데드 벤 도브의 말이다. 그는 휴대전화 게임 개발자에서 척수손상·루게릭병·뇌성마비·다발성경화증과 기타 운동장애인용 전화 개발자로 변신했다.

벤 도브는 ‘열려라 참깨’라는 음성명령으로 작동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개발했다. 전화에 장착된 카메라가 프레임 안에서 얼굴을 찾는다. 그 뒤 머리를 위·아래·옆으로 움직여 커서를 조종한다. 특허 알고리즘을 통해 머리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한 자세로 2초 동안 머물면 내비게이션 아이콘이 튀어나온다. 클릭할지, 화면을 넘길지, 더 많은 옵션을 볼지 선택할 수 있다. 또는 스크린 위에 방위표시판처럼 나타나는 4개의 원 중 하나 위로 커서를 옮겨 놓으면 종료할 수 있다.

운동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 ‘참깨’ 스마트폰을 이용해 통화하고, 문자 보내고, 웹서핑 하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어떤 특수장비도 구입할 필요 없이 다른 사람과 똑같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고 벤 도브가 말했다. “그들이 통제력·독립성·프라이버시를 되찾도록 도우려는 취지다.”

벤 도브는 지오라 리브니와 함께 ‘세사미 이네이블’을 공동 창업했다. 리브니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해군 사령관으로 복무한 뒤 민간기업의 전력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약 10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 리브니는 컴퓨터 비전(화상 인식)을 전문으로 하는 벤 도브에게 전화했다. 그 젊은 프로그래머가 TV에 출연해 제스처로 작동되는 게임을 시연한 뒤였다.

“나는 두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소.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줄 수 있겠소?” 리브니가 당시 했던 말을 벤 도브가 떠올렸다.

‘세사미 이네이블’은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의 ‘유망 솔루션’ 상을 수상했다. 오는 3월 첫 스마트폰 출시를 목표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인디고고(다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소싱 사이트) 캠페인을 한창 진행하던 중이었다. 태블릿은 오는 6월 출시 예정이다.

그 상금으로 개발비를 충당할 예정이다(버라이즌은 세사미 이네이블에 주는 상금을 25만 달러로 할지 100만 달러로 할지 오는 1월말 발표한다). 세사미 이네이블은 이미 조달한 3만4000달러 가까운 자금으로 일부 스마트폰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할 계획이다. 인디고고에서 스마트폰을 사전 주문하는 가격은 700달러다. 소매가는 100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그 전화가 ‘앵그리 버드’나 ‘캔디 크러시’ 게임을 즐기는 차원을 뛰어넘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누군가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실제로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가상공간뿐 아니라 실물공간에의 접근성도 좋아진다”고 벤 도브가 말했다. 예컨대 “내 파트너 리브니가 스마트 홈 서비스를 주문한 참이다.” 세사미 스마트폰과 통합해 TV·온도조절장치·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리브니가 터치프리 전화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할 때는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TV를 통제할 수 없었다(그는 TV를 볼 수 있게 된 것을 가장 기뻐했다). 그저 아내에게 선물할 꽃을 주문하려는데 그녀에게 다이얼을 돌리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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