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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DESIGN ★ - 이미지를 단순화 할수록 매력적인 캐릭터 탄생

ART & DESIGN ★ - 이미지를 단순화 할수록 매력적인 캐릭터 탄생

7개의 캐릭터로 구성된 카카오프렌즈를 디자인 한 권순호 타임캐스트 디자이너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삶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기분 좋습니다.” 지난 1월 16일 경기도 김포에서 만난 권순호(39) 타임캐스트 디자이너에게 ‘KOREA 2030 POWER LEADER’ 아트 앤디자인 부문에 선정된 소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들처럼 구구절절 긴 소감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명쾌하고 단순한 대답에 놀랐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권 디자이너는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다. 그런 그가 모바일에선 기막힌 감정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다. 권 디자이너는 카카오톡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디자인한 인물이다. 심사위원들은 “백 마디 말보다 이모티콘 하나가 감정 전달에 더 효과적인 모바일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의 감정표현력은 정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심사평을 듣더니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듯한 평가”라고 말했다. 사실 그가 카카오프렌즈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고민하고 신경 썼던 부분이 감정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프렌즈는 출시 이후 귀여운 동물캐릭터들이 선보이는 실감 나는 몸짓과 표정 덕에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정작 권 디자이너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사용하면서 이모티콘은 쓰지 않는단다. 본인이 만든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게 “낯부끄러워서”란다.

권 디자이너와 카카오프렌즈의 인연은 2012년에 시작됐다. 당시 카카오(현 다음카카오)로부터 카카오톡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부터다. 이 캐릭터들을 카카오톡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이모티콘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카카오측의 제안이었다.
 반전매력을 가진 캐릭터 ‘뮤지’의 탄생
그는 “처음 그 제안을 받았을 때 카카오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해 저를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안을 수락한 후 시안작업까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한 달이었다. 세대를 망라한 전 연령대가 사용하는 메신저인 만큼 모든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다.

카카오와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캐릭터 소재는 사람이 아닌 동물로 정해졌다. “캐릭터에 성별과 특정 직업을 부여하면 활용도가 낮아집니다. 그런 점에서 동물이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좋은 소재죠.”

그렇게 구상하고 스케치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 끝에 네오(고양이), 제이지(두더지), 프로도(개)가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그가 카카오에 완성된 캐릭터를 보여주자 “재미는 있으나 메인 캐릭터로 쓰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재작업에 들어가서 두 번째로 튜브(오리)와 에이피치(복숭아)를 만들었을 때도 반응은 같았다.

“솔직히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쓰는 분들은 이중 메인 캐릭터가 뭔지 아는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다르죠. 카카오프렌즈를 이끌 대표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카카오 측의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저로서는 더 고민이 컸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카카오프렌즈의 메인 캐릭터 뮤지(토기)와 콘(악어)이 완성됐다.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처음에는 뮤지만 만들었는데, 소재가 동물캐릭터 중 가장 많이 흔한 토끼인데다 색깔도 흰색이라서 아무리 봐도 부족했다고 한다. 카카오톡의 대표 색깔인 노란색을 이용해 토끼의 몸을 노란색으로 바꾸고 흰색 옷을 입혔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뮤지와 악어캐릭터 콘을 함께 연결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순한 이미지인 토끼 옆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진 악어가 있다는 게 반전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색깔도 뮤지의 색깔에 비해 눈에 띄는 초록색으로 했습니다. 그렇게 뮤즈와 콘을 한 세트로 만들고 보니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나오더군요.”

이제 이 캐릭터들에게 살아 있는 듯한 몸동작과 표정을 심어줘야 했다. 그는 캐릭터들을 굳이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의 역할은 소통을 도와주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이용자들의 감정을 한마디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만 고민했습니다.”

권 디자이너는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들 때 더하기보다 빼는 작업이 더 많았다고 했다. 가능한 선을 적게 쓰고 단순화했다. 그는 “세 개의 선으로 끝날 수 있는 작업인데 4~5개를 쓰면 개인적으로 패배감이 느껴진다”며 멋쩍어했다. 그가 이토록 많은 애정을 쏟아 부은 카카오프렌즈는 이제 그의 손을 떠났다. 그가 2013년 가을 이후 카카오와 일을 하지 않게 되면서 판권을 가진 카카오에서 만들어 유통하고 있단다. 그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 캐릭터들을 제가 만들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슈퍼스타 되기 위해 연기를 배우다
권 디자이너는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그림을 좋아해서 고등학교도 디자인과에 진학해 그림을 배웠다. 당시는 컴퓨터그래픽보다 수작업이 많아 이때 스케치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군 제대 후에는 꿈이 슈퍼스타였다. 막연하게 배우가 되자고 결심하고, 연기학원에 등록해 연극영화과 입학을 목표로 연기를 배웠다고 했다. 대학교 입학 실기 시험날, 그는 어느 뮤지컬의 환자 역할을 해내야 했다. “저는 그때까지 뮤지컬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긴장해서 대사까지 잊어버렸어요. 당연히 떨어졌죠.” 그는 재수할 비용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24살이 됐다. “저는 그때까지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 위해 애쓰며 살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행복이었고, 자유였습니다. 그런데 24살이 되면서 저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잘하지는 못하지만 재미있어야 하는 그림을 하자고 결정했다. 다시 펜을 잡고 그림을 그렸고, 컴퓨터학원에서 웹디자인도 배웠다. 그리고 2001년 게임회사 넥슨에 들어갔다. 그런데 입사 후 1년이 지나자 회의감이 몰려왔다. “나는 없고 구성원 ‘권순호’만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의 권순호를 알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넥슨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는 ‘호조넷’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패러디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 익히 아는 동화의 결론 부분을 바꿔놓은 동화 패러디가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를 처음부터 만드는 건 힘든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미 있는 이야기에 결론 부분만 재해석하면 아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죠.”

예를 들어 신데렐라가 구두를 신었는데 발 크기가 270이라거나 인어공주가 사람이 됐는데 수영을 오래 해서 어깨가 남자보다 넓다는 식이다. 그가 호조넷에 올린 만화를 한 독자가 ‘엽기동화’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 포털에 올리면서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중앙일보> 의 조인스닷컴에도 연재를 했다. 2005년 넥슨을 그만둔 후에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찾았다. 800km의 길을 걷고 돌아와서는 <어찌 됐든 산티아고만가자> 라는 책을 썼다.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한다는 게 힘들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수 싸이의 5집·6집 앨범 디자인도 맡았다.

그는 지금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IT스타트업 타임캐스트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서도 자신의 특기를 이용해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모두의 얼굴’을 개발했다. 2013년 출시된 이 애플리케이션은 출시 4주 만에 내려받기 300만 건을 넘어서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 그의 관심은 바다 건너에 가있다. 외국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의 관심사가 궁금하단다. 그렇다고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게 가장 바라는 점이다.
 ART & DESIGN - 심사위원 김미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교육과 교수,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선승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부장,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호경윤 아트인컬처 편집장, (별 개수는 선정 횟수임)

윤향로(29) 설치미술가 ★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20대라면 누구라도 접할 수 있는 사건·사고를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그리고 작품에 자신의 색깔을 될 수 있으면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에게 익숙하거나 잘 알려진 이미지를 빌려 표현한다. 사건의 이면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작가적 개입’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2008년 ‘텔레비전12’에서 처음 단체전을 열었으며, 개인전은 4년 후인 2012년 ‘숏컷’이란 주제로 처음 가졌다. ‘숏컷’에 전시된 작품들은 교과서나 도안집에서 이미지를 차용해 선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으로 작품을 객관화했다. 지난해에는 ‘Blasted (Land) scape’를 주제로 개인전을 인사미술공간에서 가졌다.


장민승(36) 미술가 ★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장민승은 설치미술가와 가구디자이너, 상업영화의 음악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에르메스코리아가 주최하는 ‘아시아 영화인의 밤’ 기획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동안 작곡가 정재일과 함께 작업한 ‘상림(上林, 2014)’, ‘the moments(2012)’ 등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그만의 다양한 관심사를 드러내 왔다. 그는 자신의 예술적 태도를 ‘울지 않는 상주’에 비유한다. 상주가 통곡하는 대신 문상객들이 울고 웃을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2014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은 한국 미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2000년 제정됐으며, 지난해 15회를 맞았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서울 강남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된 ‘검은 나무여’가 있다. 올해는 영화감독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한마디로 종합예술가다.


백정기(34) 작가 ★
미술과 과학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동상으로 단파방송을 청취하거나 리트머스 종이의 화학반응을 이용한 프린트를 만드는 식이다.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입체미술과를 졸업했으며, 2006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미술공부를 위해 2007년 영국으로 떠났다. 첼시 미술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수료한 후 글라스고 미술학교에 들어가 순수미술 분야 석사를 땄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동양철학과 과학, 예술을 통합하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는 프랑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미술관 ‘릴’에서 단체전을 열 예정이다. 그리고 6월과 9월 두 번의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함영준(37) 큐레이터 ★
대학에서 예술학을,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008년 미국에서 아라리오 갤러리 뉴욕분점에서 일하며 미술관련 일을 하게 됐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음악공연장 ‘로라이즈’를 열고 2013년까지 70회가 넘는 공연을 기획했다. 가장 최근에 기획한 전시는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열린 ‘오늘의 살롱’이다. 이 전시에 총 69명의 작가가 참여해, 손으로 직접 그린 회화 150여 점을 선보였다. 그는 ‘오늘의 살롱’처럼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주목해 전시를 기획한다. 현재를 점검하는 일이 어떤 방법보다도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올해는 1990년대 대중문화와 관련된 단행본을 내고, 청년 예술가의 삶을 위한 대안적인 플랫폼 런칭할 계획이다. 중저가로 양질의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나 2010년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진짜’ 어린 작가들의 그룹전도 기획하고 있다.

-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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