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고도성장 더는 지상과제 아니다

고도성장 더는 지상과제 아니다

심각한 빈부격차, 오염에 찌든 대기, 부패투성이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만 커지자 중국 지도자들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스모그에 덮인 베이징 도심.
중국은 수십 년 간 공산품을 전 세계에 쏟아 붓는 공장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성장가도를 달려 왔다. 이제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각한 빈부격차, 오염에 찌든 대기, 부패투성이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뚜렷한 불만 등이다. 성장의 열매 중 다수가 공산당 관료와 그 패거리에게 돌아갔다.

요즘엔 공산당 수뇌부까지 이 같은 현실을 널리 인식하게 됐다. 그에 따라 중국 지도자들이 새 경제발전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약간의 성장을 희생해서라도 격차를 완화하고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모델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중국 관료 수십 명이 참석했다. 이 새로운 경제발전 방식을 묘사하기 위해 ‘뉴 노멀(New Normal, 新常態)’이라는 용어가 곳곳에서 난무한다(뉴 노멀은 구조적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에 집착하는 과거의 관행을 버리고 보통사람들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체제다.

“중국의 현 상황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뉴 노멀”이라고 리양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이 지난 1월 21일 오전 WEF 토론회에서 설명했다. 사회과학원은 중국 행정기관인 국무원 산하의 영향력 있는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다. “예전에는 속도를 추구했다. 그에 따라 효율과 품질이 낮고, 환경에 피해를 주고,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했다. 지속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뉴 노멀 체제에선 성장속도를 늦추는 한편 효율과 품질을 높이고 환경을 더 잘 보호하게 된다.”

새 모델의 열쇠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지하는 공세적인 부패척결 정책이다. 권력 상부까지 그 철퇴가 떨어졌다. 한때 중국 공안부를 이끌었던 저우융캉까지 지난해 12월 체포돼 당에서 쫓겨났다. 이는 현재의 분위기에선 어떤 관료도 부채척결 캠페인의 그물망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부패 일제단속에 여전히 빠른 성장속도를 조절하려는 더 광범위한 캠페인이 맞물렸다. 단기적인 사회안정을 둘러싼 우려가 불거졌다. 부패는 분명 낭비를 초래하고 사회적인 해악이다. 관료들이 부정 축재한 돈을 들고 마카오 카지노에 놀러 가 마구 뿌려댄 이야기는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부패에는 사업의 수레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기능도 있다. 부패 우려로 인해 돈이 돌지 않고 계속 잠자고 있다.

중국은 공산품 수출 의존을 줄이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만 명의 가난한 농민이 제조업 일자리를 찾아 계속 해안 도시로 밀려든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일자리가 줄어들면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더 균등한 성장 확대를 통해 막고자 하는 바로 그런 불만 말이다.

“제조업과 수출에서 서비스 위주로의 모델 전환에는 한 세대의 기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홍콩에 근거를 둔 퍼스트 이스턴 인베스트먼트 그룹 회장 겸 CEO인 빅터 추는 내다봤다. 제조·인프라·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 및 벤처 자본 회사다. “지금은 전환기다. 기존의 전략적인 이점을 포기해선 안 된다.”

중국의 성장둔화 추세는 지난 1월 하순 발표된 정부 통계가 뒷받침했다. 중국경제는 2014년 마지막 3개월 동안 7.3%, 한 해 기준으론 7.4% 성장했다. 중국 관료들이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필요하다고 흔히 내세우는 7.5%에 약간 못 미쳤다. 그리고 24년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뉴 노멀 이론이 실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수사적인 설정에 더 가깝다는 주장도 있다. 다보스 토론회에서 트리나 솔라사의 회장 겸 CEO인 가오지판은 중앙정부의 명령이 과장됐다고 말했다. 트리나 솔라사는 상하이 외곽의 공업지대에 자리 잡은 대형 태양전지판 메이커다. 실질적인 활동은 지방 차원에서 이뤄진다. 지방 관료들은 계속적인 부동산과 산업 개발에 의존해 세수기반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업기회를 확대한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은 지방 정부 활동의 결과”라고 가오 회장은 말했다. 인프라 투자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전체 경제성장률의 2배 이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지방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강조해 왔다. 지방 정부는 모두 투자에 집중할 것이다. 그들은 항상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더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자 가오 회장은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뉴 노멀 이론이 지방 정부와 베이징 중앙 정부의 관계를 바꿔 놓았다고 덧붙였다.

“과거엔 재원과 투자 플랫폼에 대한 권한이 지방정부에 있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뉴 노멀 시대가 된 지금은 지방 정부가 환경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전체적인 발전에 유익한 일이다.”

-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2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

3포항 한우,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우뚝 서다

4獨 브로제 코리아,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둥지 틀다.

5경북 청송군, 항일 의병의 넋 기리는 ‘푸른 솔’ 공연

6주택보유자 2.9% 종부세 낸다…작년보다 5만명 늘었다

7KB금융, 대전광역시와 ‘소상공인 맞춤형 저출생 정책 지원’ 협약

8 여야, 내달 1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하기로

9강남 월세가 94만원인데...서울 최고가는 '이곳' 입이 쩍

실시간 뉴스

1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2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

3포항 한우,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우뚝 서다

4獨 브로제 코리아,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둥지 틀다.

5경북 청송군, 항일 의병의 넋 기리는 ‘푸른 솔’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