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박근혜정부 경제지표로 되돌아보니 - ‘정권 레임덕’보다 ‘경제 레임덕’이 걱정
3년차 박근혜정부 경제지표로 되돌아보니 - ‘정권 레임덕’보다 ‘경제 레임덕’이 걱정
2013년 2월 25일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경제만 ‘42차례’ 언급했다.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도 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려야 할 때에…”라며 반격에 나서곤 했다. 그래서 나라 경제 사정은 나아졌을까.
국정수행 지지율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1월 4주차에 30%대가 무너진 후 2주 연속 20%대다. 리얼미터 2월 1주차 조사에서도 국정 수행 지지도는 31.8%에 머물렀다. 4주 연속 최저치 경신이다. 2월 25일 취임 만 2년이 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때 이른 레임덕 얘기가 나오는 지경이다. 비슷한 시기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임기 3년차 1분기에 김영삼 정부 국정수행 평균 지지율은 37%, 김대중 49%, 노무현 33%, 이명박 44%였다.
낮은 지지율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경제 지표만 봐도 이해가 간다. 일단 정부가 내세우는 치적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고용률 65% 달성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고령·여성층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로 채운 수치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의 취업자 수는 34만7000명.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70만~80만명이던 월 취업자수는 이후 40만~50만명 대를 유지하다, 30만명 대로 급락했다. ‘숨은 취업자’를 포함하는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1.9%로 치솟았다. 통계를 작성한 지난해 5월 이후 최악이다. 청년 실업률은 답이 안 나올 정도다. 1월 청년 실업률은 9.2%. 이 역시 사상 최악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고용의 질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1월 취업자 중 36시간 미만의 불완전취업자는 377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구직단념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직단념자는 47만여명에 달한다. 통계청이 2013년 말 통계 산출 방식을 바꾸면서 구직단념자가 좀 더 광범위하게 포함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파른 급증세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입· 무역수지 실적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출액은 5731억 달러(약 637조5000억원), 수입액은 5257억 달러(약 584조8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역시 474억 달러(52조7000억원)로 종전 4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2년 연속 무역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수출입 증가율이 문제다. 2013~2014년 수출 증가율은 각각 2.1%, 2.4%에 불과했다. 본지가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2000~2012년 평균 수출 증가율은 11.7%였다. 출범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이명박 정부 5년 평균 역시 7.1%다. 박근혜정부 들어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얘기다. 수입 증가율 역시 2013년 -0.8%, 지난해 1.9%로 크게 둔화됐다.
경제성장률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8분기 동안 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를 넘긴 것은 단 두 차례뿐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잠재GDP에서 실제GDP를 뺀 ‘GDP갭’은 출범 후 8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만큼도 성장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월 통화정책방향 전문에서 ‘GDP갭의 마이너스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 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치적은 주택 거래량 증가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부양책으로 올 1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7만9320건을 기록했다. 1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부동산 거래는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주택담보대출도 따라서 껑충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 대출은 지난해 1년 동안만 39조2000억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증가다. 가계 대출 가운데 37조원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들어 가계신용은 100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3분기에는 1060조원3000억원으로 늘었다. ‘빚을 내 집을 사라’는 기조 아래 정부가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탓이다. 문제는 가계부채 뇌관이 폭발 직전이라는 것이다. 최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가계부채 한계가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가 넘는 부채 고위험군은 전체의 19.4%에 달했다. 가구 수로는 234만 가구인데, 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보다 78만 가구나 늘어난 것이다.
가계 부채 부담과 경기 침체에 소비와 소득 모두 줄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민간소비는 만성 침체가 우려될 정도로 하락했다. 2000년 이후 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2003년 카드사태 이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곤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8분기 동안에는 세 차례나 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4분기 증가율 역시 0.5%에 그쳤다. 소비자물가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 2년 연속 1%대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에 머물렀다. 특히 올 1월 수치에서 담뱃값 인상 효과분(0.58%포인트)를 빼면, 불과 0.2%대에 그쳤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가 0~1%대이면, 사실상 디플레이션 상태로 본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물가상승률은 G7 평균치인 1.6%보다도 낮았다. 1990년 이후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G7 평균보다 낮았던 적은 1999년과 2006년 두 해뿐이다. 가계소득 증가율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2012년 5.6~7.4%였던 월 평균 가계 소득 증가율은 박근혜정부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박 대통령 취임 첫 분기 2.3%로 급락한 가계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2.1%, 2%에 그쳤다. 기업들도 활력을 잃고 있다. 투자는 줄고, 제조업업황심리지수(BSI)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기업 실적과 이익도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0.7%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 성장률이 후퇴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09년 5.2%에서 같은 기간 4.7%로 줄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만큼 활력을 잃은 경제의 후폭풍은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5조5000억원으로 예산(216조5000억원)보다 10조9000억원이 부족했다. 결손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세수 결손액 8조6000억원보다도 많았다. 지난 20년 사이 정부가 거둬들인 총국세는 4배로 뛰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매년 평균 8조원 정도의 세수가 늘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늘어난 세수는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출범해인 2013년 세수는 전년 대비 1조원가량 줄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자신하고 있지만 지난 2년 간의 경제지표는 정부 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정부는 역대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남기는 정부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후유증은 모두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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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수행 지지율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1월 4주차에 30%대가 무너진 후 2주 연속 20%대다. 리얼미터 2월 1주차 조사에서도 국정 수행 지지도는 31.8%에 머물렀다. 4주 연속 최저치 경신이다. 2월 25일 취임 만 2년이 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때 이른 레임덕 얘기가 나오는 지경이다. 비슷한 시기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임기 3년차 1분기에 김영삼 정부 국정수행 평균 지지율은 37%, 김대중 49%, 노무현 33%, 이명박 44%였다.
낮은 지지율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경제 지표만 봐도 이해가 간다. 일단 정부가 내세우는 치적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고용률 65% 달성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고령·여성층 위주의 질 낮은 일자리로 채운 수치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의 취업자 수는 34만7000명.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70만~80만명이던 월 취업자수는 이후 40만~50만명 대를 유지하다, 30만명 대로 급락했다. ‘숨은 취업자’를 포함하는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1.9%로 치솟았다. 통계를 작성한 지난해 5월 이후 최악이다. 청년 실업률은 답이 안 나올 정도다. 1월 청년 실업률은 9.2%. 이 역시 사상 최악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고용의 질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1월 취업자 중 36시간 미만의 불완전취업자는 377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구직단념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직단념자는 47만여명에 달한다. 통계청이 2013년 말 통계 산출 방식을 바꾸면서 구직단념자가 좀 더 광범위하게 포함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파른 급증세다.
수출입 증가율 대폭 하락
경제성장률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8분기 동안 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를 넘긴 것은 단 두 차례뿐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잠재GDP에서 실제GDP를 뺀 ‘GDP갭’은 출범 후 8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만큼도 성장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월 통화정책방향 전문에서 ‘GDP갭의 마이너스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 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치적은 주택 거래량 증가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부양책으로 올 1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7만9320건을 기록했다. 1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부동산 거래는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주택담보대출도 따라서 껑충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 대출은 지난해 1년 동안만 39조2000억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증가다. 가계 대출 가운데 37조원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들어 가계신용은 100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3분기에는 1060조원3000억원으로 늘었다. ‘빚을 내 집을 사라’는 기조 아래 정부가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탓이다. 문제는 가계부채 뇌관이 폭발 직전이라는 것이다. 최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가계부채 한계가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가 넘는 부채 고위험군은 전체의 19.4%에 달했다. 가구 수로는 234만 가구인데, 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보다 78만 가구나 늘어난 것이다.
가계 부채 부담과 경기 침체에 소비와 소득 모두 줄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민간소비는 만성 침체가 우려될 정도로 하락했다. 2000년 이후 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2003년 카드사태 이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곤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8분기 동안에는 세 차례나 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4분기 증가율 역시 0.5%에 그쳤다.
불완전취업자와 구직단념자 급증
역대 최악의 세수 결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만큼 활력을 잃은 경제의 후폭풍은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5조5000억원으로 예산(216조5000억원)보다 10조9000억원이 부족했다. 결손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세수 결손액 8조6000억원보다도 많았다. 지난 20년 사이 정부가 거둬들인 총국세는 4배로 뛰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매년 평균 8조원 정도의 세수가 늘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늘어난 세수는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출범해인 2013년 세수는 전년 대비 1조원가량 줄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자신하고 있지만 지난 2년 간의 경제지표는 정부 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정부는 역대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남기는 정부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후유증은 모두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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