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스 디역스 BNP파리바 코리아 대표는 2012년 5월 한국에 부임했다. 3년 가까이 그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외국계 금융사가 가진 장점과 한계가 무엇인지 분석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했다. 그는 한국 금융사와의 국내 경쟁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국내 기업금융 분야는 이미 시중은행들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가 찾은 답은 글로벌 시장이다. 한국 기업의 유럽진출을 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투자자들의 유럽 투자도 지원할 수 있다. 그는 “유럽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금융 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한 덕에 현재 유럽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금융 기관으로 꼽힌다”고 자신했다.

BNP파리바가 한국과 맺은 인연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은 빠르게 산업화를 진행 중이었다. 중동에 여러 건설사가 진출해 사업을 벌였고 원유 수입량도 빠르게 늘었다. BNP파리바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중동에서 대금을 지급받거나 원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성장했습니다. 우리를 통하면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안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한국 대기업이 BNP 파리바를 선택했죠. 한국 경제가 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를 유치한 일도 있습니다.”

BNP파리바 코리아는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상품을 국내에서 취급하고, 해외 사업이 많은 기업의 금융 서비스를 돕는다. 전통적인 은행 업무다. 3년 전 디역스 대표는 한국 발령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당시 그리스에 있었는데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려웠다. 또 하나는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서다.

그는 2008년 일본 포티스 뱅크에서 근무했다. 한국은 포티스 뱅크의 두 번째로 중요한 해외 시장이었다. 일본 근무 당시 한국 관련 경제지표를 꼼꼼히 살펴본 이유다. 여러 차례 방한도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강점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잘 알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는지 관심있게 살폈습니다.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도 한국은 가장 빨리 경쟁력을 회복한 국가입니다. 아이들 교육 문제와 북한이란 변수를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발령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이곳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디역스 대표는 “한국경제는 상당히 성숙했고, 산업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3600억 달러가 넘는 한국 외환보유액을 거론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에도 한국 경제는 건실하고 탄탄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의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배경이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유럽 진출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또 한국에 자산이 충분히 쌓였다면 이를 위한 투자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찾아 줄 수 있지요. BNP 파리바와 한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디역스 대표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한국투자공사를 예로 들었다. 막대한 자금을 운용 중이다 보니 더 다양한 투자처가 필요하다. 이들은 모두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원한다. 하지만 기금을 운영할 금융 상품을 한국에서만 찾는 일 자체가 무리다. 보다 안정적이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 해외시장에 있다. 디역스 대표는 “막대한 금융자산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가이드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유럽의 알짜 부동산은 한국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상품입니다. 우리는 유럽 최대 은행입니다. 유럽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자료가 있습니다. 유럽 최고의 전문가들이 이를 분석해 한국 고객을 위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유럽 투자 및 사업도 도울 수 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었다. 현대자동차나 쌍용차·르노삼성 등에 계좌를 만들어주고 송금을 돕는 수준이 아니다. 유럽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가 유럽 최대 은행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BNP파리바는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2011년 벌어졌던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다. 유럽 주요 은행들과 달리 BNP파리바는 빠른 회복에 성공했다. 채무를 과감히 정리하며 신속히 대응한 덕이다. 디역스 대표는 “한국에 진출한 유럽계 은행들은 여전히 어려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실적은 좋은 편임에도 투자를 줄이는 금융사들도 있다.

“외국계 은행의 역할과 시장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춰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속도감 있는 일처리를 즐깁니다. 다소 성격이 급한 편인데 직원들의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수도 많이 합니다. 빨리 일하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잘못을 고칠 시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를 발견하면 바로 수정하며 일을 진행합니다. 한국의 강점입니다. 우리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요리스 디역스 대표는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해 성공하길 바랐다. 유럽에서 한국 기업이 자리를 잡을 때마다 BNP파리바 코리아가 얻는 기회도 늘어난다. 한국 기업은 정체된 유럽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몇몇 한국기업들은 유럽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이들에겐 더 많은 금융 서비스와 상담이 필요하다. 디역스 대표는 “실제로 유럽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과 협력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유럽에서 성장할 때마다 우리의 유럽 점유율도 높아집니다. 한국 기업 덕에 BNP파리바가 기회를 얻는 셈이지요. 앞서 말했듯 한국 정부와 기업, 개인 투자자는 유럽 시장을 함께할 금융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BNP파리바가 최고의 선택이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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