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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이제 맘껏 즐길 수 있다

단맛 이제 맘껏 즐길 수 있다

인간은 생리적으로 달콤한 식품을 원하도록 프로그램됐지만 지나친 설탕 소비를 억제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각종 설탕을 생각해 보자. 케이크에 쓰이는 백설탕, 쿠키에 들어가는 흑설탕, 프로스팅(설탕 입히기)용 가루설탕, 싱글 오리진(각 원산지에서 생산되는 단일 품종) 핸드 드립 커피에 넣는 중백당, 브랜디를 이용한 구식 칵테일에 첨가하는 단순한 시럽 등. 형태와 용도는 모두 다르지만 화학적 관점에선 모두 똑같다. 자당(sucrose)이라는 분자로 이뤄졌다. 자당 그리고 더 단순한 형태의 성분인 과당과 포도당은 에너지뿐 아니라 칼로리가 높다. 도처에 널려 있는 설탕은 갈수록 세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의 일부 지역에선 비만이 유행병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거의 같으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화학구조를 가진 설탕도 수십 종이나 된다. 그중에는 각설탕(table sugar)과 맛은 똑같으면서도 칼로리는 제로에 가까운 종류도 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무명의 학자로 연구해온 한 일본인 과학자가 최근 이들 모두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정원에서 발견한 미생물을 이용해서다.

이즈모리 켄(72)은 1968년부터 카가와대의 생물공학과 교수로 일해 왔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의 연구 전초기지다. 히로시마에서 기차로 약 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해 국제 과학계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다. 이즈모리 교수의 전문 연구분야는 탄소·산소·수소의 3원소로 이뤄진 단당류 희소당(rare sugars)이다. 과당·포도당과 유사하지만 자연 속에 훨씬 적은 양이 존재한다. 그는 비만과 당뇨 같은 심각한 질환 치료에 손을 댄 적은 전혀 없지만 그의 연구가 그와 같은 결실을 맺을지도 모른다. 그는 생물공학의 힘을 이용해 특이한 설탕 결정을 대량 생산하는 길을 찾아냈다. 자당이나 과당 또는 포도당과 똑같이 달면서도 칼로리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사용법도 같고 모양새도 같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다”고 옥스퍼드대 유기화학과 조지 플리트 교수가 말했다. “진짜라고 믿기 어려운 꿈의 설탕이다.”

하지만 진짜다. 알룰로스(allulose)라는 물질이다. 스플렌다(Splenda, 인공 감미료) 이후 최고의,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설탕 대용품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동물과 인체 실험에서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다수 제시됐다. 이에 힘입어 곧 슈퍼마켓 판매대에 진열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다수의 비슷한 물질들이 달성하지 못한 고지를 곧 점령하려는 참이다.

알룰로스가 테이블에 오르는 타이밍도 더 없이 절묘하다. 설탕은 알고 보면 몸에 해롭다. 먹는 순간에는 더없이 맛있지만 미국인을 뚱뚱하고 병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날이 쌓여간다. “설탕이 미국의 비만 문제를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듀크대 식품정책 전문가 켈리 브라우넬이 말했다. “미국인의 식습관을 개선하고자 할 때 우선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설탕을 그렇게 좋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우리 조상들이 식량을 찾아 다녀야 하는 환경에서 진화했다는 점이다. “달콤한 음식이 안전한 경향을 보인다”고 니콜 애브나가 말했다. 뉴욕에 소재한 마운트 사이나이-세인트 루크스 병원에서 설탕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잘 익어서 먹기 좋은 과일이 맛도 달다. 상해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과일은 달지 않다.”

오늘날 우리의 진화 친화성은 득보다 실이 많다. 설탕은 비만을 유발하고, 비만은 당뇨와 심장병을 부를 수 있다. 또한 우리 두뇌의 회로 구성을 바꿔 마약중독자처럼 행동하게 만들고 심지어 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설탕이 항상 입맛을 돋울 만큼 널려 있어 포기하기도 힘들 성싶다. 그런 까닭에 우리에게 친숙한 설탕과 대단히 비슷한 알룰로스가 상당히 유망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설탕의 천연 대용품은 많지만 알룰로스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모두 대량생산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
물론 저칼로리 감미료 대용품은 하나의 큰 산업을 이룰 정도로 많다. 그 산업에서 아스파탐과 스플렌다 같은 필수 상품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설탕의 완벽한 대용품은 하나도 없었다. 일례로 아스파탐은 ‘다이어트 코크’같은 특유의 뒷맛이 남는다. 설탕이 빵 등 상당수 구운 식품에 주는 질감과 습기는 다른 감미료가 흉내내지 못한다. 따라서 스플렌다 제품의 사이트에는 식품을 구울 때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웹페이지가 있을 정도다.

알룰로스는 그런 제품이 갖추지 못한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 귀하긴 하지만 완전 천연 제품이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은 이테아 버지니카라는 낙엽성 관목 한 종뿐이다. 그러나 조리의 화학작용을 통해 이미 우리가 먹는 식품에 존재한다.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알룰로스를 조금씩 먹는다. 설탕으로 요리할 때 항상 약간씩 흡수하게 된다”고 플리트 교수가 말했다. 초콜렛 칩 쿠키, 건포도, 우스터셔 소스, 코카콜라까지 모두 미량의 알룰로스를 함유한다.

과당과 알룰로스는 똑같은 원자 성분을 갖고 있다. 탄소 원자 6개, 수소 12개, 산소 6개다. 하지만 산소원자 1개와 수소 2개의 위치가 다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두 물질이 본질적으로 다른 ‘좌우성(handedness)’을 가진 이른바 키랄, 즉 비대칭 파트너(chiral counterparts)가 된다. 대다수 물질의 형태는 좌우대칭을 이루지만 배치상 대칭성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키는 좌우성은 인체가 그것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특성이다. 알룰로스에는 왜 과당처럼 칼로리가 많지 않은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각종 연구에서 알룰로스가 든 먹이를 준 생쥐는 체중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같은 양의 과당을 먹인 생쥐는 체중이 늘었다. 사람이 먹을 때는 기본적으로 대부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우리가 알룰로스에 관해 아는 사실은 거의 전적으로 이즈모리 교수의 엄청난 노력 덕분이다. 알룰로스 같은 희소당은 자연에서 대량으로 얻지 못한다(그리고 실험실에서 복제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복잡한 화학구조를 가진 알룰로스를 단 1g 만드는 데 수백 달러나 든다). 그 때문에 과학자들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즈모리 교수는 여러 해 동안 희소당을 연구하던 중 1999년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단당류의 원자를 재배치해 과당으로부터 일룰로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효소다. 순전히 행운이었다. 그는 원래 캠퍼스 구내식당 뒤뜰의 흙에서 나온 미생물에서 그 효소를 발견했다.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 효소가 과당에 작용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러 번 시도해서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는 즉시 생물반응기(bioreactor, 생체의 생화학적 반응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장치)의 설계에 착수했다. 알룰로스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데 사용할 대형 용기다.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그 효소를 수확해 커다란 과당 용기에서 알룰로스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 설탕 찌꺼기에서 알룰로스를 분리하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2000년 ‘이동식 색층분석기(moving bed chromatograph)’라는 훌륭한 새 도구가 돌파구를 열어줬다. 알룰로스를 파운드 단위로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이 첫 대량 생산분의 일부를 사무실의 크리스탈 잔에 보관하고 있다.

지금은 과학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대형 식품 메이커들까지 이즈모리 교수를 주목한다. 알룰로스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 유익한 잠재력을 지닌 다른 희소당은 많다”고 플리트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알룰로스는 상업적으로 커다란 돌파구를 열었다.”

마츠타니 화학공업 주식회사가 알룰로스를 출시하는 투기성 강한 과업을 맡았다. 1999년 이즈모리 교수가 일본 TV에 나와 알룰로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마츠타니 CEO가 봤다. 그 뒤로 마츠타니는 거의 처음부터 이즈모리 교수를 후원하며 대량생산 방안을 연구해 왔다. 마츠타니가 알룰로스 대량생산에 수천 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마츠타니 연구원 타니 유마는 전한다. 아직 키랄 설탕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업계로선 큰 도박이다.

알룰로스가 고칼로리 자당과 과당을 대체하려는 최초의 희소당은 아니다. 하지만 ‘좌선형(left-handed)’ 자당과 타가토스 등 다른 물질은 너무 비싸거나 상업적으로 성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컨대 1980년 캐나다 과학자들이 각설탕에 무칼로리 키랄 쌍둥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좌선형 자당을 감미료로 만드는 방법을 특허 내 상업화하려 했다. 하지만 그 설탕을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하기에는 화학처리 공정이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2004년 기술문화 잡지 ‘와이어드’에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출신인 길버트 레빈이 타가토스를 상업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묘사한 기사가 실렸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타가토스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알룰로스가 똑같은 암초를 만나지는 않을 듯하다. 마츠타니는 이즈모리 교수의 효소를 이용해 대량생산함으로써 파운드 당 5달러 미만에 알룰로스를 생산할 수 있다. 그것으로도 이미 수지가 맞는 가격이다(예컨대 스플렌다는 파운드 한 봉지 당 15달러 안팎에 팔린다).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타니는 예상한다.

알룰로스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해 1월 “대체로 안전하다고 인정됐다”고 평가해 식품사용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청량음료로부터 케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품에 액상과당(high-fructose corn syrup)이 들어간다. 그런 제품은 모두 제조법을 바꾸지 않고 알룰로스 시럽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타니는 말한다. 마츠타니는 미국의 대형 식음료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그들 중 여러 업체가 이미 고객으로 줄을 섰다고 그는 전한다. 하지만 회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마츠타니가 성공한다면 이즈모리 교수는 큰돈을 벌 수 있다. 본인은 알룰로스를 이용한 돈벌이에 큰 관심은 없다고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그는 그 분야의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이미 새로운 연구에 뛰어들었다. 알룰로스에 저칼로리 감미료를 뛰어넘는 효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다. 예비조사에선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를 낮출 가능성이 보인다. 실명과 신부전 같은 심각한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알룰로스가 지닌 건강상의 이점을 마케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사업이다. 마츠타니는 거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일본에서 임상실험을 실시하는 중이라고 타니가 말했다). 하지만 먼저 식품 제조업체들을 설득해 알룰로스를 채택하고 그것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낼 시간을 주려 할 것이다.

앞으로 희소당 류가 더 많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이즈모리 교수가 발견한 효소는 다른 단당류 희소당 30종 이상의 비밀을 알아내는 열쇠였다. 그리고 이제 ‘이즈모리’ 공정으로 불리는 방식이 희소당 과학에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었다. “자연은 설탕으로 환상적인 마법을 보여준다”고 플리트 교수가 말했다. “설탕은 아주 단순한 분자다. 그리고 자연은 설탕으로 갖가지 조화를 부린다. 알룰로스는 빙산의 일각이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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