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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레코드의 부활

LP 레코드의 부활

LP 레코드의 팬들은 이른바 사운드의 ‘따뜻함’을 그리워한다. 이 같은 명백한 오디오 특성은 아날로그 사운드의 결함에서 비롯된다.
요즘엔 애플 아이튠스(음악 재생 프로그램)뿐 아니라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가 음악업계를 지배한다. 스포티파이, 냅스터, 판도라, 그리고 힙합 뮤지션 제이지가 최근 선보인 타이덜(Tidal) 등이다. 그런 환경에서 CD와 오프라인 음악 매장이 급격히(그리고 종말을 맞듯) 쇠퇴한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음악소비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LP는 ‘완벽한’ 디지털 사운드를 내세운 CD에 밀려 표면상 소멸 위기에 처한 포맷이다. 그런 LP가 뜻밖에도 문화적·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디지털 앨범 판매까지 감소하는 시대에 LP 음반은 트렌드를 역행한다. 지난해 레코드 판매가 50% 이상 증가해 100만 장을 돌파했다(1996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상승세는 올해까지 이어진다.

물론 원래부터 LP 포맷 곁을 떠나지 않은 골수 팬이 있었다. LP판은 2007년 ‘레코드점의 날(Record Store Day)’의 꽃이었다. 미국 내 700개 가량의 독립 레코드점들이 연합해 만든 행사다. 음반 판매와 수집 열정을 기념하려는 취지였다. 지금은 영국에서도 4월 18일 레코드점의 날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매년 뮤지션들과 공동으로 오로지 이 날을 기념하는 특별판 CD와 LP를 발매한다. 요즘 LP 음반이 다시 인기를 모으면서 이 행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어떻게 보면 이 같은 LP의 부활은 단순히 현대적인 음악 환경의 표출일지도 모른다.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가 말하는 이른바 ‘복고 마니아(retromania)’다. 왕년의 그룹들이 재결성하고, 신인 가수들은 전통 뮤지션 들을 따라 사운드와 스타일을 구축한다. 그리고 왕년의 패션과 문화 도구가 인기를 끈다. LP의 부활도 마찬가지로 디지털 스트리밍에 대한 반작용에서 생기는 향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종이 재킷에 담긴 크고 연약해 보이는 디스크다. 마찬가지로 쓸모 없어진 전축에 음반을 올려 놓을 때 들려 오는 지직거리는, 디지털 음악과는 뚜렷이 다른 소리에의 향수다.

그러나 분명 향수가 전부는 아니다. 영국 내 LP판 수요가 상당히 뚜렷한 증가를 보였다. 최근 4월 13일 공식 LP 앨범과 싱글 차트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그 차트의 1위에 오른 앨범은 미국의 현대 팝·펑크 밴드 ‘올 타임 로’의 ‘Future Hearts’였다. 톱 10의 과반수가 수프얀 스티븐스, 터보울프, 나딘 샤, 제임스 베이 등 마찬가지로 현대 뮤지션들이다. 하지만 밴 모리슨(1945년 생)도 그들 틈에 끼어 전통에 적당히 경의를 표한다.

더 넓은 맥락에서 올해의 베스트셀러 앨범들에는 지금까지 향수가 독특하게 녹아 있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밥 딜런 같은 뮤지션의 클래식 앨범들이 악틱 몽키즈,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 그리고 로열 블러드 같은 현대 뮤지션들과 어우러진다. 그러나 마돈나, 다프트 펑크, 비요크, 잭 화이트 같은 역량 있는 거물급 뮤지션들도 부활 트렌드에 가세해 새 앨범을 LP 판으로 출시하고 있다. 그럼, LP의 의미심장한 상업적 부활에서 향수가 유일한 동력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또 있단 말인가?

LP의 부활에서 거론되는 주요한 기술적인 특성 한 가지는 깨끗하고 완벽한 음향에서 옛날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팬들이 말하는 LP 사운드의 이른바 ‘따뜻함’이다. 이 같은 명백한 오디오 특성은 아날로그 사운드 제작과정에 내재된 결함에서 생긴다. 음향 엔지니어 안드레아스 루비치의 설명에 따르면 “왜곡, 최선의 경우 조화로운 왜곡”에서 비롯된다.

LP 사운드는 또한 분명 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DJ 콜린 머피가 이 같은 요인을 탐구했다. 그는 음악의 음향 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다양한 지점(교회 등)을 선정해 일련의 공개 감상 행사를 열었다. LP는 음악을 통째로 재생한다. 그 형식이 지닌 현대적인 즐거움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CD 플레이어의 혁명적인 디자인 특징은 청취자가 곡을 건너뛰고 앨범의 곡 순서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었다. 반면 LP에는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이 그런 기능이 없다. 트랙을 건너뛰는 건 까다로운 일이다. 디스크가 연약한 탓에 바늘을 떨어뜨려 흠이 갈 위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트랙 순서대로 감상하는 앨범이 부활했다(이는 뮤지션들이 정해 놓은 대로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같은 클래식 LP를 감상할 때 핵심을 이룬다).

미디어 예술가 제시 잉글랜드도 앨범에의 완전한 몰입에 대한 이 같은 ‘경외감’에 공감을 표한다. 전축을 음악의 ‘제단’으로 묘사하기까지 한다. 어떤 축음기로도 (블루투스를 통해) 디지털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진동 플라스틱 디스크를 개발하기까지 했다. 특유의 불완전한 아날로그적 색채를 부여했다.

마찬가지로 LP의 르네상스는 기술적으로 아날로그·디지털 혼합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LP, 지직거리는 잡음 등 모든 아날로그 요소를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하는 USB 포트가 내장된 서류가방 스타일의 휴대형 레코드 플레이어 등이다.

LP는 사운드가 다를 뿐 아니라 무형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에는 없는 소유의 성격을 지닌다. 사이먼 레이놀즈 말마따나 아이팟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의미의 레코드 수집”이 사라질 판이지만 수집은 사실상 LP가 지닌 매력의 본질적인 요소다. LP는 특정한 ‘의식’을 수반하는 사물이다. 재킷을 열고 디스크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그뿐 아니라 일러스트가 들어간 속 재킷(inner sleeve) 그리고 인쇄된 가사도 있다. 재킷 속의 가사와 사진 등이 인쇄된 설명서를 말하는 속 재킷은 종종 예술로 간주되지만 더 작은 CD 케이스에선 축소됐다.
 LP의 르네상스 ‘디지로그’ 기술이 이끌어
그러나 LP 판매의 의미가 과장되지 않았음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LP의 부활은 확실히 인상적이지만 디지털 포맷의 판매량 면에선 의미가 그리 크지 않다. 영국 레코드 차트 집계 업체 ‘오피셜 차트’의 마틴 탈보트 CEO가 시인하듯 LP의 소비자 기반은 “여전히 틈새 시장”이다.

이 같은 평가는 또한 LP의 개선 행진을 가로막는 바리케이드로 작용한다. 바로 LP의 제작이다. LP는 비교적 최근까지 거의 폐품 신세로 전락해 음반을 제작하는 공장이 거의 사라졌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LP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레코드를 찍어내는 프레스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난을 겪는다.

최근의 월스트리트저널 특집기사에 따르면 2014년 LP 제작용 원자재의 90%가 한 회사에서 생산됐다. 이는 LP 수요의 상승세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레코드 회사들이 값비싼 기술의 복원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매유통 업계 내 오프라인 레코드점의 쇠퇴를 감안할 때 유통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LP 판매의 현재 규모에 관한 마틴 탈보트 CEO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이 같은 증가세는 분명 뭔가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업계의 다른 전문가 다수도 같은 생각이다. 계속 레코드 위에 바늘을 놓으려는 음악 팬이 많은 듯하다. ‘음반점의 날’의 앞날에는 희소식이다.


[필자 리 배런은 영국 뉴캐슬 소재 노덤브리아 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과의 주임강사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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