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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예상한 그대로”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

지난 4월 28일 카트만두에서 인도 구조대원들이 생존자와 시신의 수색에 나섰다.
네팔의 치명적인 지진은 널리 예상된 재해였다.

인구 2800만 명인 이 작고 가난한 나라는 주요 지진대에 위치한다. 지진 발생 약 1주 전 국제 전문가들이 카트만두를 방문해 임박한 재해를 예측했다. 실제로 지진은 인구 약 100만 명 남짓한 수도 카트만두 부근에서 발생했다. 오래된 건축물은 취약했고, 새로 지은 건물 다수는 설계가 부실했으며 시공도 엉망이었다. 카트만두엔 빈민가도 많다.

안타깝게도 이런 임박한 재앙 이야기는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아시아 전체에 적용된다. 인구 증가와 경제 팽창에다 자연적·인공적 환경 위험의 간과, 모두가 뻔히 아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허약하고 부패한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어우러져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남아시아에서 수백 건의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이미 대두됐다.

네팔의 이 작고 가난한 나라는 주요 지진대에 위치한다. 지진 발생 약 1주 전 국제 전문가들이 카트만두를 방문해 임박한 재해를 예측했다. 실제로 지진은 인구 약 100만 명 남짓한 수도 카트만두 부근에서 발생했다. 오래된 건축물은 취약했고, 새로 지은 건물 다수는 설계가 부실했으며 시공도 엉망이었다. 카트만두엔 빈민가도 많다.

안타깝게도 이런 임박한 재앙 이야기는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아시아 전체에 적용된다. 인구 증가와 경제 팽창에다 자연적·인공적 환경 위험의 간과, 모두가 뻔히 아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허약하고 부패한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어우러져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남아시아에서 수백 건의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이미 대두됐다.

네팔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문제가 누적돼왔다. 국제원조기관과 구호단체가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30년 전 네팔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뿌리 깊은 부패가 국제원조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며 네팔의 경제성장과 공공행정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썼다. 축출된 왕족 일가가 그런 약탈을 이끌었다. 외국에서 온 한 구호대원은 부패가 너무 심해 자기 나라는 돈은 절대 주지 않고 장비만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 이래 인도와 중국 사이의 완충국인 네팔은 극심한 정치불안에 휩싸였다. 마오쩌둥주의 봉기와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역대 정부는 이번 지진의 피해를 심화시킨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거시경제적 발전을 추구할 능력조차 없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네팔에 국제 구호가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가 가장 빨랐다. 나렌드라모디 인도 총리가 직접 주도하는 작전으로 구호품과 지원팀이 네팔에 급파됐다.

리히터 규모 7.8로 측정된 이번 네팔 지진은 오래 전부터 예측됐다. 카트만두 주변의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키면서 1만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지진이 발생한 지 81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곳의 지진은 인도 지각판이 연간 5㎝의 속도로 북쪽으로 이동해 중앙아시아·유라시아 지각판을 파고들면서 발생한다. 처음은 이런 지각판 이동으로 히말라야 산맥이 높이 솟아올랐고 그에 따라 형성된 단층이 여러 차례 지진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의 지진은 2005년 카슈미르에서 발생했다. 그 지진으로 파키스탄과 여러 이웃 나라에서 7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지진이 나기 바로 1주 전 세계의 전문가 50명이 카트만두에서 만나 이 지역이 그런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케임브리지대학 지구과학과의 제임스 잭슨 과장은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에 “물리학적으로나 지질학적으로 이번 네팔 지진은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라고 말했다. “바로 1주 전 이번 지진이 발생한 그 지역을 걸으며 곧 큰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잭슨 과장은 아시아 각 대도시의 지진 대비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설립된 ‘국경 없는 지진 과학자회(Earthquakes Without Frontiers)’의 수석 과학자다.

지금 네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탄에 빠져 있다. 전 세계가 사망자에 대한 슬픔과 부상자나 실종자에 대한 우려로 침울한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네팔에 애도를 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인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듯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일단 위기가 지나고 나면 현지인의 삶과 가정, 일자리의 더딘 원상복구 이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낡은 공공 서비스는 그대로 방치되고, 공공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2년 전에도 네팔과 인접한 인도 북부 아타라칸드주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약 6000명이 사망했다.

홍수는 폭우로 인해 발생했지만 허약한 환경에서 무모한 건축, 댐, 도로 공사로 피해가 더 컸다. 환경법에 명백히 위배되지만 만연한 부패로 강 바로 곁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건설됐다. 그런데도 지난 2년 동안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네팔인은 강인하다. 그들은 삶을 재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일 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기회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일본처럼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로 건물을 짓는 일은 대다수 네팔인이 꿈꿀 수도 없다.

바로 그게 국제원조기관과 구호단체만이 아니라 네팔의 최대 이웃나라인 인도의 모디 총리가 직면한 문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부탄, 방글라데시를 거쳐 인도까지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특히 건축물의 내진 설계가 시급하다.

이 지역의 각국 정부로선 큰 도전이다. 그러나 인도에선 정부를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바로 그런 일을 하도록 모디 총리가 선출되지 않았는가?



[ 필자 존 엘리엇은 ‘내파: 인도의 현실과의 밀회(IMPLOSION: India’s Tryst With Reality)’의 저자다. 이 기사는 ridingtheelephant.wordpress.com에 먼저 실렸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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