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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욱 아트라스콥코 코리아 지사장 - 한국인의 눈으로 본 스웨덴 기업의 장점은 ‘투명성’

장경욱 아트라스콥코 코리아 지사장 - 한국인의 눈으로 본 스웨덴 기업의 장점은 ‘투명성’

장경욱 아트라스콥코 코리아 지사장은 1981년 한국에 지사가 설립된 이후 첫 한국인 지사장이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10여 년 동안 일했던 그는 스웨덴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점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장경욱 지사장은 판교 본사에 업계 최초로 제품 전시·시험장을 만들어 고객사가 직접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게 했다.
치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칙칙’ 소리와 함께 물이 나오는 장치를 한번 쯤은 봤을 것이다. 공기를 압축해서 물이 나오게 하는 기계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카센터 천장에 달려있는 긴 줄 하나를 볼 수 있다. 정비사는 그 줄에 각종 공구를 연결해서 차를 수리한다. 타이어에 공기를 넣을 때도 그 줄을 끌어당겨 사용하고, 볼트를 조이거나 풀 때도 그 줄에 공구를 연결해서 사용한다. 천장에 달려 있는 줄은 압축기와 연결되어 있다. 압축기는 우리 실생활에서 의외로 많이 쓰인다. 자동차 생산라인에도, 반도체와 항공기나 선박을 수리할 때도 필요하다. 공장의 전기 사용량 중 25%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압축기일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압축기 중에서도 전력 소비량을 낮추는 제품이 사랑받는다.

1837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아트라스콥코(Atals Copco) 압축기는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 일반 압축기가 공장 가동시간 내내 전력을 소모한다면, 아트라스콥코의 압축기는 전기 사용량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압축기 외에도 광산 암반굴착, 건설 도로장비, 산업용 공구 분야에서 아트라스콥코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아트라스콥코는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성을 20%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2B 기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낯설지만,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등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아트라스콥코의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아트라스콥코의 압축기는 식음료, 오일 및 가스, 반도체, 제조, 화학 및 석유화학, 의료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첫 한국인 지사장으로 부임
2014년 현재 아트라스콥코는 90개 국가에 지사를 운영중이다. 직원은 4만4000여 명, 2014년 11조7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기업이다. 아트라스콥코는 1981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그동안 한국 지사장은 외국인이 맡아왔는데, 지난해 8월 처음으로 한국인이 지사장에 올랐다.

아트라스콥코 코리아가 올리는 매출은 70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매출이다. 한국인 지사장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장경욱(53) 지사장은 “아트라스콥코에 사장이 500여 명인데, 한국인은 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장 지사장은 한국의 대기업에서 10여년 이상을 일했던 경험이 있다. 한국 기업과 스웨덴 기업 문화의 차이를 잘 알고 있는 셈이다. 2006년 아트라스콥코 코리아 산업용공구 사업 부문 사장으로 처음 스웨덴 기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6년 산업용공구 사업부문 사장에 지원했을 때 솔직히 아트라스콥코에 대해 잘 몰랐다”고 했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10여 년 동안 일한 후 그가 자리를 옮긴 곳은 유럽 기업이었다. 유럽의 기업 문화에 익숙했다. 그런데도 아트라스콥코 코리아에 왔을 때 놀랐다고 한다. “한국의 대기업 문화는 탑다운 방식이다. 상관이 일을 지시하고, 직원이 일을 하는 식이다. 아트라스콥코에서는 그런 문화가 전혀 없었다. 일을 할 때 직원들이 의견을 내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탑다운 방식을 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소한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일 사장이 사무실 색깔을 바꾸고 싶어도 “사무실 색깔을 아이보리 색으로 바꿔라”는 지시 대신 “사무실 색을 아이보리로 바꾸는게 어떨까?”라고 제안을 하는 것. 전문경영인인 아트라스콥코 회장의 태도도 장 지사장을 놀라게 했다. 회사 일 때문에 회장에게 메일을 보낼 때마다 바로 답신이 왔다. 회장이라고 해서 격식을 따지지도 않았다.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혼자 온 것을 보고 놀랐다. 회장이 우리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도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게 우리 기업 문화”라고 했다.

장 지사장은 “아트라스콥코의 기업문화는 ‘투명성’에서 기인힌다.”고 분석했다. “우리 회사 웹사이트를 보면 회사의 운영 방법과 조직, 용어를 정리해 놓은 ‘The Way We Do Things’ 항목이 있다. 매번 업데이트가 된다. 이것만 보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일하는 방식이 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기업 운영이 투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칙 어기면 무조건 퇴출
인력 충원도 투명하다. 공모형으로 운영된다. 만일 미국 지사장 자리가 생기면 전 세계 지사에 오픈된다.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다. 2주 동안 내부에서 충원이 되지 않을 경우에만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된다. 장 지사장은 “기업의 규칙과 프로세스는 모두 투명하게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노조를 기업 파트너로 인정하는 문화도 아트라스콥코의 장점이다. 경영진이 기업의 정책을 결정하기 앞서 노조에 사전 정보를 주고 의견을 받게 된다. “그렇게 결정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게 장 지사장의 설명이다.

기업이 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있다. 바로 ‘무관용’ 원칙이다. 아트라스콥코에는 임직원이 지켜야 할 규정이 있다. 만일 이 규정을 어기게 되면 무조건 퇴출된다. 회장부터 직원까지 예외는 없다. “아트라스콥코의 회장도 전문경영인이다. 회사의 규칙을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규칙을 어겼을 때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이곳의 원칙이다.”

기업 운영의 투명성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트라스콥코는 매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되는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 9년 연속 선정됐다. 2015년에는 23위를 차지했고, 산업 기계 분야에서는 1위에 등극했다. 세계적인 기업윤리연구소 에티스피어 인스티튜트(Ethisphere Institute)에서는 아트라스콥코를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아트라스콥코는 기업 이미지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면서 “아트라스콥코는 임직원을 감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고 있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기업 문화를 정착 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장 지사장은 강조했다. 모든 직원들은 윤리경영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아트라스콥코가 임직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생활했던 장 지사장에게 한국과 스웨덴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그는 ‘빨리빨리’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기업문화는 1주일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아트라스콥코는 1년 계획대로 움직인다. 회장의 말 한마디에 모든 계획이 바뀌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측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니까 우리와 손잡고 일하는 기업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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