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한 중국의 와인산업] 중국은 지금 ‘와인 혁명’에 취하다
[급성장한 중국의 와인산업] 중국은 지금 ‘와인 혁명’에 취하다
지금 중국엔 또 다른 ‘붉은 혁명’의 바람이 분다. 이번 혁명의 주인공은 붉은 와인이다. 중국의 와인산업은 지난 15년 동안 급성장했다. 국제 와인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포도 재배 면적은 7500㎢에 이른다. 세계 전체 포도 재배 면적의 10%를 웃도는 수준으로 1위인 스페인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포도 재배 면적으로만 따질 때 프랑스와 이탈리아, 호주,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부유층 증가가 와인 인기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새롭게 생겨난 와인 애호가층은 와인 구매를 세련됨의 상징으로 여긴다. 국제 와인·증류주 전시회 바이넥스포(Vinexpo)의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전 중국은 레드 와인 1억5540만 상자를 소비해 세계 최대의 레드 와인 소비국이 됐다. 같은 시기 프랑스는 1억 5000만 상자, 이탈리아는 1억4100만 상자를 소비했다. 중국 와인의 절반 정도는 해외 업체에 팔린다. 중국 와인 업체들은 주로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국제 와인 비평가들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고급 와인에 갈수록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 중국 와인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고 야심도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뉴욕부터 런던까지 세계 각지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오르는 날이 꼭 올 듯하다.
십수 년 전 칠레와 남아공은 와인 불모지라는 인식을 깨고 저가 와인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품질로 상을 받는 경우도 꽤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중국 와인이 세계 시장을 맹공격할 것으로 보진 않지만 잠재력은 인정한다. 평판 좋은 유럽의 와인 업자들이 중국 업체들과의 합작 사업을 통해 노하우와 브랜드를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포도나무를 심어서 그해에 당장 좋은 와인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중국이 세계 와인업계를 뒤흔들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와인 마스터(Master of Wine)’ 자격을 수여받은 데브라 메이버그의 말이다.
외국 자본과 기술의 도움으로 중국이 와인 강국으로 거듭난다면 중국 근세사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와인 제조는 19세기 말 시장에 기반을 둔 중국 경제개혁의 초기 실험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협력한 최초의 산업 중 하나였다. 중국 와인산업은 청조 말기인 1892년 해안 지방인 산둥성 얀타이시에 최초의 와인 업체 장위(張裕)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이 지역에는 지금도 중국 최대의 와인 업체들이 모여 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 뒤인 1910년 베이징롱후이(北京龍徽) 와인이 문을 열면서 중국 기독교도들의 종교의식에 쓰이는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외국 자본의 도움으로 설립된 최초의 와인 업체는 1979년 문을 연 만리장성 와인이다. 이 업체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장비를 이용했다. 그 이듬해엔 레미 마르탱 코냑과 코앵트로 리큐어를 만드는 프랑스 업체(지금의 레미 코앵트로)의 투자로 텐진에 왕차오(王朝) 와인이 설립됐다. 왕차오는 프랑스 자본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럽식 품질관리와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초기 투자는 훌륭한 성과를 올렸다. 장위와 만리장성, 왕차오는 현재 중국 와인 업체 대다수를 소유해 중국 와인의 ‘빅3’로 불리며 약 80억 달러의 연매출을 올린다. 이들 업체는 고급 와인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프랑스 유명 브랜드의 협력은 중국 와인에 국제적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중국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시에 사는 부유한 중국 소비자는 브랜드를 상당히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고급 자동차와 의류에 대한 취향이 그들을 아우디나 아르마니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로 끌어들였듯이 갈수록 커지는 중국인의 와인 소비 욕구 역시 유명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을 대표하는 5대 유명 와인 업체 중 하나인 도멘 바롱 드로실드 소유의 샤토 라피트 로실드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에서 프랑스산 와인이 인기를 끌자 로실드는 2013년 중국 산둥성 펑라이 반도에 약 14만9730㎡의 포도원을 세웠다. 그곳에서 로실드는 주로 보르도 레드 와인의 주요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재배한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도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 29만9470㎡, 북부 닝샤 자치구(중국 최빈 지역 중 하나다)에 65만 9640㎡의 포도원을 세워 급성장하는 중국 와인 산업에 뛰어들었다.
상하이의 고급 서양 식당과 호텔들은 이미 중국산 최고급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이들 와인 대다수가 얀타이시와 서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닝샤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최근 와인 전문 잡지 디캔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도 몇몇 중국산 와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가 평가한 20종의 중국 와인 중 18종이 보통 또는 그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중국의 고급 와인 업체 대다수가 기본적으로 소규모다. 물량이나 가격 측면에서 호주와 유럽, 미국의 업체와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현재 중국에는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업체가 수십 군데 있지만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가격이 상당히 높다”고 식음료 전문 작가 짐 보이스가 말했다. 중국이 조만간 주요 와인 수출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다.
와인 경제학 저널의 편집자인 뉴욕대학 경제학자 칼스토크먼에 따르면 해외로 수출되는 중국 와인 대다수가 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저가 와인의 대량 생산을 뛰어넘어 품질로 인정받는 소수의 브랜드를 창출해낸 칠레와 남아공, 캘리포니아 와인의 역사와는 좀 다른 면모다. 국제적인 소비자 사이에서는 중국의 ‘빅3’ 업체에서 생산하는 와인도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다. 뉴욕에서는 중국산 와인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IB타임스는 뉴욕의 주류판매점과 대형 와인 유통업체, 레스토랑 여러 곳을 찾아 다닌 끝에 가까스로 중국산 수입 와인 두 종류를 발견했다. 세계적인 와인을 골고루 갖춘 뉴욕의 고급 와인 상점들에서도 중국산 와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한적이나마 중국 와인을 취급하는 곳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요시 와인 앤 리큐어뿐이었다. 이곳에서 파는 즈푸(Chefoo, 장위 소유의 브랜드) 레드 와인과 베이징롱후이 디저트 와인의 병당 가격은 4.5달러다(IB타임스 사무실에서 시음해본 결과 초저가에 걸맞은 품질로 평가됐다).
현재 중국의 고급 와인 수출은 주로 홍콩과 마카오에 국한돼 있다. “지금으로서는 수출보다 내수 판매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보이스는 말했다. 2010년대 말까지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5억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반면 해외의 와인 소비자가 중국 상표를 단 와인을 만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중국 밖에서 ‘중국산’ 와인의 수요는 매우 한정돼 있다”고 중국의 한 와인 전문가는 말했다.
- 번역=정경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부유층 증가가 와인 인기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새롭게 생겨난 와인 애호가층은 와인 구매를 세련됨의 상징으로 여긴다. 국제 와인·증류주 전시회 바이넥스포(Vinexpo)의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전 중국은 레드 와인 1억5540만 상자를 소비해 세계 최대의 레드 와인 소비국이 됐다. 같은 시기 프랑스는 1억 5000만 상자, 이탈리아는 1억4100만 상자를 소비했다.
레드 와인 소비 세계 1위, 포도 재배 면적 2위
십수 년 전 칠레와 남아공은 와인 불모지라는 인식을 깨고 저가 와인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품질로 상을 받는 경우도 꽤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중국 와인이 세계 시장을 맹공격할 것으로 보진 않지만 잠재력은 인정한다. 평판 좋은 유럽의 와인 업자들이 중국 업체들과의 합작 사업을 통해 노하우와 브랜드를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포도나무를 심어서 그해에 당장 좋은 와인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중국이 세계 와인업계를 뒤흔들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와인 마스터(Master of Wine)’ 자격을 수여받은 데브라 메이버그의 말이다.
외국 자본과 기술의 도움으로 중국이 와인 강국으로 거듭난다면 중국 근세사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와인 제조는 19세기 말 시장에 기반을 둔 중국 경제개혁의 초기 실험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협력한 최초의 산업 중 하나였다. 중국 와인산업은 청조 말기인 1892년 해안 지방인 산둥성 얀타이시에 최초의 와인 업체 장위(張裕)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이 지역에는 지금도 중국 최대의 와인 업체들이 모여 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 뒤인 1910년 베이징롱후이(北京龍徽) 와인이 문을 열면서 중국 기독교도들의 종교의식에 쓰이는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외국 자본의 도움으로 설립된 최초의 와인 업체는 1979년 문을 연 만리장성 와인이다. 이 업체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장비를 이용했다. 그 이듬해엔 레미 마르탱 코냑과 코앵트로 리큐어를 만드는 프랑스 업체(지금의 레미 코앵트로)의 투자로 텐진에 왕차오(王朝) 와인이 설립됐다. 왕차오는 프랑스 자본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럽식 품질관리와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초기 투자는 훌륭한 성과를 올렸다. 장위와 만리장성, 왕차오는 현재 중국 와인 업체 대다수를 소유해 중국 와인의 ‘빅3’로 불리며 약 80억 달러의 연매출을 올린다. 이들 업체는 고급 와인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프랑스 유명 브랜드의 협력은 중국 와인에 국제적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중국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시에 사는 부유한 중국 소비자는 브랜드를 상당히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고급 자동차와 의류에 대한 취향이 그들을 아우디나 아르마니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로 끌어들였듯이 갈수록 커지는 중국인의 와인 소비 욕구 역시 유명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을 대표하는 5대 유명 와인 업체 중 하나인 도멘 바롱 드로실드 소유의 샤토 라피트 로실드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에서 프랑스산 와인이 인기를 끌자 로실드는 2013년 중국 산둥성 펑라이 반도에 약 14만9730㎡의 포도원을 세웠다. 그곳에서 로실드는 주로 보르도 레드 와인의 주요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재배한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도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 29만9470㎡, 북부 닝샤 자치구(중국 최빈 지역 중 하나다)에 65만 9640㎡의 포도원을 세워 급성장하는 중국 와인 산업에 뛰어들었다.
상하이의 고급 서양 식당과 호텔들은 이미 중국산 최고급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이들 와인 대다수가 얀타이시와 서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닝샤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최근 와인 전문 잡지 디캔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도 몇몇 중국산 와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가 평가한 20종의 중국 와인 중 18종이 보통 또는 그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중국의 고급 와인 업체 대다수가 기본적으로 소규모다. 물량이나 가격 측면에서 호주와 유럽, 미국의 업체와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현재 중국에는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업체가 수십 군데 있지만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가격이 상당히 높다”고 식음료 전문 작가 짐 보이스가 말했다. 중국이 조만간 주요 와인 수출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다.
와인 경제학 저널의 편집자인 뉴욕대학 경제학자 칼스토크먼에 따르면 해외로 수출되는 중국 와인 대다수가 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저가 와인의 대량 생산을 뛰어넘어 품질로 인정받는 소수의 브랜드를 창출해낸 칠레와 남아공, 캘리포니아 와인의 역사와는 좀 다른 면모다.
중국산 고급 와인 수출은 홍콩·마카오에
현재 중국의 고급 와인 수출은 주로 홍콩과 마카오에 국한돼 있다. “지금으로서는 수출보다 내수 판매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보이스는 말했다. 2010년대 말까지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5억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반면 해외의 와인 소비자가 중국 상표를 단 와인을 만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중국 밖에서 ‘중국산’ 와인의 수요는 매우 한정돼 있다”고 중국의 한 와인 전문가는 말했다.
- 번역=정경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6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7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8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9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