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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취업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취업

미국 젊은이들의 구직난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사진은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올봄 미국의 학사·석사·박사 졸업생 약 280만 명이 취업에 성공하면서 실업률은 7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밀레니엄 세대는 여전히 구직난을 겪는다. 조지타운대학 교육취업센터 이사 겸 연구교수 앤서니 카너베일은 미국 실업자의 40%가 밀레니엄 세대라고 밝혔다. 밀레니엄 세대를 지원하는 보수 성향 비영리기구 제너레이션 오퍼튜니티는 월간 ‘밀레니엄 취업 보고서’에서 공식 노동 통계를 분석하고 이 세대 노동자의 실업률을 추적한다. 지난 5월 자료에 따르면 18~29세 인구 중 13.8%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지난 1월 14.2%나 지난해 5월 15.4%보다는 나은 수치다. 그럼에도 미국의 전체 실업률 5.4%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

“2009년부터 수치를 살펴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노동통계국이 자료 수집을 시작한 이래 가장 긴 대규모 실업 상태다.” 제너레이션 오퍼튜니티의 대변인 데이비드 패시(26)는 말했다. “우리 세대가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게으르다거나 특권을 누린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밀레니엄 세대는 2020년 전체 미국 노동력의 46%를 차지한다고 추정된다. “밀레니엄 세대는 앞으로 고용률과 실업률 전반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카너베일 교수는 말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8~34세로 정의되는 밀레니엄 세대는 올해 7530만 명에 이르면서 베이비부머 세대(51~69세) 749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X세대(35~50세) 인구는 6600만 명 정도다.

밀레니엄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비싼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 부담에 시달린다.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친구와 함께 워싱턴DC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힘들다. 석사라고 해서 돈을 더 받지 않는다. 이 일을 할 석사 학위 소지자가 넘쳐난다.”

댈러스의 컨설팅 업체 올리버 와이먼에서 일하는 재키 마르티네즈(31) 주임은 밀레니엄 세대의 인사 업무를 담당한다. 그는 자기 또래들이 높은 연봉이나 완벽한 직장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각종 청구서 비용을 지불하기에 충분한 급여를 원한다.” 일자리를 자주 옮긴다고 알려졌지만, 이 일에 9년 째 종사 중인 마르티네즈에 따르면 사실 밀레니엄 세대는 한 직업에 오래 머무를 줄도 안다. 그저 대다수가 반복되는 해고를 버텨내지 못할 뿐이다.

밀레니엄 세대가 보다 분노할 만한 사실은 따로 있다. 이들은 미국 전체 중위 소득보다 더 적은 돈을 번다. 10년 전 젊은이였던 세대와는 다르다. “밀레니엄 세대는 현실에서 직면하는 문제 때문에 결혼, 주택 구입, 출산 등 중요한 결정을 뒤로 미룬다”고 패시는 말했다.

카너베일 교수가 조지타운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가 중위 소득에 도달하는 시기는 1980년 26세에서 2012년 30세로 늦어졌다. 고졸자와 청소년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고졸자의 상근직 채용은 이 기간 동안 13%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학 졸업자 상근직 채용은 8%포인트 낮아졌다. 2012년 기준으로 청소년은 중위 소득의 58%밖에 벌지 못했다. 1980년엔 85%를 벌었다.

카너베일 교수의 교육취업센터는 젊은 대졸자의 취업률이 21~25세가 가장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나이대의 취업률은 2000년 84%에서 2012년 72%로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백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상근직 근로 격차도 6%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벌어졌다. 평균적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임금은 33세 이전까지 중위 소득에 미치지 못한다.

카너베일 교수는 과거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이 되기에 충분했지만 이젠 그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취업 시장 진입에 앞서 대학 졸업장과 업무 경험을 모두 갖춰야 하는 첫 세대다.”

카너베일 교수는 고등학교 교육의 가치가 1970년대 불황을 겪으면서 낮아지기 시작했으며 “1983년까지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다수 미국인에겐 과거보다 폭넓은 교육 기회가 제공된다. 문제는 교육의 성과가 비용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제너레이션 오퍼튜니티에 따르면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대졸자는 평균 3만3000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02~12년 “학자금 대출의 액수와 빈도가 급증했다.” 대출 액수는 77%나 상승했다. 비교적 저렴한 4년제 공립대학 등록금조차 같은 기간 거의 32%나 올랐다(공립대학측은 장학금을 감안하면 13% 상승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7% 상승한 대학진학률이 학자금 대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지만, 폭발적으로 치솟은 대출 액수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뿐만 아니라 등록금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학은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지만 낮은 출산율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아이오와시티의 교육 컨설팅 업체 러팔로 노엘 레비츠에서 전무로 일하는 새러 코엔은 말했다. “낮은 입학률이 대학가를 강타할 것이다. 유지하려면 수익원을 다양화해야 한다. 만학도를 유치하고, 온라인 학생과 유학생을 끌어들이고, 재정을 공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게다가 학생들은 더 이상 대학에 가야 한다는 확신조차 없다. 뉴욕주 북부에 있는 한 대학의 교수는 지난 5월 1일이 원서접수 마감일이었지만 대다수 학생이 원서 접수비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로 시장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입학하겠다고 등록했던 학생들이 원서접수비를 내지 않았다. 대학에 아예 갈 생각이 없거나 입학을 미루는 학생들이다. 전국적으로 입학률이 10% 떨어졌다는 말도 들었다.”

카너베일 교수는 대졸자들이 대학에 실망하고 있음에도 대학측은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선 대학이 학생들에게 교양을 심어줘야 하는지 취업 준비를 도와줘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명문대 총장들은 후자보다 전자를 지지한다.”

조지타운대학의 연구는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 준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기업은 채용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해야함을 시사한다. 취업 시장에 나선 젊은이들은 기술의 장벽에 가로막혀 종종 당황한다. 입사지원 과정은 한강에 돌 던지기다. 온라인으로 지원을 받고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다. 누가 지원서를 보기는 했는지, 아니면 애초에 그 일자리가 존재하기나 한 건지 의문스럽게 만든다. 무엇 때문에 낙방했는지도 알려주지 않아 지원자가 단점을 개선하기도 어렵다.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지원 가능한 일자리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 28세 취업준비생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많은 취업준비생은 입사지원 과정이 의욕을 꺾어놓는다고 말한다. 워싱턴DC에 거주하는 한 대졸 취업준비생은 “취업을 위해서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로 온갖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넣지만, 지원서는 인터넷으로 접수되고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녀는 함께 졸업한 동기들이 취업하기까지 평균 60개 정도의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다고 추정했다. “나는 30개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두 곳에서만 답이 왔다”고 그녀는 말했다. “둘 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합격을 통보했다. 사원급 일자리인데도 경력자들이 모두 차지한다.”

- 번역 이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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