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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주택시장 열기] 하반기 ‘트리플 상승세’ 전망

[식지 않는 주택시장 열기] 하반기 ‘트리플 상승세’ 전망

지난 6월 8일 청약접수한 위례신도시의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는 2006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 이후 가장 높은 1순위 평균 16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 사진:대우건설 제공
올 하반기에도 거래 증가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까. 상반기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돌아보면서 하반기 전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활황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에 다소 불안한 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해 4월 주택시장에 미친 세월호 참사의 파장을 보더라도 메르스 여파가 커질 경우 무시할 수 없다.

상반기 주택시장은 2000년대 초·중반 못지 않은 열기를 보였다. 일부 주택시장의 활황세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6년 수준을 웃돌기도 했다.
 서울·수도권 매매거래 크게 늘고 중대형도 상승세
특히 서울·수도권이 시장을 선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쾌속질주하던 지방과 달리 서울·수도권은 침체의 늪에 빠져 시동이 꺼지다시피 했다. 2013년 8·29 대책으로 다시 시동을 걸고 지난해 워밍업을 거친 뒤 올 들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체 주택매매거래량에서 서울·수도권이 지난해 42%였는데 올 들어서는 50%로 올랐다. 가격도 서울·수도권에서 더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집값이 올 들어 5월까지 1.76% 오른 데 비해 지방은 1.11% 상승했다. 서울·수도권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지난해에도 연간 지방 집값 상승률(1.93%)이 더 높았다(서울·수도권 1.47%).

분양시장 역시 서울·수도권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1순위 청약자격 완화(통장 가입기간 2년→1년) 효과도 나타나 세 자릿수 경쟁률이 심심찮게 나왔다. 지난 6월 8일 청약접수한 위례신도시의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는 2006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 이후 가장 높은 1순위 평균 16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6월 초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선 우미건설의 린 스트라우스 더 센트럴이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거래 활성화와 가격 상승세에 따라 온기가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금융위기 이후 찬밥 신세였던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에도 볕이 들었다. 올 들어 5월까지 서울·수도권까지 전용 85㎡ 초과도 규모에 따라 1.32% 올랐다.

상반기 주택시장을 달군 주된 땔감은 ‘전세난’이다. 집값보다 훨씬 빠르게 전셋값이 뛰고 매매가격 턱밑까지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선 것이다. 전세난의 주범은 전세의 급속한 월세 전환이다. ‘바닥 금리’로 전세보증금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데 적용되는 전환이율이 서울·수도권에서 5%대다. 월세가 늘면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은행금리의 2배가 넘는다. 올 들어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많이 증가했다. 올 들어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거래는 지난해에 비해 1.8% 늘어난 데 반해 월세는 7%나 급증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세계약 갱신을 앞둔 주인들 상당수가 월세로 돌리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세입자들이 집값이 슬금슬금 오르자 매매에 적극 나섰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30대가 매매시장과 분양 시장에 적극 뛰어든 게 눈에 띄었는데 30대가 전세난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이들은 40~50대에 비해 모아 놓은 자금은 많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저금리의 장기대출을 활용한다.

하반기 주택시장 여건은 상반기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메르스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서 말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처럼 구매심리를 위축시켜 경기를 얼어붙게 하면 자연히 주택시장에도 냉기가 돌게 된다. 하지만 이른 시간 안에 진정되면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 같다. 메르스 확산 속에서 견본주택 오픈을 연기하는 업체들은 많지 않고 대부분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메르스 위협보다는 주택수요가 더 강하다고 판단해서다.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전세난은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 공급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의 올해 입주물량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공급부족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을 재촉하는 저금리도 유지될 것 같다. 금리가 사실상 바닥 수준이어서 설사 소폭 오른다고 하더라도 전월세 전환이율이 금리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재건축 공사 착공을 위해 이주를 앞둔 재건축 추진 단지들 가운데 중층 아파트가 많다. 중층 단지의 주택형이 주로 30평대다. 재건축 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비슷한 크기의 주택을 주변에서 찾기 때문에 이주와 동시에 이뤄지는 멸실로 없어지는 주택수만큼 전세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는 셈이다.

시장을 달아오르게 하거나 찬물을 끼얹을 만한 정부 정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변수의 불확실성이 없는 셈이다. 이미 정부가 완화하기로 한 규제는 거의 다 풀렸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내린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완화도 올해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시한이 다가오면서 정부도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일부에서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분양시장에서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분양권에 웃돈이 많이 붙는 것을 두고서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정부가 다시 규제 쪽으로 방향을 틀기는 어렵다. 공공택지 이외의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풀렸지만 분양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지 않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려도 업체들이 분양가 인상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진흥실장은 “청약자들이 몰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분양가라는 것을 업체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려 제 발등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 다소 둔화될 듯
하반기 매매·전세 모두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에서 “거래·공급·가격의 트리플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수도권에서 매매가 1.3%, 전세는 1.9%의 상승률을 각각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상승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본다. 전세의 경우 매매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전세수요가 분산되고 있어서다.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치솟고 있어 전세보증금 상승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서울·수도권의 매매거래 증가가 이어지는 데 비해 지방은 다소 둔화할 것으로 봤다. 최근 몇 년 새 대거 분양된 물량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서다.

이 같은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변수로 금리와 경기가 꼽힌다. 금리가 오를 경우 그동안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주택 수요자들이 호주머니를 닫게 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이 대체로 맑지만 경기 토대가 다소 취약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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